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일대학 사회학과의 제프리 알렉산더 교수가 지난주에 내한강연을 가졌다고 한다. '권력, 정치, 그리고 시민영역'이 그 주제인데 시의성이 있어 보이기에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 알렉산더 교수는 이름이 낯설지가 않아서 찾아보니 작년 가을 그의 책 <사회적 삶의 의미>(한울, 2007)가 출간된 바 있다. 사회학 교재로 많이 쓰인다는 <현대 사회이론의 흐름>(민영사, 1993)도 눈에 익은 책이다. 겸사겸사 사회학 분야의 신간들을 챙겨둔다.

한겨레(08. 07. 03) 제프리 알렉산더 “정치권력은 시민사회를 설득해야”

제프리 알렉산더 미국 예일대 교수는 ‘신기능주의’를 주창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사회 체제의 조화·균형에 주목한 파슨스와 머튼의 구조기능주의 등을 비판하면서 행위자의 의지가 사회변동에 끼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기능주의 또는 구조기능주의가 외면했던 사회 갈등의 요소를 주목했다. 그가 쓴 <현대사회 이론의 흐름>은 국내 사회학 강의에 단골로 등장하는 입문 교재다.


그가 지난달 30일 오후,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권력, 정치, 그리고 시민 영역’을 주제로 강연했다. 한국이론사회학회가 후원하고 연세대·고려대 사회학과가 공동주최하는 자리였다. 시민사회를 ‘시빌 스피어’(Civil Sphere)라는 개념으로 설명해 온 그는 이날 강연에서 “현대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파워 엘리트’와 시민사회의 관계”라고 말했다.

“나라에 따라 그 사회를 지배하는 파워 엘리트가 자본가일 수도, 지식인일 수도, 군인들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한 사회의 파워 엘리트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둡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그들 파워 엘리트에 대항하는 시민사회가 존재하느냐, 그리고 파워 엘리트는 그런 시민사회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현대 정치권력은 시민사회를 설득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교수들은 파워 엘리트죠. 대학에서는 그들도 권력을 갖습니다. 그러나 대학을 넘어 공공의 권력을 행사하려면 시민사회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정치권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알렉산더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국가가 권력의 중요한 원천인 것은 맞지만, 권력의 모든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일단 국가권력을 장악한 뒤에도 시민사회에 대한 설득과 동의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차이는 권력이 시민사회를 향해 힘을 사용하는지 설득을 시도하는지에 있습니다.”

그는 한국의 촛불집회에 대해 “대단히 자발적인 한국 시민사회의 에너지에 감동 받았다”며 “종교적 상징인 촛불과 순수의 상징인 10대 소녀가 만나 이 운동을 촉발했다는 것은 매우 환상적이고도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사회는 조용한 사회가 아니라 스캔들이 많은 사회”라며 “모든 사회에는 부정과 부패가 있는데, 그것이 지속적으로 밝혀져서 시민들이 이에 반응하는 것이 좋은 사회”라고 말했다.(안수찬기자)

08. 07. 06.

P.S. 한겨레의 '7월 3일 학술 새책'으로 소개된 두 권은 ''97년 외환위기와 사회불평등'을 다룬 김문조 교수의 <한국 사회의 양극화>(집문당, 2008)와 '당비의 생각' 첫 권으로 나온 <광장의 문화에서 현실의 정치로>(산책자, 2008)이다. 각각의 간단한 소개를 덧붙여둔다.

"경제적 요인을 분석해 양극화를 설명한 기존의 방식을 넘어 각 계층의 의식적·정서적 열망-절망 구조에 주목해 한국 사회 양극화를 분석했다. 상류계급에 귀속되려는 소수의 ‘야망 계급’과 상시적 불안감에 시달리는 다수의 ‘절망 계급’으로 분절된 한국 사회가 사고·느낌·삶의 방식을 달리하는 ‘신 신분사회’로 진입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소통 합리성을 증진해 야망·절망 계급 사이에 놓인 인식의 괴리를 좁혀 경제적 양극화 극복의 공통분모를 찾자고 제안한다."

"발행을 중지했던 계간 <당대비평> 그룹이 ‘당비의 생각’이라는 제목을 달아 연속 단행본 시리즈의 첫 권을 내놓았다. 민주화 체제와 이명박 정권 사이에 어떤 연속성이 있는지를 따져 묻는 야심찬 기획이다. 지난 20년간 진행된 ‘민주주의 기획’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고, ‘민주주의의 재민주화’를 위해 대면해야 할 과제를 짚었다. 정치학의 패러다임을 벗어나 문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여러 필자들의 글을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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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07-08 00:14   좋아요 0 | URL
당대비평에 좋은 글이 많았죠.환영!

제프리 알렉산더의 <사회적 삶의 의미>는 올해 봄.시내 모 도서관의 신간서적 서재에 있어서 제목 요상하다...하고 봤는데 저자 서문에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는가,중요한 사회문제의 여론형성은 어떤 과정을 거쳐 주류로 자리잡는가를 뒤르켐의 집합표상과 그람시의 헤게모니 개념을 분석도구로 하겠다는 말이 나와서 야...대단하구나...생각했죠.그 중 제가 관심있는 홀로코스트에 관한 기억을 읽었습니다.박노자가 소개해서 국내에도 알려진 노만 핑켈슈타인의 견해를 비판하면서 마이클 왈쩌의 손을 들어주는 대목에서 아하...그래...했죠.마이클 왈쩌는 친 이스라엘 파로 알려져 있어서요.좀 더 자세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뒤 대출하지 못했습니다.이번주 대출해야겠네요.

그런데 제가 로자 님의 페이퍼를 뒤쪽부터 읽고 있는데 댓글이 안 달릴 때는 한국사 또는 본격적인 이론을 다룬 책 소개할 때이더군요.

로쟈 2008-07-08 00:22   좋아요 0 | URL
<사회적 삶의 의미>는 터무니없이 비싼 책의 하나인데, 도서관에서 대출이나 해볼까 합니다. 왈쩌는 한국에도 왔다갔지요. 한국사에 대해선 저도 나름 문외한인데, 댓글들을 안 달아주시는군요.^^;

노이에자이트 2008-07-08 00:54   좋아요 0 | URL
왈쩌는 친이스라엘적인 주장때문에 촘스키나 핑겔슈타인에게 비판을 많이 받죠.알렉산더의 책엔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도 다루고 베트남전 논쟁도 다루고 있는데 좌파를 의식하면서 중도보수적인 느낌이 강하더군요.본인 스스로가 좌파주도에 제동을 걸겠다는 식으로 말도 하구요.

로쟈 2008-07-09 22:15   좋아요 0 | URL
중도우파쯤 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