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신간 중에는 중국 관련서도 포함돼 있는데, 일본의 원로 중국학자 미조구치 유조의 <중국의 충격>(소명출판, 2009)이 그것이다. 찾아보니 <중국사상 명강의>(소나무, 2004), <중국의 공과 사>(신서원, 2004)가 이미 소개된 바 있다. 이번 책은 중국에 대한 시각 교정을 요청하는 것으로 분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론 이상수의 <아큐를 위한 변명>(웅진지식하우스, 2009)에 연이어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 필자는 공역자의 한 사람이다.   

세계일보(09. 04. 18) '떠오르는 중국'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

수십년간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 앞에 이제 중국이 세계적인 중심국가가 되었음을 부정할 수 있는 세계인은 없을 듯하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들이 이러한 중국의 부상을 ‘중국위협론’ 등으로 제기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내부의 결속을 강화하는 것 또한 중국의 위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논리의 반영인 셈이다. 또 중국과 이웃하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 가운데 일본 역시 중국의 이러한 성장을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는 없는 듯하고, 한국 역시 인적 물적 교류의 측면에서 중국의 강력한 힘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서구를 비롯해 동아시아 역내에서 중국은 이제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온 지 오래되었다. 이 충격은 받아들이는 이들의 입장에 따라 위협으로, 야만으로, 비민주로, 무질서와 오만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났지만, 근래 중국의 성장을 자신과의 관계 위에서 또는 세계 문명의 차원에서 제대로 평가해보려는 시도는 우리의 경우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미조구치 유조의 ‘중국의 충격’은 바로 이러한 시각에서 쓰인 책이다. 근대 이후 오랫동안 동아시아의 패권적 국가로서 자부해왔던 일본과 일본인들이 아직도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변화에 주목하지 못하고 차별과 멸시 등의 부정적 감정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이 이 책의 기본적인 저술 배경이 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일본의 근대사에서 늘 ‘일본(선진)-중국(후진)’이란 구도의 한 축으로서 기능해 왔고, 이런 과정을 통해 일본의 중국 인식은 왜곡된 형태로 형성되었다. 이러한 일본의 왜곡된 인식은 여전히 현상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중국의 대두를 전혀 문제시하지 않거나 서구의 위협론에 편승하여 그들의 부정적 중국상(中國像)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조구치는 바로 이러한 일본의 중국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근래 중국의 부상을 ‘충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충격’은 중국의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본인들의 인식, 즉 낙후된 중국과 선진화된 일본이란 이중적 인식을 문제화하기 위해 사용된 표현인 것이다. 

미조구치는 이미 학계에서 은퇴한 노학자임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초 수년간 진행했던 중국 연구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동아시아 내에는 각 국가마다 그 나라의 역사적 문맥이 존재하고 있고, 이것을 통해 폐쇄적인 상호인식이 형성되어 왔다는 사실을 절감하였다.

아울러 당시 동아시아에서 현안으로 대두했던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 동아시아의 비판적 지식인들과의 연대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었다. 이러한 활동을 계기로 중국학 연구자로서 자신의 중국 연구를 바탕으로 우선 동아시아 각국의 왜곡된 인식들을 타파하는 노력을 동아시아 지식인 공동으로 수행하자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는 일본을 비롯한 각 국가 간의 왜곡된 인식이 결국 서구 근대를 수용하면서 형성된 일국(一國)적 지식의 차별구조 때문이라고 파악하였다. 따라서 그의 연구와 지식인 연대운동은 궁극적으로는 서구 근대의 극복을 통한 세계적인 보편 문명의 건설을 지향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미조구치의 지향과 활동은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중국은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 그리고 동아시아 지역 내에서 새로운 평화적인 질서를 수립하고 새로운 미래 문명을 건설하기 위해 과연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 것인가 등등. 중국을 대상화하는 미조구치의 작업을 참조체계로 삼아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생산적이고 심도 있는 토론과 연구가 진행되기를 희망한다.(서광덕 안양대 대만연구소 연구교수)  

09. 04. 19.  

P.S. 책에 대한 출판사 소개에는 이런 내용도 들어 있다. "이 책은 일생 중국 연구에 몸담았던 일본의 노학자 미조구치 유조(溝口雄三)가 그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근대적 지식 체계의 차별 구조를 타파하고 동시에 미래의 신지식에 대한 모색을 동아시아 지식인 연대 운동의 차원에서 시도하고자 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가 일생 중국근대사상사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던 것 또한 왜곡된 일본의 근대를 비판적으로 극복하여 새로운 일본사회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미조구치는 일본의 근대화를 ‘서구추수’라고 비판하면서 중국을 비판의 근거로 삼아 일본 근대의 유약함을 폭로해낸 중국문학연구자 다케우치 요시미[竹內好]를 잇는 인물이라고 할 것이다." 요는 다케우치 요시미의 책들에 덧대어 읽어도 좋겠다는 것. 특히 <일본과 아시아>(소명출판, 2004)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책이다.   

부수적으론 쑨거의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그린비, 2007)에서 시작된 '아이아 총서'의 책들도 참고해볼 수 있겠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이 오키나와 문제를 다룬 도미야마 이치로의 <폭력의 예감>(그린비, 2009)이다. 

 

국내서로는 얼마전에 창비에서 나온 '근대의 갈림길' 시리즈가 유익해 보인다. <동아시아 근대이행의 세갈래>가 '총론'이고 중국편이 강진아의 <문명제국에서 국민국가로>이다. 최원식 교수의 <제국 이후의 동아시아>(창비, 2009)도 <중국의 충격>과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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