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러시아 관련 기사를 옮겨놓는다. 현재 과테말라에서는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놓고 러시아의 소치와 한국의 평창이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와 함께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고,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까지 현지에 가세하여 대대적인 유치 공세를 거들고 있다(러시아의 대표적인 여름 휴양지 소치의 최대 약점은 기반시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유치가 결정되면 다 만들어놓겠다는 게 '러시아식' 계산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과테말라로 향하기 전 푸틴의 마지막 일정은 부시가(家)의 별장에서 농어 낚시를 한 것이었다(그가 동계올림픽도 낚을 수 있을까?). 그의 거침없는 행보는 한반도 주변 정세와도 무관하지 않기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2일(현지시간) 美 메인주 케너벙크포트의 부시 가문 별장 부근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낚시를 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농어를 낚고 기뻐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고, 왼쪽부터 부시 전 대통령, 낚시 가이드인 빌리 부시 그리고 현 대통령 부시다. 푸틴 대통령은 "잡은 농어를 다시 바다에 놓아주자"고 제의해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의 전 ·현직 대통령인 부시 부자와 푸틴이 함께 잡은 농어는 '자유의 몸'이 됐다. (AP) 

한국일보(07. 07. 04) 러시아, 품격의 페레스트로이카

푸친 러시아 대통령의 최근 행보가 그야말로 거침없다. 지난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세계적 기업의 CEO 등 6,000명의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포럼에서 새로운 국제금융무역기구의 창설을 역설하며 서구 중심의 국제경제질서 재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또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에 대해 ‘나치의 제3세계’에 비유하며 맹비판하는 등 미국과의 대립각 세우기에도 한창이다. ‘강한 러시아’를 되찾겠다는 취임 당시의 공언대로 미국과 서구를 향해 당당하게 큰 소리를 치며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여기엔 소비에트 붕괴 후 오랜 경제 사회적 혼돈 속에서 잃어버렸던 러시아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미국과 서구 중심의 패권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제질서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야심찬 포부가 깔려있다. 이는 곧 러시아의 대외정책이나 국가이미지 제고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초고속 경제성장이 이 같은 자신감 넘치는 행보의 든든한 받침대다.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막대한 석유 수출로 러시아 경제는 최근 몇 년간 6~7%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 외환보유액도 3,000억달러가 넘어서며 ‘오일머니’가 넘쳐나고 있고 2000년 1,778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도 지난해 7,000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부총리도 최근 “러시아가 2020년까지 세계5위 경제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경제대국로서의 러시아 부활’을 알리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 전방위적 러시아 알리기 총력
경제 회복에 따른 자신감으로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높여가는 러시아 정부는 국가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도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그 중추 기관이 바로 ‘러시아 국제 과학문화 교류협력 센터’다. 1925년 설립돼 여러 조직체계를 거친 후 2002년 러시아 외교부 산하 기관으로 재편된 이 센터는 37개국에 설치된 43개의 센터 지부와 20여개국에 파견된 직원 등을 통해 현대 러시아의 이미지를 시시각각으로 전파하는 전진기지다.

당장의 러시아 국내외 정책을 홍보할 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 행사를 통해 러시아의 문화적 자산을 전파하고 러시아어를 보급하는 등 문화 보급진지의 역할도 맡고 있다. 영국의 브리티시 카운슬이나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가 장기적인 문화교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 반해 이곳은 정책 홍보 및 경제협력 지원까지 아울러 담당하는,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국가홍보 및 문화ㆍ경제ㆍ과학 교류 기관이다.

센터는 최근 러시아 주변 국가와의 교류 협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지난해 중국의 각 도시에서 대규모의 ‘러시아의 해’ 행사를 개최해 러시아 알리기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1년 동안 영화제, 미술전시회, 학교간 교류행사 등을 열며 문화ㆍ교육ㆍ경제ㆍ과학 분야에서 무려 1,500여개의 이벤트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중국 신문이나 TV보도에서 러시아 관련 기사가 15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올해는 러시아에서 ‘중국의 해’ 행사도 열리고 있는데, 센터는 향후 2~3년 내에 인도 등 12개국에서 이와 비슷한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특히 러시아 정부는 올해를 ‘러시아어의 해’로 정해 러시아어 보급에도 힘을 쏟고 있다. 러시아어는 주로 옛 소비에트 연방에 속했던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와 동유럽 등에서 1억7,000만명이 사용하는 세계 4번째 언어. 러시아어가 소비에트의 몰락과 함께 한동안 쇠퇴했지만, 러시아 정부가 올해 페스티벌, 세미나, 전시회, 언어 연수 등을 실시하며 다시 본격적으로 러시아어 위상 강화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는 것이다.

■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을 꿈꾸는 러시아의 발걸음
이 같은 대대적인 국제 교류 협력 및 국가 홍보, 러시아어 강화 등의 작업은 결국 CIS, 동유럽 및 아시아 지역에서 러시아의 주도권을 확고히 다지겠다는 대외정책의 연장 선인 셈이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말에 열린 흑해경제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흑해연안과 발칸반도 지역의 구심점으로 복귀하겠다”고 천명하는 등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제기구나 경제기구의 창설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새로운 패권국가의 부활을 우려하는 주변 국가의 반발이 터져나오는 등 아직은 진행 초기단계다.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을 꿈꾸는 러시아의 발걸음이 성공하느냐의 여부는 러시아의 새로운 국가 이미지 구축 작업의 성과와도 궤를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모스크바=송용창 기자) 

07. 07. 03.

P.S. 러시아의 인터넷서점 오존을 검색해보니 푸틴 관련서가 현재 139종이 나와 있다(중복 포함).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돼 있는 책은 아래의 글모음집인데, <우리의 밝은 미래, 혹은 푸틴 만세>(2004)이다. 그에 대한 비판 세력들도 없진 않지만 러시아는 아직은 애국주의라는 '대세'를 따르는 듯하다... 

Наше светлое будущее, или Путин навсегда

P.S.2. 우리로서는 유감스런 일이지만, 결국 소치가 동계올림픽 후보지로 선정됐다. 여하튼 푸틴이 또 하나 낚아올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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