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자 조간신문 문학란의 가장 큰 기사는 이번에 한국어판 <끝없는 벌판>(아시아, 2007) 출간을 계기로 내한한 베트남의 젊은 작가 응웬옥뜨에 관한 것이다. 원작은 베트남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문제작'이라고 하는데, 분량은 의외로 단촐하다. 200쪽이 안되는 중편 정도.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1962)가 구 소련사회에 던졌던 충격파 정도에 비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하튼 관심을 갖게 되는 작가이고 작품이다. 관련기사들을 모아놓는다.

경향신문(07. 10. 04) 베트남 발칵 뒤집은 ‘용감한 소설’

'베트남 문학사에서 100년에 한 번 나올 법한 작가가 탄생했다.’(소설가 바오닌)

‘베트남 사회는 응웬옥뜨와 같은 ‘용감한’ 작가를 기다려왔다.’(시인 찜짱)

이런 찬사를 받은 젊은 여성 소설가 응웬옥뜨(31)가 지난 1일 한국에 왔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소설 ‘끝 없는 벌판’(하재홍 옮김·아시아)이 국내 출간되는 것을 계기로 ‘베트남을 생각하는 젊은 작가모임’에서 초청한 것. 베트남의 국민 시인 찜짱, 여성 시인 투응웨트, 그리고 SBS 드라마 ‘머나먼 쏭바강’(박영한 원작)의 미술감독을 맡았던 소설의 삽화가 쩐루언띤과 동행했다.



‘끝 없는 벌판’은 메콩강의 작은 거룻배에서 폭력적인 홀아버지와 함께 오리를 치며 살아가는 남매의 성장기를 18세 소녀의 눈으로 그렸다. 어머니의 가출 이후 우울하기만 하던 이들 가족 앞에 어느날 매춘생활을 하던 여자가 나타나고 아버지와 동거를 시작한다. 17세 소년 디엔은 그 여자에게 모성애와 이성애를 함께 느낀다. 그러나 조류독감이 강타하자 공무원들이 오리를 도살하러 온다. 여자는 성 상납을 해 오리를 지키지만 아버지는 오히려 비아냥거린다. 환멸을 느낀 여자가 거룻배를 떠나자 디엔도 떠난다. 그러던 중 화자는 동네 사내아이들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화자는 자신의 임신 가능성을 생각하며 아빠 없는 아이지만 잘 기르겠다고 다짐한다.

이 작품이 베트남작가협회에서 발간하는 월간 ‘문예’ 2005년 9월호에 발표되자 젊은 독자들은 거침 없는 묘사에 열광했다. 그러나 ‘미풍양속을 해친다’ ‘가난·매춘·부정부패 등으로 베트남을 그렸다’ ‘너무 절망적이다’라는 비난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3월 작가의 고향인 까마우성 사상교육위원회가 ‘정치·도덕·작가덕목 교육’(자아비판)까지 시도했다. 그러나 지난해 베트남작가협회가 주는 최고 작품상을 받으면서 논란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응웬옥뜨는 “처음 비난 받았을 때는 현기증을 느꼈으나 그것도 내 책에 대한 여러 반응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다. 아무 반응도 없는 것보다 오히려 나았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의 사회 현실을 그리고자 한 건 아니고 원한과 용서에 대해 생각해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가난 때문에 청소년기를 집안일과 농사, 채소장사 등으로 보내다가 10학년(고등학교 1학년) 때 중퇴했다. 그러나 자신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20살부터 글쓰기를 시작한 뒤 베트남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로 떠올랐다. 지난 7월 베트남어로 번역된 ‘한국근현대단편소설선’을 처음 접한 뒤 “아시아인으로서 내면세계가 비슷하다”고 느꼈으며, 특히 신경숙·은희경·김인숙 등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좋았다고 밝혔다.(한윤정기자)

한겨레(07. 10. 04) "한국인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들 이야기 쓰겠다”

젊은 여성 작가 응웬옥뜨(31·사진)는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베스트셀러’라는 말을 현실로 만든 사람이다. 2005년에 나온 그의 소설집 <끝없는 벌판>은 이틀 만에 초판 5천 권이 매진되었으며, 지금까지 8만부 정도 팔렸다.

<끝없는 벌판>이 베스트셀러가 된 데에는 이 소설이 불러온 ‘스캔들’도 한몫을 했다. 이 중편소설이 2005년 9월 잡지에 발표되자 다수의 독자들은 열광했지만, 소수의 경직된 당 관료들은 이 소설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베트남 농촌 사회의 궁핍상과 도덕적 타락, 그리고 공무원들의 부패를 노골적으로 그렸다는 점 때문이었다. 결국 이듬해 3월 작가의 고향이자 거주지인 남부 까마우성 사상교육위원회가 ‘자아비판’을 위해 작가를 소환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문인과 예술인들은 물론 언론과 일반 독자들까지 나서서 작가에 대한 탄압을 중지할 것을 요구했으며 그 와중에 책은 불티나듯 팔려나갔다. 논란은 2006년 말 베트남작가협회가 이 소설에 최고작품상을 주는 것으로 극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응웬옥뜨는 ‘불온한 젊은이’에서 일약 베트남 문학의 희망으로 처지가 바뀌었다.

“처음에 비판적인 평가를 들었을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현기증이 날 정도로 힘들었어요.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누구든 자기 방식으로 책을 읽을 권리가 있다는 식으로 편하게 생각하게 되었지요. 아예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보다는 비판적인 반응이라도 있는 쪽이 나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끝없는 벌판>의 한국어판(하재홍 옮김, 아시아 펴냄) 출간에 즈음해 방한한 응웬옥뜨는 2일 저녁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소설과 베트남 문학에 대한 견해를 들려주었다. <전쟁의 슬픔>(바오닌)이나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반레) 등 그동안 한국에 소개된 베트남 소설들은 대부분 베트남전쟁의 아픔을 다룬 것들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뒤에 태어난 응웬옥뜨의 <끝없는 벌판>에는 전쟁이 등장하지 않는다. 작은 거룻배를 거처 삼아 강을 떠돌며 오리를 치는 홀아버지와 두 남매의 이야기를 중심에 놓고 베트남 농촌 사회의 피폐한 현실이 사실적으로 그려질 뿐이다. “베트남 문학에서 전쟁에 관한 평가가 끝난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사람이 한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을 수 없듯이 문학에서도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한 거죠.”

작가는 앞으로 한국인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들의 문제를 소설화할 계획이라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사랑이 없이, 돈을 매개로 이루어진 결혼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상당수의 베트남 여성들이 바로 돈 때문에 한국 남성들과 결혼하고 있어요. 가슴 아픈 일이죠. 소설가로서 저는 그 문제를 반드시 다루어 보고 싶습니다.”

응웬옥뜨는 이번에 한국어판 <끝없는 벌판>에 삽화를 그린 화가 쩐루언띤, 베트남 국민 시인 찜짱, 그리고 역시 시인인 투응과 함께 방한했다. 이들은 4일 오후 1시 서울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협회 강당에서 열리는 한·베 문학 세미나에 소설가 공선옥씨, 평론가 고명철·이명원씨 등과 함께 참석한다.(최재봉 문학전문기자)

07. 10. 04.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7-10-05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