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3명이 술 때문에 죽는다
다른 이유는 없다는 듯이
죽는다, 죽는다고 한다
매일 13명이, 이 순간에도 주정을 한다
술주정을 하다가 숨이 넘어간다
정말 다른 이유는 없다는 것인가
이 얼마나 순도 높은 죽음인가
매일 13명이, 작당하지도 않은 채로
분명 주정의 이유는 있을 테지만
아아, 과묵하게도 매일 13명이
순전히 다른 이유는 없다는 듯이
술을 토하는 심정으로
죽는다, 죽어간다
하필이면 13명인가
하지만 그런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때마다
매일 13명이 채워진다
어디선가 술에 취한 인생들이
차례로 순번을 기다리다가
마침내 그날을 맞이하는 것인가
오랜 습관과 염원이 만나는 것인가
마지막 한방울과 마지막 호흡이라니
생각하면 눈이 뜨끈해진다
매일 13명의 명단이 뜨는 건 아니지만
나는 이 죽음을 기억하기로 한다
비록 13명이 모두 시인은 아닐지라도
한두 명은 시인일 거라고 믿는다
얼마나 많은 술주정이 시가 되었던가
얼마나 많은 푸념과 탄식이 안주가 되었던가
생긱하면 얼굴이 붉어진다
다른 이유는 없다
매일 13명이 술 때문에 죽는다
나는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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