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적인 '녹색성장'이 아니라 '생체모방'과 '생태모방'이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책들이 출간되었기에 눈여겨 보고자 한다. 지난 달에 나온 재닌 베니어스의 <생체모방>(시스테마, 2010)과 군터 파울리의 <블루 이코노미>(가교출판, 2010)가 문제의 책들이다. 소개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한겨레(10. 05. 08) 지구 살리기 ‘자연모방’에 답 있다

인류가 숨쉬고 활동하는 산소와 에너지의 원천은 모두 1억5000만㎞ 저 너머에서 수소폭탄처럼 핵융합반응을 계속하고 있는 태양에서 날아온다. 우리가 먹는 모든 곡물과 채소류는 햇빛이 키웠고 쇠고기 등 육류나 생선도 햇빛으로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 먹이연쇄의 산물이다. 자동차, 컴퓨터, 크리스마스트리 불빛도 그 동력은 광합성이다. 그것들을 만들고 움직이는 원료인 석유 등 화석연료들은 지난 6억년간 햇빛이 키운 식물과 그것을 먹고 산 동물 사체의 압축된 불완전연소 잔존물이다. 플라스틱, 의약품, 화학약품 등 거의 모든 생활제품들도 결국 태양 에너지를 이용한 엽록소의 광합성 소산이다. 지금 인류문명은 장구한 세월 동안 생성된 그 화석연료들을 순간적으로 태워 얻는 에너지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지구라는 닫힌 시스템 속에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화석연료를 이처럼 마구 태워 유해 탄소를 뿜어내는 인류는 촛불 켜 놓고 봉한 병 속의 생쥐, 창문을 꽉 닫아 건 집 안에서 가재도구들을 불태우는 가족들과 같다. 생명 에너지의 원천인 햇빛이 창문을 통해 집안으로 엄청나게 흘러들어오고 있는데도 그것은 보지 않고 죽은 동식물의 유해를 불 속에 던져 넣어 음식을 만들고 난방을 한다. 



미국 럿거스 대학 임학박사 재닌 베니어스의 <생체모방>(Biomimicry)은 이런 지속불가능한 생활을 청산할 수밖에 없다는 걸 역설하며 그 대안을 찾아나선 책이다. 대안이 바로 생체모방이다. 생체는 지구상에 박테리아가 등장한 이후 38억년 이상의 세월에 걸쳐 태양 에너지를 활용해 불모의 지구를 생명의 땅으로 바꾸고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적응을 거쳐 최적의 생존조건을 만들어냈다. 생체모방이란 바로 최첨단을 달리는 현대 인간의 기술조차 그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그 지구상 생명체들의 놀라운 생존방식, 인간과는 달리 어떤 폐기물도 배출하지 않고 자신과 주변 그리고 지구 생태계 전체를 더불어 살리는 상생과 공존의 기술을 알아내서 본받자는 것이다. 책은 생체모방 연구의 최전선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연구자들을 찾아가 그들이 진행중인 연구 현황과 전망을 구체적으로 짚어가는 내용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생체모방이라는 말 자체가 1997년에 출간된 이 책에서 비롯됐다.

 

애리조나 주립대 광합성반응센터의 생화학자 토머스 무어와 토론토대학 제임스 길릿 등은 태양에서 날아오는 광자를 생체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엽록소의 작동 메커니즘을 파고들고 있다. 양자역학 차원까지 들어가는 길릿의 인공광합성 연구 모델은 연못에 떠 있는 좀개구리밥. 빛 에너지를 받으면 서너 달 만에 축구장을 다 덮을 정도로 증식하는, 폭 0.6㎝에 지나지 않는 좀개구리밥 하나의 에너지 전환 효율은 인간이 만든 태양전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탁월하다.

토지연구소의 웨스 낵슨과 생태학자 존 파이퍼 등은 1만년 전에 시작된 인간의 농업이 가속적으로 파괴해온 지표가 현대에 이르러 화폐수익을 목표로 한 대규모 개간과 단일품종재배, 과도한 비료와 살충제 살포로 급속히 유실되거나 불모지로 변하고 있는 현실에 맞서고 있다. 그들의 모델은 다년생 식물들이 뿌리를 내려 토양과 유기물을 보존하는 야생의 초원과 숲 복합계.

“초원의 생명체 무게 가운데 70%가 뿌리, 잔뿌리, 깊은 곳에서 물을 취하고 영양분을 끌어올리는 단단히 엉킨 덩굴들의 형태로 존재한다. 단 한 그루의 빅블루스템이 총 40㎞의 실뿌리 관을 갖고 있으며, 그 중 약 13㎞는 해마다 죽고 다시 생긴다. 죽은 뿌리의 잔재는 위에서 떨어진 잎사귀들과 함께 개미, 톡토기, 지네, 쥐며느리, 지렁이, 박테리아, 곰팡이로 이루어진 소형 동물원의 배고픈 입속으로 들어간다. 찻숟가락 하나만큼의 흙에는 수천 종류의 벌레들이 있는데, 모두 굴을 파고 먹고 배설하면서 토양 상태를 조금씩 조절해나간다. 벌레들의 마술을 통해, 분해된 영양분은 굶주린 뿌리로 가거나 부식토에 저장된다.” 그들은 지속가능하나 소출이 부족한 야생 초원과 단기 소출은 많지만 미래가 없는 대규모 단작재배 사이의, 스스로 조직화하면서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지속가능한 최적점에서 농업의 미래를 찾으려 하고 있다. 베이너스는 이밖에 강철보다 다섯 배나 강한 거미줄, 세락믹보다 두 배나 강한 전복 속껍질 같은 자연 속 기적의 물질과 침팬지 등 야생동물의 자연치유 능력, 삼나무숲 같은 생태운영의 비밀을 풀어가는 현장들을 찾아간다.

성장주의를 배격하는 베이너스의 생체모방은 요즘 군사부문에서 유행하는 동식물의 특출한 기능 본따기, 그 죽음의 기술 추구와는 철학적 출발점이 다르다. 그는 자신을 살리면서 지구상 모든 존재와 지구 자체도 함께 윤택하게 만든 생명체의 38억년의 역사, 최후에 출현한 인간 때문에 급속도로 망가지고 있는 그 역사를 되살리는 길을 자연 속에서 찾는다. 따라서 생체모방보다는 자연모방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그 10가지 기준은 이렇다. “햇빛으로 작동하는가? 필요한 에너지만 사용하는가? 형태를 기능에 맞추는가? 모든 것을 재활용하는가? 협동에 보상해주는가? 다양성에 의존하고 있는가? 지역 전문가들을 활용하는가? 내부로부터 과잉을 억제하는가? 한계라는 힘을 이용하는가? 아름다운가?”(한승동 선임기자)   

한국일보(10. 06. 26) 경제 살리는 혁신기술… "자연을 따르라"

환경 위기를 절감하는 기업인들은 지속 가능한 경제의 모델로 '녹색산업'을 제시하고 있다. 옥수수를 이용한 바이오연료 자동차나 야자 기름으로 만든 생분해성 세제 등 이른바 친환경 제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것으로 충분할까.

<블루 이코노미>는 아니라고 말한다. 유럽연합의 미래 연구 모임인 로마클럽 회원이자 대안 경제를 모색하는 비영리재단 ZERI(Zero Emissions Research Instituteㆍ쓰레기 배출 제로 연구소)의 설립자 군터 파울리가 쓴 이 책은 녹색경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블루 이코노미'를 제안한다. 그는 야자유 세제를 생산하느라 열대우림이 죄다 야자수 농장으로 바뀌어 황폐해지면서 오랑우탄이 서식지를 잃는 것을 보고 녹색경제는 '덜 나쁜' 방식일 뿐임을 깨달았다. 녹색경제는 기업과 소비자에게 더 많은 투자와 지출을 요구하기 때문에 경제 침체기에는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는 방법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블루 이코노미는 자연 생태계의 순환 시스템을 따라하는 경제를 가리킨다. 자연에는 버려지는 것이 없고 모든 생물종이 저마다 역할이 있어 전체 생태계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라, 생태계의 이러한 효율성을 모방하면 지구와 경제 둘 다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블루 이코노미를 위한 혁신기술과 실천 사례를 소개하면서 동참할 것을 권한다. 화학물질을 풀어 물을 정화할 게 아니라 물의 소용돌이 작용을 이용해 자연 정화를 하고, 화석 연료로 전기를 생산할 게 아니라 중력을 이용한 압전기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등 자연이 제공하는 놀랍고 우아한 해결책들을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그렇게 하면 앞으로 10년 안에 100가지 혁신기술이 1억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콜롬비아의 가비오타스 지역은 황무지로 변한 땅을 소나무와 버섯의 공생 관계를 활용해 울창한 우림으로 되살린 기적의 현장이다. 땅이 비옥해지면서 주민들의 수입이 증가했고 숲이 우거지면서 풍부해진 물 덕분에 건강도 좋아졌다.

서부 아프리카의 빈국인 베냉의 손가이센터는 사람과 동물이 배출한 쓰레기를 활용해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도살장에서 나온 폐기물을 파리가 들락거릴 수 있도록 구멍을 낸 상자에 모아서 몽땅 처리하고, 거기 생긴 구더기로 물고기와 메추라기를 키워 수익을 내고 있다. 구더기의 효소는 상처 치료에 특효가 있어 제약회사들이 주목하는 물질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에 있는 10층짜리 건물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는 에어컨이 없는데도 늘 쾌적하기로 유명하다. 흰개미의 집 짓기 기술을 원용했다. 흰개미는 높은 탑을 쌓으면서 통풍구를 만들어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자연이 해낸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작은 투자로도 다각적인 수익을 낼 수 있고, 자연을 착취하지 않으면서 충분히 활용하고, 낭비도 부족함도 없는 것이 블루 이코노미의 특징이라고 요약한다. 저자는 자연이 가르쳐주는 혁신기술의 무한한 잠재력을 강조하면서, 블루 이코노미는 이상주의자의 백일몽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대안이며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과제라고 말한다.(오미환기자) 

10. 0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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