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배송받은 책은 영국의 저명한 극작가 톰 스토퍼드의 <유토피아의 해안>(2007)이다. 연초에 '어느 혁명가의 생애'(http://blog.aladin.co.kr/mramor/1033616)란 페이퍼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제1부 '항해(Voyage)', 제2부 '난파(Shipwreck)', 제3부 '구조(Salvage)'로 돼 있고, 전체 공연은 휴식 시간을 포함 12시간이 걸린다는 대작이다. 3부작을 모두 묶은 책은 지난 1월에 나왔지만 저렴한 페이퍼백이 지난 가을에야 나왔고 기다림 끝에 드디어 손에 넣게 되었다.

작년 가을의 기사를 다시 옮기면, "이 작품의 배경은 19세기 제정러시아시대. 유럽이 혁명 분위기에 휩싸여 있던 1833년부터 1866년까지의 30여년 간에 러시아 지식인들이 겪은 대립과 갈등, 좌절, 투쟁, 사랑, 꿈을 그린 것이다.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은 급진적 무정부주의자 바쿠닌, 작가 투르게네프, 문학비평가 벨린스키, 혁명적 사상가 알렉산더 헤르젠 등이다."

국내에도 번역/소개되면 좋겠다 싶지만 이런 데 눈독을 들이는 출판사는 드물어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게다가 한국 독자들이 희곡은 또 잘 안 읽는다). 나야 물론 전공과 관련된 책이기도 하고 강의용 참고서이기도 해서 아무런 망설임도 가질 수가 없지만.

책머리에 실린 감사의 말을 잠시 읽어보니 스토퍼드는 이 '러시아 지성사'를 쓰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이로 두 사람을 꼽고 있다. <러시아의 사상가들>의 저자 이사야 벌린과 <낭만적 망명가들>의 저자 E. H. 카이다. 벌린의 책은 늦어도 내년에는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카의 책은 어떤지 모르겠다. 그의 전기 <미하일 바쿠닌>은 곧 새로 번역돼 나오는 걸로 아는데, 이왕이면 이 책도 마저 소개되면 좋겠다(*찾아보니 <낭만의 망명객>(까치, 1980)으로 소개됐었다. 손을 봐서 재출간하면 좋겠다).

거기에 더 보태자면 스토퍼드가 가장 먼저 감사를 표하고 있는 에일린 켈리의 연구서 <또다른 해안을 향하여(Toward Another Shore)>(1998)과 <피안에서의 견해들(Views from the Other Shore)>. <유토피아의 해안>이란 작품명을 들었을 때 제일 처음 떠올린 책들이기도 한데, 실제로 스토퍼드가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말하자면 '자문'역이었던 셈이다. 내년 1학기에는 겸사겸사 이 책들과 씨름하면서 '유토피아의 해안'을 좀 거닐어 봐야겠다...

07.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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