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로 저녁을 때우고 잠시 기사들을 검색해본다. 밖은 또 비다. 장마가 지나간 건지 아니면 아직도 장마인 것인지 헷갈린다(아마 밖에 내리는 비도 헷갈릴 것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여름휴가가 없다는 것. 이런 '우기(雨期)'에 휴가를 보내느니 차라리... 그래도 휴가는 있는 게 좋겠다(안 그런가?). 눈에 띄는 기사들도 없어서 최근 한국을 찾았다는 사진작가 데이비드 앨런 하비(1944- )에 관한 기사를 옮겨놓는다. 사진 몇 장 감상하는 것으로 '휴식' 시간을 대신한다... 

 

한겨레(07. 08. 14) "좋은 사진? 피사체와 친해져라”

“나는 항상 처음처럼 일한다. 스스로를 비우고 거울과 창문이 되고자 한다.” ‘현재의 한국’을 찍기 위해 한국에 온 사진작가 데이비드 앨런 하비(64)의 대답은 거리낌이 없다. 37년의 사진 이력에다 세계적인 다큐사진작가 그룹인 매그넘 정회원이란 자신감이 묻어난다.

그의 모토는 일을 즐긴다는 것. “흔히 사진 따로 일 따로인데 나는 좋아하는 사진이 곧 일이어서 즐겁게 일한다.” 그가 사진에 매료된 것은 자신의 특별한 과거와 관련된다. 6살 때 소아마비를 앓으면서 못 걸을 줄 알았다. 바깥세계를 동경하게 된 그는 카메라에서 외부와의 소통방법을 찾았다. 그가 97년 54살 때 정회원이 된 매그넘은 그에게 명성이나 트로피가 아니다. “매그넘은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서 참 좋다.” 미주리대 저널리즘 스쿨 졸업 뒤 캔사스의 <토피카 캐피탈 저널>을 시작으로 여러 신문사에서 일을 했는데, 그는 “신문사 일이라는 게 하고싶은 일이 아니라 주어진 일”이었다고 말했다.

86년 프리랜서가 되기 전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궁합이 가장 잘 맞았다. 직원일 때 30꼭지, 프리랜서일인 10꼭지 등 모두 40꼭지의 기사를 실어 가장 많은 기사를 실은 축에 속한다. 체사피크 어부들의 작은 섬인 탕기에 섬에 관한 기사를 시작으로 프랑스의 10대, 베를린 장벽, 마야문명, 베트남, 미국 원주민, 멕시코와 나폴리 등 전세계에 걸친 기사를 썼고 79년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미 국립공원 특별판의 총책임을 맡기도 했다.

“사진작업은 반드시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는 갱들의 삶을 취재한 경험을 얘기했다. “그들은 삶의 반을 감옥에서 지낼 만큼 거칠다. 이웃한테도 무서운 존재다. 하지만 2년동안 그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친구가 되어 전시회를 열 때 그들은 손님으로 와서 랩 음악을 연주해 주었다. 그들은 시인이기도 해서 사진집에는 그들의 시가 들어갔다.”

그가 ‘현재의 한국’에서 맡은 부분은 ‘젊은이와 그들의 문화’. 홍익대, 명동, 코엑스, 종로, 대학로 등을 중심으로 해서 확장해나갈 생각이다. 60대 노인이 젊은이 문화를 잘 포착해 낼까. “젊은이는 에너지가 충만하고 상승욕구가 강하다. 나 역시 그렇다.” 비교적 짧은 20일동안 가능할까.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그동안 이곳 관계자와 지속적인 접촉을 했고 작년에 한 힙합 작업의 결과가 좋았다. 그것으로 충분하다도 본다. 문제는 교감인데, 아는 사람과의 교제와 나의 본능이 교감을 가능하게 하리라 본다.” 그는 낯선 주제에 부닥쳤지만 늘 성공했다면서 스스로도 그게 미스테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블로그에 부지런히 사진과 글을 올리고 그것을 통해 각국의 젊은이들과 교유하고 있다. 또 입국하기 전 한국의 지인을 통해 각종 정보를 입수해둔 상태였다.

인터뷰 머리에서 “무엇이든 물어보라”, 중간중간에 “좋은 질문이다”라고 말하는 모양이 좋은 선생님을 연상시켰다. 알고보니 그는 매그넘 교육부문 책임자였다. 가끔 대학강단에 서기도 하고 오랫동안 여러 워크숍을 진행한 바 있다. 그는 즐기면서 일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일에 들어가면 그냥 열중하는 게 아니라 전보다 더, 다른 사람보다 더 열중하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말할 꺼리를 갖지 않으면 의미있는 발언을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사진이 그렇게 좋다면 애지중지하는 사진기와 아내가 물에 빠지면 무엇부터 건질까. 파안대소 뒤에는 역시 정답. “가족이 최우선이다. 아이가 둘인데, 그들이 어려서는 일하는데 데리고 다녔다. ‘쿠바’를 주제로 찍었을 때는 영화를 하는 아들과 함께 일했다.”(임종업 선임기자)

07. 0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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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 2007-08-16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좋은 사진인데요.. 감정적으로 끌립니다..

로쟈 2007-08-16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바로 보이는) 해변가 사진은 저도 눈에 익습니다...

수유 2007-08-16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그렇죠? 발레를 배우는 소녀들과 노란 하늘 밑으로 땅에 코를 박고 걷는 개의 사진도 참 인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