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체제론으로 유명한 미국의 '실천적 사회과학자 '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신간이 출간됐다. <지식의 불확실성>(창비, 2007). '새로운 지식 패러다임을 찾아서'가 부제이며 월러스틴의 새로운 사회과학 방법론 모색작업을 압축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책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 한권으로 <우리가 아는 세계의 종언>(창비, 2001), <사회과학의 개방>(당대, 1996), <사회과학으로부터의 탈피>(창비, 1994) 등을 모두 '카바'할 수 있겠다. 생각해보니 이 나머지 책들을 소장하고 있지 않은 듯하여(나는 월러스틴의 책을 서너 권밖에 갖고 있지 않다) 뭔가 '다이제스트'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신간을 손에 들었다.

 

 

 

 

아직 리뷰들이 올라와 있지 않은데, 소개에 따르면 "'세계체제' 분석으로 널리 알려진 사회과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타인의 지식패러다임의 비판적 전망서"로서 "그의 전 저서들- <사회과학으로부터의 탈피>, <사회과학의 개방> 에서도 비판하듯이, 이매뉴얼월러스틴은 19세기식 학문의 시효가 만료되었음을 재차확인하고, 새로운 지식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다.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9세기 학문의 체계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과, 새로운 지식 패러다임에 대한 모색이 내용의 큰 부분을 이룬다."

특이한 것은 <혼돈으로부터의 질서>의 저자 일리야 프리고진에게 이 책을 헌정하고 있는 점. "과학자이자 인문학자이자 학자였던 일리야 프리고진(1917-2003)을 기억하며"라고 월러스틴은 서두에 적었는데, "지은이에 의하면 일리야 프리고진의 '복잡성'으로 대표되는 '복잡성 과학'과 기존의 담론에서 소외되었던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주목하기 시작한 '문화연구' 는 19세기식 지식패러다임의 종말을 알리는 사건이며, 이 종말 이후에 보다 총체적인 방법론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가 지향, 제시하는 총체적인 방법론은 배타적인 이분법 대신, 양쪽을 감싸안으면서 새로운 비전을 줄 수 있는 '역사적 사회과학' 이다."

말하자면 이 '역사적 사회과학'이 불확실성의 시대의 새로운 지식 패러다임일 터이다(제목은 프리고진의 <확실성의 종말>(사이언스북스, 1997)을 바로 떠올리게 한다). 월러스틴이 프리고진으로부터 힌트를 얻어온 개념은 '배제되지 않은 중도(unexcluded middle)'인데, 그것은 달리 '결정주의적 혼돈' 혹은 '혼돈적 결정주의'를 가리키며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방법론을 통합하는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지시하는 듯하다. 역자가 인용하는 바에 따르면, 그러한 방법론을 통해서 월러스틴이 모색하고자 하는 길은 "새로움을 전혀 허용하지 않는 결정주의적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와, 모든 것이 부조리하고 원인이 없고 불가해한, 주사위놀이를 하는 신이 다스리는 세계, 즉 소외로 이끄는 이 두 개념 사이에 난 좁은 길"이다.

'중도'는 요즘 정치권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는 노선인데 월러스틴의 통합적 방법론으로서 그것이 얼마만큼 생산적이며 또 어떤 구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건지는 (아직 책을 읽기 전이라)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월러스틴이 낸 '좁은 길'을 따라가는 여정의 길잡이가 매우 상세한 해제(옮긴이의 말)를 붙이고 있는 믿을 만한 역자인지라 적어도 '번역의 불확실성'으로 고생하지는 않을 거라는 점은 기대해볼 만하다. 뒷표지에 실린 한 추천사에 따르면, "월러스틴의 책은 항상 읽기 쉽고, 상당히 설득력이 있으며, 심오하다."니까 가벼운 복장으로 따라나서기만 하면 되겠다.   

07. 04. 25-26.

P.S. 보다 자세한 내용은  내일자 한겨레의 리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205562.html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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