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철학자 페터 슬로터다이크의 신작이 나왔다.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오월의봄). '인간공학에 대하여'가 부제. 영어본을 몇년 전에 이미 구해둔 책이다(제목 때문에). 앞서 릴케와 로댕의 듀오그라피도 같은 제목으로 나온 바 있다.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가 릴케의 시구여서다.
"페터 슬로터다이크는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인용되고 있는 철학자이자 가장 논쟁적인 철학자이다. 방대한 양의 철학서를 생산하면서도 스스로를 철학자가 아니라 자유저술가라고 소개하는 그는 1999년과 2009년 두 차례 프랑크푸르트학파와 논쟁을 벌이면서 ‘비판이론은 죽었다’(1999)라고 선언하며 비판이론의 제도화와 기득권화를 지적하거나 ‘세금 국가’(2009)를 비판하고 부르주아의 자발적인 자선 행위를 대안으로 제시했으며, 시리아 난민이 대거 유입하여 유럽이 혼란에 빠지던 2016년 메르켈 총리의 적극적인 난민 수용 정책에 거부감을 표하며 이른바 ‘난민 논쟁’의 한복판에 있었다. 그래서 그를 두고 ‘아방가르드 보수’ ‘좌파 보수’라고 규정하곤 한다. 슬로터다이크는 이 책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를 통해 당시의 논의를 ‘자기 자신에 대한 작업’을 위한 정신적, 육체적 수행 절차를 가리키는 ‘인간공학’의 차원으로 더 확장시킨다."
슬로터다이크가 처음 소개된 건 2004년 그가 방한하던 해에 출간된 <인간농장을 위한 규칙>(한길사)을 통해서였는데,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2009)는 거기에 이어지는 책이다(확인해보니 영어판이 2013년, 독어판이 2009년에 나왔다. <분노는 세상을 어떻게 지배했는가>(2006)는 그 사이에 나왔군.
한편 슬로터다이크의 책이 나올 때마다 유감을 표하게 되는데, 대표작 <냉소적 이성 비판>(1983)이 절반만 번역되고 끝내 소식이 없다(번역에 대한 냉소를 부른다). 소위 '찐따'가 된 것. 이후에 슬로터다이크의 책들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반응하기 어렵다. 대신에 흥미로운 비평으로는 읽을 수 있는데, <너는 너의 삶을 바꾸어 한다>에도 릴케와 니체, 카프카, 시오랑에 관한 흥미로운 장들이 들어 있다.
시오랑 얘기가 나와서 적자면, <태어났음의 불편함>(현암사)이 새 번역본으로 다시 나왔다. 앞서 두 번 다른 제목으로 나왔던 책(<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와 <내 생일날의 고독>). 시오랑에 관해서는 여러번 페이퍼를 적은 적이 있는데, 두서없이 소개된 점이 그동안 아쉬웠다. 이번 번역본은 뭔가 정본에 가까운 것이길 기대한다(일차적으론 인용 가능한 책이 정본이다).
브뤼노 라투르가 슬로터다이크의 철학적 맹우라는 사실은 이번에 알았는데, 라투르의 책은 슬로터다이크보다는 체계적으로 많이 소개돼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읽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누가 더 난해한지는 확인해봐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