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한겨레21의 서평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내가 쓸 차례였지만 내가 쓴 건 아니다. 여러 사정으로 나는 내주에나 쓰게 될 듯하다). 뤽 폴리에의 <나우루공화국의 비극>(에코리브르, 2010)에 대한 것이다. 부제는 '자본주의 문명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를 어떻게 파괴했나'인데, 태평양에 이 작은 섬나라를 가장 부유한 나라로 만들었던 것도 자본주의였으니 약 주고 병 준 셈이다. 우리의 운명뿐 아니라 지구의 운명도 그와 크게 다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겨레21(10. 05. 28) 자본주의에 무너진 새똥 섬 

뤽 폴리에의 <나우루공화국의 비극>(안수연 옮김·에코리브르 펴냄)의 부제는 ‘자본주의 문명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를 어떻게 파괴했나’다. 의미심장한 제목처럼 내용은 자본주의 물결이 한 나라를 ‘파괴’하고 ‘비극’으로 몰아넣는 과정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인산염으로 순식간에 부자가 된 나우루
태평양에는 작은 섬이 많다. 이 가운데 삐죽 솟은 한 산호초 섬 위에 북반구와 남반구를 오가는 철새들이 똥을 누고 가기 시작했다. 똥이 쌓여 땅덩어리를 이뤘다. 그 땅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다. 나우루공화국이다.  

나우루공화국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비행기로 7시간 거리의 작은 섬이다. 얼마나 작으냐 하면 21㎢, 연안을 따라 둥그렇게 이어진 도로를 일주하는 데 30분이면 족하다. 현재 인구는 9천 명 남짓. 세상에서 가장 작은 이 나라는 한때 ‘석유 재벌’ 국가에 맞먹는 수준의 부자였다. 1970년대 나우루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2만달러에 육박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기조차 끊겼다 들어왔다 하는, 가난하고 가난한 나라다. 부와 극빈 사이를 오간 시간은 고작 30여 년에 불과했다.

산호초와 새똥과 바닷물, 오랜 세월의 화학적 결합으로 나우루를 덮고 있는 땅은 화학비료의 중요한 원료인 인산염으로 변했다. 서구 열강들이 나우루에서 인산염을 처음 발견했다. 그들은 나우루를 ‘관리’해준다는 명목으로 인산염을 마구 캐갔다. 그러나 나우루가 이에 대한 권리로 받는 돈은 수익금의 2% 정도에 불과했다. 지배받는 세월 동안 나우루는 자본의 힘을 알게 됐다.

1968년 독립한 나우루는 4천 명의 주민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공화국이 됐다. 인산염 산업은 국유화됐다. 정부는 국민과 공평하게 수익을 나눠가졌다. 부자가 된 국민은 일하지 않았다. 나라에서 받은 돈으로 최고급 자동차를 사서 짧은 해안도로를 할 일 없이 빙빙 돌았다. 자동차가 고장나면 고치지 않고 도로에 그냥 버려두고 새 차를 샀다. 농사도 짓지 않았다. 가까운 나라에서 들여온 인스턴트 식품, 신선한 고기와 과일로 식탁을 채웠다. 나우루인들은 뚱뚱해졌다. 그러나 개의치 않았다. 이 섬에서 살찐 몸은 매력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인산염은 한정된 자원이었다. 1990년대가 되면서 나우루 국토의 80%가 파헤쳐졌고 1997년에는 광산 활동이 최소한도로 줄었다. 나우루는 부채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 나우루는 인산염이 빠져나간 텅 빈 땅이 됐다. 후유증처럼 대부분의 주민은 비만과 당뇨에 시달리고 있다. 나우루인들은 손에 들어온 부를 방치한 것처럼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는 부도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들은 그저 어깨를 으쓱하며 “돈은 날아가버렸어요”라고 말할 뿐이다. 이런 낙천성 때문에 그들의 비극이 더 애잔하다. 세상이 그들을 그대로 뒀다면, 물고기를 잡아 먹고 섬에서 난 열매를 따 먹으며 적어도 건강한 몸으로 생을 지속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우루의 현재, 지구의 미래  
지은이는 나우루를 “부와 재앙이 동일한 기세로 쌓이는 세계의 교차로”였다고 말한다. 학자들은 나우루공화국의 몰락을 두고 지구의 몰락을 예견한다. 수천 년에 걸쳐 만들어진 인산염을 30년 만에 소진한 이들의 역사는 지구가 수억 년 세월 만들어놓은 석유를 200여 년 만에 다 써가는 인류의 미래를 말한다고. ‘돈’이 되는 곳이면 네 땅 내 땅 가리지 않고 파헤치고 뒤집어엎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우리는 나우루를 통해 먼저 보았다. 그런데 작고 연약한 섬나라의 비극을 타산지석 삼아 자본주의의 폐해를 논하는 이런 시선도 어쩌면 나우루인에게 잔인한 건지 모르겠다.(신소윤 기자) 

10. 05. 28.    

P.S. 책의 뒷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생태학적 재앙, 경제적 파산, 과도한 소비, 각종 만성질환, 자본주의 문명의 병폐를 단기간에 압축적으로 보여준 나우루의 이야기는 바로 현재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문명의 병폐를 압축적으로 체현하고 있는 토건공화국의 미래도 어쩌면 나우루공화국의 비극만큼이나 '교훈적인' 타산지석이 될는지도 모른다. 4대강 공사로 파헤쳐진 국토의 모습이 나우루공화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mahun 2010-05-28 14:26   좋아요 0 | URL
직업은 토목기사지만 이런 사진 이런글 볼때마다 자괴감이 드네요. 도무지 이놈들은 목위가 허전해서 머리란걸 달고 있는건 아닌지...
생명과 생태를 고민하는 토목은 아직도 몇십년 뒤의 일일까요..에효

로쟈 2010-05-29 18:53   좋아요 0 | URL
몇십 년 뒤에 남아있을 '생태'가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