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시인이 최근 신작 신집 <못난 시들>(이룸, 2009)과 함께 네 권의 산문집을 동시에 펴냈다. 산문집에 실린 많은 글이 작년 촛불집회에 촉발되어 씌어진 듯하다. 마침 시인과의 육성 인터뷰 기사가 눈에 띄기에 옮겨놓는다.   

노컷뉴스(09. 05. 08) 김지하 시인 “이명박 대통령, 촛불 의미 못 읽으면 혁명 온다” 경고  

▶ 진행 : 변상욱 대기자(CBS 라디오 '시사자키 변상욱입니다')
▷ 출연 : 김지하 시인


시인이자 생명운동가, 민족과 민중의 문학을 일궜고 유신독재에도 맞섰던 김지하 시인이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아주 쉬운 시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시집과 함께 4권의 산문집도 동시에 펴냈고요. 김지하 시인이 이 시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는 뭔지 들어보겠습니다. 



▶ 진행/변상욱 대기자> 시집과 산문집을 동시에 들고 오셔서 반갑습니다. '못난 시들'이라는 제목을 지으신 계기는 무엇입니까?

▷ 김지하 시인> 계기가 작년 시청 앞 촛불 때부터인데요. 촛불의 주역들이 20대 미만의 미성년, 어린이들, 이름 없는 많은 여성들, 노인들, 비정규직, 노숙자들 아니에요. 그러니까 못난 사람들이죠. 이들이 주체가 되고, 시청에서 정치적인 발언을 할 수 있는 때가 오는 걸 저는 제가 공부한 동학, 그러니까 후천개벽이라고 하죠. 거긴 기독교 방송이니까 예수 복음으로 하면 밑바닥 사람들을 이끌고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것과 같죠. 그런 것들을 못 난 이들의 시라는 뜻으로 썼습니다.

▶ 진행/변상욱 대기자> 아마 옛말에 대교는 약졸이라고 하더니 정말 지혜로운 것은 그렇게 어수룩하고 못나 보인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습니다.

▷ 김지하 시인> 그건 너무 과찬이시고요.(웃음) 



▶ 진행/변상욱 대기자> 촛불집회에 나가서 살펴보셨던 모양이군요. 젊은 사람들과 얘기는 나눠보셨습니까?

▷ 김지하 시인> 제가 얼굴이 팔리면 정부에서 안 좋게 생각할까봐 슬금슬금 밤에 가장자리에 가서 오래 있지도 못하고 4,5번 갔습니다.

▶ 진행/변상욱 대기자> 촛불이 1주년을 맞았습니다. 제2의 촛불, 제3의 촛불이 있었다고도 얘기하지만 촛불은 다시 켜질 거라고 보십니까?

▷ 김지하 시인> 이미 커졌죠. 이건 단순한 정치사건이 아니고 문명사 변동의 중요한 계기라고 봅니다. 그리고 지금 보십시오. 금융위기니 뭐니 하면서 문명의 중심이 유럽과 미국 중심의 방향에서부터 동아시아 태평양 쪽으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어요. 경제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그런 전체적 대세로 봐서 한반도에서 어린이들, 여성들, 노인들, 비정규직 같은 사람들이 정치주체로서 소리를 낸다는 것은 문명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계기죠. 이런 일은 자꾸만 반복될 것이라고 봤죠. 물론 이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도 있었죠. 저는 그것을 횃불, 숯불이라고 부르는데요. 그런 것에도 불구하고 촛불이라는 처음 순수한 못난 사람들의 희망이 계속해서 촛불을 켤 것이라고 봤습니다. 가만 보니까 5월 2일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 같아요. 



▶ 진행/변상욱 대기자> 촛불을 문명사의 변동이라고 본다면 거기서 이명박 대통령과 이명박 정권이 차지하는 위치나 역할은 뭡니까?

▷ 김지하 시인>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의 의미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무지한 거죠. 그걸 이해했으면 좋겠어요. 처음에 본인이 북악산 올라가서 머리를 숙이고 어쩌고 했듯이 이 예쁜 촛불을 오히려 들어 올리고 존중하는 태도로 가면 우리나라 국운이 지금 상당히 좋거든요. 그렇다면 문명의 대세가 우리나라로 오고 있는 것일 텐데. 맞이하고 마중하는 자세가 되고요. 만약 그것을 탄압하게 되면 문화혁명 같은 시끄러운 사태가 나요.

▶ 진행/변상욱 대기자> 87년 당시를 기억하시겠습니다만 민주화 운동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이어질 때 '죽음의 굿판을 거두라'고 일갈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마도 정치 세력들이, 사람들이 너무 어둡게 몰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걱정하셨던 것 같은데요. 그렇게 볼 때 지금 철거민들이나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저항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 김지하 시인> 그것도 좋지 않아요. 하여튼 목숨 끊는 건 안 좋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자살자 수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거든요. 대학생 자살자 수만 한 달에 30여명입니다. 또 고등학생 자살자도 1년에 140명입니다. 전체 자살자 수가 12000여명 되는데 이것은 OECD 국가 중 첫째예요. 전 세계 수준으로는 네 번째이고요. 젊은 여성 자살자 수가 남자보다 더 많습니다. 이건 내가 보기에 안 좋은 현상인데요. 이 안 좋은 어두움도 이 나라에서 큰 문명 변동이 오리라는 신호입니다. 해뜨기 전에 시커먼 것처럼.

▶ 진행/변상욱 대기자> 전조 같은 걸까요?

▷ 김지하 시인> 그런 거죠. 그러니까 시커멀 땐 흰 빛이 숨겨져 있다고 보는 거죠. 그렇게 봅니다만 자살은 안 해야죠. 용산 참사도 그렇고 이런 경우에 조금 지나쳤고.

▶ 진행/변상욱 대기자> 그렇게 몰고 가는 사회적 구조에 대해 분명한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들도 있는데요?

▷ 김지하 시인> 그래야겠죠. 그러니까 그것까지 포함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그 촛불 안에 포함되어 있는 여러 가지 갈망, 희망, 아젠다를 존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존중해서 받들고 그것을 해결하려고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데 자꾸 억누르려고 하고, 옛날 박정희 시대에 하는 식으로 흉내 내고 싸우면 혁명 터집니다. 제가 보기엔 틀림없어요.

▶ 진행/변상욱 대기자> 그래서 쇄신이라는 얘기가 요새 화두로 등장했습니다. 정치권의 쇄신이라고 구호는 내걸고 있는데, 어떻게 쇄신했으면 좋겠습니까?

▷ 김지하 시인> 말로만 자꾸 떠들죠. 말만 쇄신이에요. 예를 들어 홍준표 같은 사람은 4월엔 경제개혁법을 통과시켰고, 5월엔 사회개혁법, 6월엔 무슨 개혁법을 하고. 순 형식주의적이고 표피적인, 국회 통과시키면 모든 게 다 해결되는 양 그래요. 그러니까 보선결과 보세요. 완전참패 아니에요. 그건 이명박 정권 전부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너희들 그렇게 진짜 쇄신을 안 하고 말로만 떠들면 우리는 너희들을 안 찍겠다는 말이에요. 그 분위기를 빨리 읽어야죠. 그런데도 못 읽는 것 같아요. 노무현 전 대통령도 문제지만 이명박 대통령도 내가 보기엔 형편없습니다. 지금 4대강 깨작깨작 해서 국민들 불만만 많고 거기서 무슨 경제적 이득이 오겠어요? 그러니까 좀 성큼성큼 시원시원 나갔으면 좋겠어요. 



▶ 진행/변상욱 대기자> 동아시아 시대에 국운의 융성이 호기를 맞았는데요. 이 상황에서 김지하 시인께선 앞으로 어떤 일을 주로 하실 겁니까?

▷ 김지하 시인> 저는 정치운동 그런 것과는 완전히 담 쌓았습니다. 동국대학교와 원광대학교에서 석좌교수로 특강만 합니다. 거기서 불교와 동학, 기독교, 유교 등 전통사상과 서양사상, 나는 예수를 참 좋아하니까 이렇게 결합시켜서 우리나라와 동아시아 태평양에 오고 있는 새로운 문명의 대세, 여기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안 제시라든가 예감이라든가 이런 것과 연관해서 르네상스, 아시아 르네상스가 와야 한다고 보거든요. 워낭소리라든가 똥파리라든가 이런 게 예감이 와요. 그렇다면 불교와 기독교의 결합이라든가 이런 걸 가지고 사상사적인 변화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강의나 하고 글이나 쓰고 이러다 가렵니다.

▶ 진행/변상욱 대기자> 그래서 그것이 이번에 제목으로 다루신 못남의 길일 수도 있고요.

▷ 김지하 시인> 맞습니다. 이번 책도 전부 그 얘기예요. 

09. 05.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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