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관심도서로 분류했던 앤드류 니키포룩의 <대혼란: 유전자 스와핑과 바이러스 섹스>(알마, 2010)에 대한 소개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조류독감, 광우병, 구제역 등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은 생물학적 유행병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관련기사를 읽어두는 것도 '방역'의 일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세계적 규모의 무역과 세계화가 원인이라면 해결은 어떻게 모색해야 할까?

한국경제(10. 05. 07) 인간·돼지·조류의 '바이러스 스와핑' 더 센 놈이 온다 

조류독감(H5N1)이 홍콩의 양계업계를 강타한 1997년. 최초의 인간감염 사례가 발생하면서 18명이 조류독감에 걸렸다. 시민 6명이 사망한 뒤 홍콩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공장형 양계시설 160곳과 재래시장 1000곳에서 수거한 가금류를 전부 자루에 쑤셔넣고 가스로 질식시킨 뒤 쓰레기 매립지에 매장했다. 원래 H5N1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기는커녕 사람을 감염시킬 수도 없다고 생각됐던 바이러스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슷한 부류의 수많은 바이러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식하면서 야생조류와 양계장의 닭들을 몰살시켰다. 왜 그랬을까.

<대혼란>의 저자는 "조류 바이러스군은 조잡하고 변화무쌍한 복제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돼지나 조류 등의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만난 서로 다른 바이러스들이 '바이러스 섹스'를 하면서 온갖 종류의 조잡한 복제물과 돌연변이를 만들어낸다는 것.H5N1은 스무 번이나 돌연변이를 통해 변종을 낳았고,그 결과 단순한 무임승차자에 불과했던 조류독감이 공장형 양계장 같은 환경에서 순식간에 악질 살해자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또한 조류 유형,인간 유형,돼지 유형의 바이러스들이 '유전자 스와핑'을 하면서 호시탐탐 세계인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21세기를 위협하는 생물학적 유행병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 세계를 공포로 들끓게 한 조류독감,광우병,무려 500억달러나 잡아먹은 사스,유달리 전염성이 강한 구제역,지옥에 버금가는 난장판을 연출할 수 있는 곰팡이,각국 정부가 비밀리에 만들어낸 탄저균,지구온난화가 만들어내는 온갖 유형의 바이러스와 질병 등을 낱낱이 해부한다.

창궐하는 유행병 근원은 세계적 규모의 무역과 세계화다. 65억 지구인의 급증하는 상거래와 세계여행,수입식품 등이 무임승차할 기회만 엿보고 있는 생물학적 히치하이커들에게 전 세계로 총출동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온갖 미생물들과 그 친인척들이 세계 무역망을 타고 총출동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가령 산업적 방식으로 생산된 값싼 고기를 탐닉하는 인간의 식욕은 조류독감을 낳았고,인간이 매년 먹는 음식과 구매하는 상품의 80%가 세계의 바다를 누비는 선박에 의해 운반된 결과 매일 7000종 이상의 해양 미생물,해파리,식물,어류,물벼룩 등의 서식지가 바뀌고 있다. 사스,구제역 등의 가축 전염병은 동물 대학살을 수시로 초래하고 기후 변화로 진드기와 모기가 활개를 친다. 병원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저자는 오히려 "따지고 보면 병원이란 병든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며,몸이 편치 않은 사람들의 면역체계는 공장형으로 사육되면서 노상 약물에 절어있는 닭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사스는 '야심에 불타는 침입자'(바이러스)가 세계로 진출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병원에서 발견한 경우라고 그는 고발한다. 정부 발표나 언론 보도와 달리 사스는 외인성 신흥 병원균이 아니라 병원에서 만들어진 병원감염 전염병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설명과 함께 저자는 "침입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번식을 시작하면 생태계 전체와 먹이사슬,수계(水系)는 물론 인류 제국의 운명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며 "누구나 상거래가 배출한 침입자와 어디선가 마주칠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저자는 생물학적 유행병으로 대혼란을 겪고 난 후 변화될 상황을 전망하는 것으로 대처방법을 대신한다.

"심각한 유행병을 계기로 맹렬한 세계화의 속도와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고파는 생물학적 무역에 대해 제고하게 될 것이다. 또 사람들이 여행과 무역을 덜 하고 공중보건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백화점에 진열된 상품 중에 해외에서 수입된 상품 수가 훨씬 줄어들 것이다. 가축을 공장형 사육시설에 몰아넣는 것,수의학과 인간의학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수자원 오염,그리고 모든 것을 세계화하는 데 대해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서화동기자) 

10. 05. 09.  

P.S. 저자 니키포룩은 캐나다의 저널리스트다. '탐사 저널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을까. 소개에 따르면, "지금까지 세권의 저서를 펴냈으며 특히 <새보터>는 캐나다 Governor General's Award 논픽션 부문을 수상하였다. 처녀작인 <제4의 기사, 전염병, 페스트, 기아, 재앙, 신생 바이러스의 역사>는 캐나다, 미국, 영국에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지금까지'가 언제까지를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신작 <타르 모래>(2009)까지 포함하면 다섯 권의 책을 펴냈다. 최소한 세 가지 분야의 책들인데, 영어권에서 부러운 것은 이런 논픽션 작가들의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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