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종말
존 호건 / 까치 / 1997년 6월
평점 :
절판


이런 류의 책들을 보다 보면, 세계적인 과학자들의 면면보다도, 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터뷰하고, 주요한 업적들을 깔끔하게 소개해주는 저널리스트들이 더 대단해 보인다. 이 책의 저자인 존 호건도 그런 '대단한 사람'에 속한다.

지난 세기말에 나온 책이지만, 21세기를 맞은 현재에도, 과연 과학이 무얼 더 알 수 있으며, 우리가 알 수 있는 과학적 지식에는 한계가 있는가라는 도발적인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또 그것이 이 책을 읽는 일차적인 흥미가 된다. 영문학 전공자답게 인문학에 대해서도 해박하다는 것이 저자를 더욱 믿음직하게 하며, 문체도 좋고 번역도 우수하다. 요컨대, 나무랄 데 없는 책이다.

저자는 대학 시절, 인문학의 '반어적'(ironic) 성격에 실망하여 자연과학의 확실성과 무제한적 발전에 기대를 걸었지만, 그 자신이 이제는 과학의 미래에 대해서 회의적이게 된 상황을 서두에서 밝히고, 그러한 물음의 해답을 동시대의 여러 과학자들에게서 구하려고 한다. 물론 그 해답은 무 자르듯이 단번에 결판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과학의 미래와 장래성(?)에 낙관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더이상 주요한 과학적 업적은 기대할 수 없다고 회고조에 빠지는 이들도 있다. 어쨌거나 석학들의 머릿속을 회람하면서, 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살아갈까 하고 평소에 호기심을 가져본 독자들에게 더없이 요긴한 보고서라고나 할까.

역자인 김동광(과 과학세대)을 비록하여 이인식, 최재천 등의 저널리스트, 혹은 전공자들의 활동이 우리 나라에서도 활발해 지고 있다. 전문 과학자들과 일반 독자들을 연결시켜주는 이런 '제 3의 문화' 전도자들이 좀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래서 언젠가는 우리도 이렇게 외쳐봤으면. 과학 저널리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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