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끝나가니 슬슬 두려움이 생긴다. 밀린 일들의 쓰나미가 곧 덮칠 듯해서다. 아니 겨울이니까 눈사태라고 해두자. 저 눈더미를 딛고 생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벼운 종류로는 미뤄둔 리뷰기사 스크랩도 있다. 무얼 먹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려주는 생활 지침서들이라 한 살 더 먹으면서 읽기에 적합해보이는 책 두 권인데, 피에르 베일의 <빈곤한 만찬>(궁리, 2009)과 유진규의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김영사, 2008)는 진화생리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이해한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리뷰만 읽어도 조금 건강해진 듯한 느낌을 준다. 흠, 그래도 갈 길이 천리로군...  

문화일보(09. 01. 09) 먹을거리 부조화가 ‘현대병’의 원인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19세기 프랑스의 법률가이자 미식가였던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이 남긴 말이다. 프랑스의 농공학자이자 소비자 운동가인 저자가 지난해 내놔 화제를 일으켰던 책은 이 유명한 잠언의 현대적 이야기이다. 브리야 사바랭의 잠언은 이 책 속 한 챕터의 소제목으로 쓰이기도 했는데, 군더더기를 빼고 요약하자면 당신(현대인)이 살 찌고 온갖 현대병에 걸리는 것은 당신의 먹을거리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신(현대인)이 무엇을 먹는지를 보니 당신이 왜 병들어 가는지 말해줄 수 있겠다는 것이다.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면서 안전한 식탁을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환경 보호, 지속가능한 기술, 전지구적 소비자 운동, 최대 효율이 최고 덕목인 생활 윤리의 변화 등 인류 삶의 방향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책 역시 이 맥락 위에 서 있다. 그래서 약간의 기시감이 들기도 한데, 열띤 호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변함없음을 생각하면 이같은 책은 여전히 신선하고 의미있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다 이 책은 기존의 책들과 다른 미덕을 지녔는데, 바로 ‘재미’이다. 이 책은 세심한 논픽션이라기 보다는 재미있는 픽션같다. 상황별로 가상의 주인공을 등장시켜 구석기에서 현대에 이르는 인류의 음식과 건강의 역사를 풀어내고, 일본·그리스·알래스카의 음식과 질병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를 전해주며 말 그대로 종횡 무진, 현대인의 음식과 건강 이야기를 펼쳐내기 때문이다.

책은 비만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실례로 시작해 인류가 왜 이런 위기에 빠졌는지로 나아간다. 저자는 이 위기는 수만년 전에 만들어진 인간의 유전자와 지난 40년 동안 급격히 바뀐 음식의 부조화, 즉 늙은 유전자와 새로운 음식 간의 세대차라고 규정한다. 저자는 일벌과 같은 유전자를 가진 벌 유충이 8일 동안 로열제리만 계속 먹으면 여왕벌이 된다는 자연의 신비에 빗대, 인간 역시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유전자의 발현이 다르다고 말한다.

수만년 전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시절, 그 환경에 맞게 만들어진 인간의 유전자가 새로운 환경과 먹을거리를 만나 비틀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루시라는 가상의 구석기인을 등장시킨다. 루시는 먹을 것을 얻기 어렵고, 특히 겨울이 오기 전에 충분한 영양을 몸 속에 비축해야 한다. 곰에게 쫓길 때면 모든 육체와 뇌를 가동해 달아나야 했다. 그런데 루시의 유전자를 지닌 현대인은 어떻게 됐는가. 유전자는 위기 상황을 위해 열심히 남는 영양은 피하지방으로 축적하는데, 영양 과잉에 운동량은 줄어들었고 견뎌야할 겨울도 달아나야 할 곰도 없어졌다.

이어 저자는 건강에 대한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식품·제약 산업과 의학계의 처세를 폭로한다. 음식과 관련된 잘못된 흑백논리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동물성 지방이 나쁘다는 흑백논리는 식물성 지방 쏠림 현상을 낳았지만, 결국 팜유는 트랜스지방 덩어리였다는 식이다. 결국 저자는 생태계를 보호하고, 먹이 사슬을 존중하며, 좋은 먹이를 줘서 가축을 잘 기르면 그 가축들은 우리에게 좋은 먹을 거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체를 아우르는 음식과 문화의 생활 혁명을 누차 강조한다.(최현미기자)   

시사IN(09. 01. 05) '에너지 파티’ 끝났다 인간 동력 시대 열어라 

홍적세에 살았던 우리 조상은 매일 마라톤 코스에 대항하는 거리를 걸었다. 오늘날 인류의 유전자는 석기시대 조상과 다를 바 없지만 하루에 걸어다니는 거리는 1km를 넘지 못한다. 페달보트로 대서양을 횡단하기 위해 훈련 중인 그레그 콜로지에직은 이렇게 말한다. “유전자 정보가 요구하는 대로 사는 것이 현명한 겁니다.” 콜로지에직은 자전거를 비롯한 인간 동력 교통수단이야말로 운동 부족으로 온갖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을 구원할 유일한 방법임을 역설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교외에 사는 데이비드 부처는 페달 발전기를 만들어 매일 30분 운동으로 하루 55와트시(Wh)의 전력을 생산한다. 그는 비교적 큰 전력이 필요 없는 미니콤포넌트·전기면도기·무선전화기·선풍기·로봇청소기·모니터를 이 전력으로 사용한다.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전력량이 아닙니다.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 사용해보면 자기도 모르게 아껴 쓰게 되거든요. 인력 발전을 시작한 이후로 저는 플러그 빼놓기를 생활화하고 있어요.” 지붕에 PV페널을 설치해 태양광발전까지 하는 그의 전기료 고지서의 요금은 ‘$0’.

홍콩의 번화한 금융가 뒤쪽에 자리 잡은 ‘캘리포니아 피트니스’ 클럽은 회원의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바꾸어 사용하는 곳이다. 회원들이 운동을 하면 운동기구에 내장된 발전기가 전기를 만들어 헬스클럽의 형광등과 모니터를 켜고, 남는 전기는 배터리에 저장한다. 한 사람이 일 년 동안 매일 한 시간씩 인간 동력 운동기구로 운동하면 전기를 18.2㎾ 생산할 수 있고 4380ℓ의 이산화탄소 방출을 막을 수 있다. 서울시민 모두가 그렇게 한다면 화력발전소 1기분 전력인 30만 킬로와트시(㎾h)를 생산할 수 있다.

저자는 간단한 일도 되도록 시끄럽고 스펙터클하게 해치울 수 있어야 고급 제품으로 평가받는 ‘이상한’ 세태를 꼬집는다. 예컨대 구멍에 연필을 넣으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흔들어대는 자동 연필깎이는 저자가 보기에 쓸데없는 물건이다. 인간 동력 비행기 개발자 크리스 로퍼는 말한다. “배터리 없이도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더 좋은 도구가 아닐까요? 플러그를 연결하지 않아도, 모터가 없어도 잘 작동하기만 한다면 간편하고 저렴하므로 더 좋은 제품입니다.”

아무데나 플러그를 꽂아대고 세 걸음 이상 거리면 승차하는 ‘에너지 파티’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 물론 그렇다고 인간 동력의 시대가 열릴지 전망은 불투명하지만,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저자의 말대로 ‘모든 가정이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었던 고에너지 사회는 역사상 단 한 차례의 흥겨운 파티로만 기억될 것’이다.(표졍훈_출판평론가) 

09. 01. 27. 

P.S. 요는 우리의 '늙은 유전자'의 요구사항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 가려먹고 많이 걸으라는 얘기다. '나는 타자다'(랭보)란 말을 비틀어서 말하면 '내 몸은 타자다' 정도가 되겠다. 마음대로 안되는 몸을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겠다. 도대체 읽을 책도 많은데, 왜 매일같이 잠을 자야 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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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 2009-01-28 15:50   좋아요 0 | URL
일의 쓰나미에 쓸릴 사람이 나말고도 있어서 다행이군요

잠은 자야 합니다
나는 다행히 잠은 잘 자서 그나마 견디고 있는것,
아침이 공포스럽죠..쓰나미.
두 책은 서점에서 함 살펴볼 여지를 주네요.

로쟈 2009-01-28 22:16   좋아요 0 | URL
그나마 다행이네요. 몇 달 무사히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