바깥 날씨만 보면 그날이 그날처럼 여겨지는데, 그래도 새로운 건 '새로 나온 책'들이다. 어제는 에드워드 윌슨이 공저한 <프로메테우스의 불>(아카넷, 2010)이 눈에 띄더니(오래전에 원서를 구해놓은 책이다) 오늘은 하비 맨스필드의 <남자다움에 관하여>(이후, 2010)가 '손맛'을 느끼게 한다. 하버드대학에서 정치사상을 강의하는 저자는 특히 마키아벨리 전문가로 그의 <마키아벨리의 덕목>(말글빛냄, 2009)이 우리에게 소개된 바 있다. 찾아보니 몇년 전에 <남자다움>에 대한 워싱턴타임스의 서평이 국내 일간지에 실렸다. 서평부터 읽어본다(국내 일간지 서평은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007/h2010070221465284210.htm 참조).     

 

세계일보(06. 03. 23) [해외논단]남녀평등 사회에 대한 조언

프로이트는 결코 “남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지”라고 물은 적이 없다. 그는 누구나 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성혁명이 일어나고 자유롭게 된 여성들이 직장과 가정에서 남자들과 경쟁하게 됨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던 과거의 개념들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게 됐다.

하버드대학의 하비 맨스필드 교수는 오늘날 남성들이 남성 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성역할의 혼란은 현대의 여성주의 때문에 더욱 악화되고 있지만 여기에는 더 복잡한 것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그는 현대의 삶은 남성의 에너지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활동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저서 ‘남성다움(Manliness)’에서 “남성다움은 전쟁을 선호하고 모험을 즐기며 영웅을 숭배한다. 그러나 이성적인 통제는 평화를 추구하고 모험을 기피하며 영웅보다는 역할모델을 선호하도록 만든다”고 말하고 있다. 여성들과의 관계에서 남성들의 타고난 단호함은 약화된다. 양성평등이 엄격한 정의가 된 현대의 삶에서 고정된 성관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맨스필드는 그러나 타고난 것으로 여겨지는 고정적 성관념을 어느 정도 용인하더라도, 남성과 여성이 함께 사는 가정에 아무 해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맨스필드는 여자들의 행복을 위해 남자가 집 안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이나 가사를 여자들과 똑같이 반씩 나눠 하도록 강요하는 행태를 조금 줄일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것이 남자다운 일인가. 맨스필드는 여자들이 이 같은 자신의 주장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는 그러나 여자들이 이 같은 주장을 전적으로 무시하지만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버지니아대학의 사회학자 스티븐 노크와 브래드퍼드 윌콕스는 여자들이 결혼 생활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것은 남편이 자신과 감정적으로 동조할 때라고 말했다. 이들은 미 전역에 걸쳐 5000쌍이 넘는 부부를 인터뷰한 결과 아직도 대부분의 여성은 감정적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한 남자가 보다 많은 수입을 가져오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여성주의자이든 여성주의자가 아니든 마찬가지다. 게다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정을 이루고 가사와 자녀 양육을 책임지면서 생계를 남편의 벌이에 의존하는 여성들은 자신들이 남편으로부터 더 많은 사랑과 이해를 받는다고 말했다고 이들은 밝혔다.

이는 사람들이 직장에서보다는 가정에서 덜 정치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또 여성운동의 올바른 방향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남자나 여자 모두 남녀 간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직장 생활을 하는 남녀 간의 소득 격차에 대한 태도는 바뀌었다. 20년 전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 직장여성들이 겪는 ‘유리 천장’(여성의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 문제를 처음 거론했을 때만 해도 문제의 초점은 여성들에게 불공평한 직장 내 태도였다. 지금도 ‘유리 천장’은 존재하지만, 요즘 여성들은 이를 편견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받아들이며 과거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들은 가족이나 기타 자신이 소속된 사회와의 접촉을 제한할 위험이 있는 일은 남성이 맡아주기를 원하며, 그로 인해 남성들이 더 많은 봉급을 받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려 한다. 또 ‘유리 천장’을 느낄 필요가 없는 여성 창업도 크게 늘었다. 여성기업연구센터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04년 사이 전체 신규 기업 창업은 9%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여성의 창업은 17%나 늘어났다.  

10. 06. 29.  

P.S. 같이 읽어봄직한 책은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리더스북, 2007)의 속편으로 나온 루안 브리젠딘의 <남자의 뇌, 남자의 발견>(리더스북, 2010)이다. 소개는 이렇게 돼 있다. 

베스트셀러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에 이은 하버드대학교 신경정신과 루안 브리젠딘 박사의 후속작. 생생한 문장과 흥미진진한 일화를 통해 남자 뇌의 일생에 대한 복잡한 연구 결과를 매우 읽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이유, 게이가 되는 비밀, 남자가 아빠가 되면 자상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 등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이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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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세알 2010-06-29 17:04   좋아요 0 | URL
'전쟁을 선호하고 모험을 즐기고 영웅을 숭배하는' 남성성을 왜 지켜야할까요? 좀 줄어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로쟈 2010-06-29 17:08   좋아요 0 | URL
소위 보수적 남성관이죠. 축구에 대한 열광을 보면 남성성에 대한 숭배는 쉽게 줄어들 거 같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