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학 강의책을 올 하반기에는 출간하게 될 것 같은데, 그와는 별도로 나쓰메 소세키에 관한 책도 언젠가는 내보고 싶다. 이미 80%의 작품에 대해선 강의에서 다룬 바 있어서 한 차례 더 전작 강의를 하게 되면 가능하지 않을까도 싶다. 물론 보완해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그의 문학론을 검토하는 게 과제다. 더불어 가라타니 고진의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도 같이 검토해야 하기에 견적이 꽤 되는 일이다. 
















아무튼 그건 장래의 계획이고, 이번주 강의에서 소세키의 <나의 개인주의>(책세상)를 강의하면서 모파상의 단편에 주목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는 강연 '현대 일본의 개화'(1911)에서 소세키가 지나가는 길에 언급한 작품이다.


"모파상의 소설에 어떤 사내가 내연의 처에 싫증이 나서 편지를 남겼다든가 어떻다든가 해서 처를 내버려둔 채로 친구 집에 가 숨어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여자가 무척 화가 나서 결국 남자의 소재를 찾아내 심하게 항의를 합니다. 남자는 위자료를 내고 연을 끊는 담판을 시작하고 여자는 그 돈을 마루 위에 내동이치면서 "이런 것을 원해서 온 것이 아닙니다. 만일 정말로 당신이 나를 버릴 마음이라면 나는 죽엣어요" 하며 거기에 있는 (3층인가 4층의) 창에서 뛰어내려 죽어버리겠다고 말합니다. 남자는 태연한 얼굴로 '제발'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여자를 창 쪽으로 꾀는 행동을 했습니다. 그러자 여자는 갑자기 뛰어가 창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죽지는 않았지만 후천적으로 불구가 되고 말았습니다. 남자도 여자의 진심이 이렇게 눈앞에 증거로 나타난 이상, 경박한 매춘부를 대하는 듯한 느낌으로 지금까지 여자의 정절을 의심하고 있었던 것을 후회하고 다시 원래의 부부로 되돌아가 병상에 있는 처를 간호하는 데 몸을 맡긴다는 내용이 모파상 소설의 대강의 줄거리입니다."(118쪽)

















모파상의 작품이라지만(제목은 '모델'이다) 읽은 기억이 없어서 자연스레 검색해보았는데, 뜻밖에도 전자책으로만 한 종이 나와있고(범조사판) 어지간한 선집에는 모두 빠져 있다. 영어본은 온라인에서 바로 구하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번역본이 없으니 아쉽게 여겨진다. 현재 최대 분량을 수록하고 있는 현대문학판 <기 드 모파상>에는 63편이 번역돼 있는데, 전체 300여 편 가운데 1/5에 해당하므로 아직 전체적으로는 2/3 가량의 작품이 미번역된 게 아닌가 싶다(체호프의 경우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자료를 보니 모파상의 작품은 프랑스 작가 가운데서는 카뮈, 사르트르, 지드 등과 함께 한국에 가장 많이 소개된 축에 속한다.   


















모파상 단편 강의에서는 보통 '비곗덩어리'나 '목걸이''두 친구' 등 잘 알려진 작품을 다루지만, 그렇게 소개되지 않은, 흥미로운 작품들이 더 있을 것 같다. 한 작가를 읽는 일도 녹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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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tejian1120 2021-02-18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문학 강의책을 준비하고 계신다니 기대가 됩니다. 작가 본인의 생각과는 별도로 일본문학에 범주에 넣기는 애매하지만 가즈오 이시구로가 떠올라 글 남깁니다. 선생님의 가즈오 이시구로 강의를 매우 인상적으로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러시아 문학 강의와는 달리 동영상이 없어서 다시 접할 기회가 없네요. 강의책을 기대해도 될까요?

로쟈 2021-02-25 07:07   좋아요 0 | URL
이시구로는 노벨문학상 강의책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일본문학강의는 연내출간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