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전망의 <바냐 아저씨>를 오늘 관람할 예정이다. 어제 프레스콜이 열렸는데, 소개기사를 미리 읽어보았다. 올해는 러시아 연출가 레프 도진의 <바냐아저씨>도 5월에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http://www.lgart.com/2010/micro_kor/theatre_03.html). 지난 2004년에 모스크바에서 보았던 작품이어서 감회가 없지 않다. 여러 작품이 한꺼번에 찾아와 '체호프의 가을'로 불렀던 2008년 가을에는 못 미치겠지만, 체호프 탄생 150주년을 맞는 올해는 적어도 공연에 있어서만큼 '<바냐 아저씨>의 해'로 불러도 좋겠다(개인적으론 올해 체호프에 대한 강의 레퍼토리도 <바냐 아저씨>로 바꾸었다). 두 <바냐 아저씨>에 대한 소개를 옮겨놓는다.     

아츠뉴스(10. 01. 07) 인생의 아이러니와 닮아있는, 연극 '바냐아저씨'  

2010년 1월 극단 전망이 선보일 연극 <바냐아저씨>(연출 심재찬)는 20세기 현대연극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리얼리즘 연극의 대가인 안톤 체홉의 4대 작품 <갈매기>, <세자매>, <벚꽃동산>중 하나로, 안톤 체홉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첫 공연이자 아르코예술극장의 2010년 첫 번째 작품으로 선정되어 관객들에게 신뢰와 기대감을 고조시킬 것이다.

 

사실주의 연극의 대가 안톤 체홉의 4대 희극중 하나인 <바냐아저씨>의 이번 연극무대는 탁자2개와 의자3개뿐인 주 공간(사실적 연기 공간)과 8명의 각자 독립된 자아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무대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있는 8개의 자아공간은 스스로에겐 자유롭지만 외부와 단절되어있어 마치 새장에 갇혀있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갖으며 이는 서로간의 대화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작품의 주제를 공간적,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무대 위 주 공간 안의 두 개의 탁자는 각 막마다 그 위치가 변화하고 그에 따라 달라지는 배우들의 동선은 각 장면이 갖는 메시지들과 인물들 간의 관계, 인물의 감정선 등을 관객에게 뚜렷하게 전달해주고자 한다.

미니멀하고 비현실적인 이번 무대는 '인간에 대한 통찰력(심리, 이중성)'이 대단한 체홉의 작품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무엇보다 <바냐>라는 인물에 포커스를 두고자하는 심재찬 연출과 하성옥(무대디자이너), 최형오(조명디자인), 김철환(음악), 김혜민(의상), 이동민(분장)등 최고의 스텝들이 참여해 관객에게 의미를 더 잘 전달해줄 것으로 조명된다.

또한 연기파배우 '김명수, 김수현, 이지하, 김지성, 조한희, 이종구, 전국향, 한성식, 강현우'가 선보일 사실주의적 연기가 완벽한 앙상블을 이룰 연극 <바냐아저씨>는 2010년 1월 7일부터 1월 17일까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김수정기자)  

  

레프 도진&말리 극장: 바냐 아저씨

이 시대 연극이 존재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를 깨닫게 해 주는 연출가, 세계가 사랑하는 연극의 거장 레프 도진. 그가 이끄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말리극장이 2001년 <가우데아무스>와 2006년 <형제자매들>에 이어 안톤 체홉의 <바냐 아저씨>로 다시 돌아온다.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유산 위에 실험적이면서도 진보적인 연극언어를 펼쳐온 레프 도진은 1983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말리극장의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이래, <모스크바의 하늘>, <집>, <형제 자매들>, <플라토노프 제목없는 희곡>, <체벤구르>, <갈매기>, <바냐 아저씨> 등 주옥 같은 레퍼토리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이름없는 작은 극장에 불과했던 말리 극장을 세계적인 예술극장으로 키워냈다. 레프 도진은 이미 러시아 연극계 최고 권위의 황금 마스크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것을 비롯해 피터 브룩, 하이너 뮐러, 피나 바우쉬, 아리안느 므누슈킨 등이 수상한 바 있는 유럽 연극상을 수상하였고, 영국 로렌스 올리비에상, 프랑스 비평가상, 이탈리아 UBU등 세계 유수의 연극상을 다수 수상하며, 명실공히 세계 연극계의 거장으로 존경 받고 있다

피터 브룩은 말리극장을 ‘세계 최고의 앙상블’이라고 칭한 바 있다. 레프 도진의 연극이 무대 위의 삶을 실제로 믿게 하는 힘, 배우들의 삶에서 바로 나 자신의 삶을 보게 만드는 힘을 발하는 이유는 바로 완벽하게 구현된 인물들, 그리고 그 관계 속에 존재하는 뛰어난 앙상블에 있다. 레프 도진은 관객들이 지닌 평가의 잣대를 무장해제시키고 생생한 삶의 진실을 마음 가득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레프 도진은 ‘바냐 아저씨’를 체홉 작품 중 가장 아름다운 ‘다이아몬드’(정수)로 꼽는다. 그가 스스로 고백하기를 ‘20년 동안 계속 생각해 왔으나 감히 손을 대지 못하였다가’ 2003년 드디어 무대화했다. 그의 오랜 기다림과 숙고는 체홉 연극이 담고 있는 인간성에 대한 다각적이고 깊은 통찰을 놀랍도록 디테일하게, 그리고 더할 수 없이 명징하게 그려내고 있다.

사랑과 상실, 인생의 무상함과 그럼에도 또 다시 견뎌내야 하는 삶. 레프 도진과 상트 페테르부르크 말리 극장은 ‘바냐 아저씨’를 통해 우리 각자가 어떻게 그 순간들을 살아내는지 들여다 보게 해 줄 것이다.  

10. 01. 08.  

P.S. <바냐 아저씨>의 가장 유명한 영화판은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작(1970)이다(콘찰로프스키에 대해서는 <로쟈의 인문학 서재>에 실린 대담도 참고할 수 있다). 지금은 구하기 어렵지만, 국내에도 비디오로 출시된 적이 있다. 자막은 없지만, 유튜브에 전편이 올라와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시간을 내보셔도 좋겠다(http://www.youtube.com/watch?v=JkqQXu9T2KI). <전쟁과 평화>의 감독 세르게이 본다르추크가 바냐의 친구인 의사 아스트로프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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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숲귀신과 바냐 아저씨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4-22 00:20 
    안톤 체호프 원작의 <숲귀신>이 이번주 일요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여유가 없다 보니 관람기회는 놓쳤는데, 그래도 리뷰는 챙겨놓는다. 드디어 내달초에 찾아오는 러시아 말리극단의 <바냐 아저씨>공연 안내와 함께. 이미 여러 차례 예고한 바 있지만 도진의 공연을 다시 보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뉴스컬처(10. 04. 19) 121년 만에 빛을 본 연극 [숲귀신]&#
 
 
sophie 2010-01-08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리극장이 한국에서 <벚꽃동산>도 했던 것 같은데 다른 극단이었는지 확실치 않네요. Lg 아트센터는 다 좋은데 관람료가 지나치게 비싼 것 같아요. 오늘 브로츠와프에 있는 그로토프스키연구소에 들렀다가 피터 브룩의 <11,12>를 한다고 해서 살까말까 하다가 샀습니다. 티켓값이 40즈워티(16000원)이던데요? <바냐아저씨>가 무대에 오르신다는 소식은 반가운 소식이네요.

로쟈 2010-01-08 10:31   좋아요 0 | URL
말리극장이 재작년에 <세자매>를 공연했었죠. <벚꽃동산>은 제가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어요. 러시아에서도 관람료는 저렴한 편입니다. 우리가 상대적으로 좀 비싸죠. '일상화' 돼 있지 않아서겠ㅈ죠...

sophie 2010-01-09 05:30   좋아요 0 | URL
<벚꽃동산>은 호암아트홀 개관기념 공연이었다네요. 워낙 오래전이라 커다란 벚꽃나무만 기억에 남아있어요. <바냐아저씨>도 오래전에 읽어서 무척 좋았다는 기억만 남아있어서 아마 공연을 보게 된다면 다시 읽어야할 것 같아요. 그런데 참 이상한 건 체홉의 대표작들을 읽고 나면 전체가 한 작품인 듯 이 작품이랑 저 작품 같고 저 작품이 이 작품 같아요. ^^;;

로쟈 2010-01-09 09:41   좋아요 0 | URL
체홉을 잘 아신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2010-01-08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9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9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9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9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미뜨리 2010-01-13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에는 모스크바 말리극장이 <세자매>를 선보였는데, 올해는 페테르부르크의 유럽극장이 <바냐 외삼촌>을 가지고 오네요. 한국에서는 도진 선생이 어떻게 상연하련지 매우 궁금합니다. 아무튼 모두에게 유익한 공연되리라 봅니다. 늘 좋은 소식 감사드립니다.

추신: <갈매기>와 더불어 <벚나무밭>에 이르기까지 체호프의 4대 희극이라고 하셨는데 매우 흥미로운 지적이네요^^ 저의 내공으로는 아직 이해할수 없는 점도 많지만 일면 동의하는 대목도 적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