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강의를 마치고 귀경하는 길이다(오며가며 기차안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한여름에는 곤혹스러울 것 같다). 마침 카뮈의 <페스트>를 다루게 돼 겸사겸사 오늘 새벽에는 국내에 소개된 아프리카 작가들을 꼽아보았다( <페스트>의 배경이 알제리다). 대략 15명의 작가를 추릴 수 있었는데 한 학기 강의라면 이 가운데 최대 10명까지 다룰 수 있겠다 싶다. 작가당 작품 수를 늘리면 5-6명 정도이지 않을까.
국적으로 분류하면 나이지리아 작가와 남아공 작가가 가장 많다. 그밖에 이집트와 알제리, 수단, 케냐, 세네갈 등의 국적을 갖고 있고, 언어는 대부분 영어이거나 불어다. 나지브 마흐푸즈나 존 쿳시 같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도 있고, 치누아 아체베나 응구기 와 시응오처럼 근년의 유력 후보도 있다(예상대로 쿳시의 작품이 가장 많이 소개되었다). 강의를 진행하게 되면(빠르면 올 하반기부터다) 좀더 정밀하게 살펴보고 작품의 우선순위도 정해야 한다.
아쉬운 것은 몇몇 주요 작품이 절판되었다는 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나딘 고디머의 <거짓의 날들>과 <보호주의자>, 벤 오크리의 <굶주린 길> 등이 대표적이다. 쿳시의 <마이클 K>도 아직 재출간 소식이 없다.
세계문학 강의에서 아프리카는 그동안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었다. 르 클레지오나 도리스 레싱 같은 아프리카 태생 작가들의 작품을 읽었더라도 통상 ‘아프리카 문학‘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백인 작가이지만 쿳시의 일부 작품이 아프리카문학에 부합하는 특징과 문제의식을 보여주었다. 백인 문학을 넘어서 흑인 문학의 성취와 의의를 가늠해보려 한다.
아프리카문학까지 둘러보게 되면 유일하게 동남아문학이 남는다(인도와 터키문학도 다룬 적이 있지만 보강은 필요하다). 그렇게 늦어진 건 이 지역만 근현대문학이 충분히 소개되지 않아서다. 베트남과 필리핀의 몇 작품 소개돼 있을까. 가렴 태국 현대문학에 대해서 나는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다. 다행히 참고할 만한 역사서(<동남아시아사>)는 몇 권 나와있다. 이 지역의 문학사와 대표작이 소개되면 좋겠는데 과도한 바람인지?
아무려나 그래서 가까운 동남아 대신에 나는 아프리카로 향할 수밖에 없다. 소개된 작가와 작품에 한정된 그림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세계문학(사)의 얼개에 대해서는 조만간(늦어도 내년까지는) 보고서를 제출해볼 수 있겠다. 사반세기의 강의 경력이면 그 정도는 해낼 수 있고 또 그래야 하리라. 여생으로 진입하기 전에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