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째다. 우산을 가방에 넣고 다닌 지가. 집을 나섰다가 이침의 흐린 하늘을 보고 장마 예보도 상기해서 다시금 걸음을 돌려 우산을 챙겼지만 아직까지는 헛수고로 보인다. 밤에는 비소식이 있을지 기다려볼 참.

지방강의를 마치고 귀경하는 금요일 저녁은(그래봐야 한달의 절반은 주말에도 강의가 있기에 절반의 저녁이다) 한주의 일정을 마무리했다는 안도와 피로감에 젖을 때다. 하지만 오늘은 저녁 도서관강의가 예정되어 있어서 서울역에 도착하자 마자 바쁜 걸음으로 다시 이동해야한다. 짐작엔 잘해야 강의 5분전에 도착할 모양새다.

이댤 들어서는 제임스 조이스에 대한 강의를 자주 하고 있다. <더블린 사람들>과 <율리시스>를 연이어 읽기 때문인데, 거기에 <젊은 예술가의 초상>도 간간이 덧붙여진다. 강의의 조건이기도 해서 나는 조이스의 문학사적 의의와 성취에 대해 나대로 설명한다. 원숙한 자연주의적 기법을 구사하던 작가가 새로운 모더니즘 문학을 창안하기까지의 여정. 그와 관련하여 많은 책을 구했고 몇권은 배송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번여름에 조이스와 승부를 마무리해야 영국문학기행의 첫 기착지로 더블린을 방문할 수 있게 된다.

이후 문학강의는 내게 여분에 해당한다. 카프카와 조이스와 프루스트에 대한 강의가 대략 어림해서 종착점이었기 때문이다. 남은 건 반복과 확장이지만 결정적인 변화나 깨달음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무리하여 책으로 펴내는 일이 과제로 남을 뿐. 그걸 밑거름 삼아서 누군가 더 전진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앞으로 무얼 더 할 수 있고 해야 할지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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