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와의 인문학 토크'(http://blog.aladin.co.kr/culture/2878079)가 예정돼 있는 날이다. 저녁시간인데, 오후에는 무슨 '토크'를 해야할지 궁리를 잠시라도 해봐야겠다(질문에만 답하면 되는 것인지?) 생각해보니 오늘로써 책이 나온 지(책을 받아본 지) 딱 한 달이 되었다. 이미 '적응'이 되어서 '새로 나온 책'이라기보다는 '원래부터 있던 책'이란 인상마저 든다. 아직 많은 리뷰를 접해보지는 못했지만, 반응 또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책은 좀 어렵다는 평과 생각만큼 어렵진 않다는 평 사이에 있다). 어떤 눈높이에서 독자를 만날 수 있는지 확인해보는 계기랄까. 눈에 띄는 언론리뷰들을 대충 스크랩해놓았는데, 하나 빠진 것이 있어서 마저 옮겨놓는다. 기사의 경쾌한 속도감이 마음에 든다.  

  

대학내일(09. 05. 29) 로쟈는 읽는다, 고로 로쟈는 존재한다 

인문학 책을 왜 읽어야 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사람 잡지 않기 위해서.” 문학 책을, 경제학 책을, 사회과학 책을, 실용서를 왜 읽어야 하느냐고 물으신대도 답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사고가 빈약할수록 주워듣거나 알고 있는 일부 사실만으로 섣불리 판단할 수 있으므로. 몸의 건강을 위해서 고른 영양소를 섭취하듯 정신의 건강을 위해서 책도 골고루 읽을 필요가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문학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꼽는다면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기 때문이 아닐까. 매주 소개하는 책들 중에는 개인적 취향이 담긴 것들도 있지만, 더러는 필요에 의해서 읽는 책들도 있다. 두툼하고, 각주의 압박에 한숨이 절로 나오고, 데리다·푸코 등의 철학자 이름이 친구라도 되는 양 자주 등장하는 책. 주로 인문서나 사회과학 책들의 특징인데, 그런 책들도 여러 권 읽다 보니 어느덧 ‘생각의 결’과 ‘생각의 망’이 촘촘해진 느낌이 든다.  

이번 주에는 한 인문학자의 서재를 들여다본다. 생각의 결과 망뿐만 아니라 폭까지 넓힐 수 있는, 세상을 저공비행하며 인문학적 지식으로 읽고, 보고, 담아내는 일명 ‘겉다리 인문학자’의 서재로 첫 걸음은 가볍게 Go!   

멀미 날 만큼 풍성한 호모 사피엔자의 서재 
로쟈는 누구인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는 한 인터넷 서점에서 ‘로쟈의 저공비행’이라는 이름의 블로그로 널리 알려진 ‘인터넷 서평꾼’이자, 대표적인 ‘인문학 블로거’이다. ‘로쟈’라는 이름을 듣고 흔히들 철학자 ‘로자 룩셈부르크’를 떠올린다는데, 본인의 말을 빌리자면 ‘로쟈’는 소설 ‘죄와 벌’의 주인공 ‘로지온 라스콜리니코프’의 애칭이라고 한다. 이 책은 로쟈라는 ID(필명)로 더 많이 알려진 저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엮은 블룩(blook, blog+book의 합성어)으로, 1997년부터 2009년까지 쓴 글을 간추려 실은 것이다. 다시 로쟈의 말을 빌리자면, “너무 쉽거나 어렵지 않은 글, 너무 말랑하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글”을 골랐다는데 인문학과 예술, 영화 등 장르를 넘나들며 펼쳐 보이는 로쟈의 박학다식함에 누군가는 “너무 어렵고, 딱딱하게”읽을 수도 있겠다.  

책은 다섯 개의 서재(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다. 첫 번째 서재 ‘걷어차야지만 자리에서 일어난다’에서는 로쟈가 들려주는 문학 이야기를, 두 번째 서재 ‘순간에 완성되는 사랑이 있을까요?’에서는 로쟈의 예술 리뷰를, 세 번째 서재 ‘아, 이 겸손한 느릅나무들’에서는 로쟈의 철학 읽기를, 네 번째 서재 ‘내 머리는 불타고 있어요’에서는 로쟈의 지젝 읽기를, 마지막 서재 ‘내 울부짖은들 누가 들어주랴’에서는 로쟈의 번역 비평을 담고 있다. 각 서재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을 보면 알겠지만, ‘호모 사피엔자(Homo Sapienza)’라는 그의 별칭이 절로 떠오를 만큼 로쟈의 관심사는 무궁무진하고, 독서량 또한 엄청나다. 가볍게 첫 걸음을 내딛었다 서재 입구에서 입을 떡 벌리고 주저앉기 십상이다. 지식이 또 다른 지식으로 이어지고, 한 권의  책 이야기가 관련 분야의 여러 권의 책으로 뻗어나가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에 보면 지리학자가 사는 별이 나오는데, 그는 여행자들이 보고 온 내용을 책에 기록하기만 한다. 즉 그가 하는 건 편력이 아니라 기록이다. 나는 책들의 성좌, 문학과 사상의 ‘지도’를 작성하는 데 취미가 있다.”     

현상의 본질과 이면을 파고드는 인문학의 근성 때문인지 로쟈는 단어와 문장을 꾹꾹 짚어보며 글을 전개해 나간다. 그리고 거기에 시를 즐겨 읽는다는 ‘촉촉한’ 마음이 더해진다. 블로그를 통해 로쟈를 알게 되었다면 책으로도 한번 읽어보자. 그는 “스냅사진으로 찍은 걸 증명사진으로 내놓은 격”이라고 말하지만, 종이 책에는 천천히 음미하며 읽을 수 있는 행간의 매력이 있으니. 마지막으로, 로쟈에게 책은 무엇일까? “내 인생의 빛, 내 허리의 불꽃…나의 지옥이자 연옥이자 천국이며, 나의 연인이자 친구,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나의 무덤.”   

09. 06. 19. 

P.S. 로쟈에 대한 가장 흔한 선입견 중 하나는 '엄청난 독서량'이다. 가장 자주 듣는 질문도 "그 많은 책을 언제 다 읽으세요?"이니까 이게 꽤 단단한 선입견이다. 책에 실은 '독서문답'에서도 사정을 밝혀놓았지만 사실 집중해서 책을 읽을 시간이 별로 없고, 그게 개인적으로는 가장 큰 스트레스 가운데 하나이다(그러니까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에 견주면 로쟈는 '가끔'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잘 믿어주지도 않는다(간혹 실망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그러니 그냥 "틈나는 대로 읽지요"라고 답하는 게 나을 듯싶다. 하긴 "읽고 쓰고 떠드는 일"로 치자면 대한민국 0.001%쯤은 될 듯하니 너무 빼는 것도 예의는 아니겠다. 단, 읽는 것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 중요한 건 즐겁게, 악착같이 즐겁게 읽는 것이고, 또 그렇게 읽기 위해선 쓰고 떠들 필요가 있다는 것. 그런 걸 나름대로 널리 알린 '공로'가 있지 않은가 한다. '곁다리 책상물림' 로쟈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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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9 10: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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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9 1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9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20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qui 2009-06-22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외의 고차원적 시크 개그센스를 발휘하셨던 로쟈님..뵈어서 반가웠어요!

로쟈 2009-06-22 10:46   좋아요 0 | URL
참석하신 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해 좀 아쉬웠습니다. 나중에 어디서 뵈면 아는 체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