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나온 놀라운 책 중의 하나는 마틴 켐프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유문화사, 2010)이다. 저자는 옥스포드의 미술사학과 교수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전문가이고 국내에도 이미 그의 <레오나르도>(을유문화사, 2007)가 번역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단순히 미술사에 관한 책이 아니라 '레오나르도에서 하블 망원경까지'란 부제대로 과학사까지 포괄한 책으로 '시각적인 것'의 역사와 '시각적 직관'의 의미에 대해서 두루 다루고 있다. 아직 마땅한 서평이 뜨지 않아서 책소개를 일부 참고하면 "르네상스 시대 초기 원근법부터 바늘구멍 사진기, 입자 가속기, 허블 망원경, 3차원 컴퓨터 모델까지 예술가와 과학자들이 고안했던 도구를 다양하게 언급하는 이 책은 예술가로 레오나르도, 뒤러부터 사진 발명가, 현대 조각가까지 다루고 있으며. 과학자로 갈릴레오, 다윈에서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굴드, 에어빈 슈뢰딩거까지 소개하고 있다. 미술, 건축, 사진술, 천문학, 의학, 수학, 생물학 등 박학다식한 지식의 통섭을 지향하는 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지은이는 시각적인 것을 바라보는 참신한 역사적 관점을 제시한다. 미술과 과학의 엄격한 경계와 구분에서 뒤로 물러섬으로써 공통 테마들을 끌어내어, 시각적인 것의 역사가 제공하는 자유와 통찰력을 누려 볼 것을 호소한다. “예술과 과학은 둘 다 지식이 무너지는 지점에서 시작된다는 것의 나의 강한 느낌이다. 시각적 직관은 미지의 세계 속을 더듬어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가진 가장 막강한 도구 중 하나다. ”레오나르도에서 허블 망원경까지 추적하는 이 탐사에서 지은이는 공간에 대한 처리와 공간 좌표의 지속성, 부분과 전체의 관계, 자연 속의 기하학, 질서와 카오스의 계, 임계성에서의 계, 카메라의 사용, 초기 사진의 신뢰성과 객관성 문제,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이미지 작업-입자 궤도, 파인만 다이어그램, 의학 스캔-등을 생각해 본다.

   

제목 자체는 불가불 메를로퐁티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동문선, 2004)을 같이 떠올리게 하는데, 비록 원제는 일치하지 않더라도 '시각적인 것'의 경험과 그 의미에 대해서 깊이 숙고해보고 싶은 욕구를 부추긴다. 책은 어제 구입했지만 독서는 좀 미뤄질 듯하다. 서평을 쓸 기회가 생기면 당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10. 03.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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