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인가 드라마 '주몽'이 종영됐다. 어쩌다 몇 장면 본 적은 있지만 내가 아는 건 그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의 면면 정도이지 줄거리도 재미도 알지 못한다(주제가는 수준급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한 드라마의 의의를 과소평가할 수 없는 건 '고구려'에 대한 이런저런 관심들을 이끌어낸 점.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고구려 유적에 관한 아래의 기사도 그런 배경이 아니라면 기사화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경향신문(07. 03 . 13) “연해주에 고구려 성곽 산재” 러시아 학자 밝혀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동북해안 부근에 고구려 계통의 산성이 산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과학원 내 고고민족역사연구소 O.V. 디야코바 박사가 고고학 계간지 ‘한국의 고고학’(주류성) 최신호에 발표한 ‘연해주 중세시대 성지에 보이는 고구려의 전통’에서 확인됐다.
이 글에 따르면 말갈·발해·여진 등 퉁구스-만어민족이 거주했던 연해주에는 중세시대에 축조된 산성 40여개가 존재한다. 중세시대는 고구려가 멸망한 후 발해에서 요·금·동하국에 이르는 시기로, 당시 축조된 산성에 고구려의 영향이 보인다는 것이 디야코바 박사의 주장이다.
디야코바 박사는 산성을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주변 계곡이 한눈에 보이는 고지에 축조된 석성(石城·사진)은 주로 말갈과 발해에 의해 축조되었고 외부를 조망하기는 쉬우나 접근이 어려운 산비탈의 성곽은 여진과 동하국(東夏國, 1217~1234) 시기에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디야코바 박사는 고지에 산 정상의 평지에 축조된 석성은 “접착제가 될 만한 다른 자재는 전혀 쓰지 않는 등의 축조기법이라든가 지리적 여건으로 볼 때 고구려 성곽과 매우 흡사하며 심지어는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축성 기술은 나라가 멸망한 고구려인이 발해로 유입되는 시기에 도입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발해가 멸망한 이후 여진과 동하국 시기에 조성된 산비탈의 성곽은 연해주에서 26곳이 발견되었는데 진흙을 다져서 쌓는 판축 기법으로 축조됐으며 고구려·발해계 석성보다 분포 범위가 훨씬 넓다.
이 논문을 번역한 러시아 고고학 전문가 강인욱 부경대 교수는 “종래 한국에서는 만주지역에 견주어 거의 주목하지 않은 연해주 동북 산악지역 성곽 조사 성과를 중간 결산하는 한편, 그 전통을 고구려에서 찾았다는 점에서 자못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윤민용기자)
07. 03. 13 - 14.
P.S. 언젠가 러시아 고고학 팀과 함께 스키타이 유적 조사에 참여했던 분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근세사 이전에 한국과 러시아가 공히 연루돼 있는 대목은 그러한 고대사 관련이 아닐까 싶다. 국내에는 한때 러시아의 고고학(주로 시베리아 지역 고고학)에 관한 저작들이 몇 권 나온 적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건 시베리아와 극동지역 연구현황과 과제에 관한 논문들을 모은 <러시아의 고고학>(학연문화사, 1993)이다. 책을 엮은 최몽룡 교수는 시베리아 선사고고학에 공동 발굴과 연구를 주도했던 듯싶다. 연구성과는 <시베리아의 선사고고학>(주류성, 2003)으로도 묶여 있다.
그밖에 번역서로는 몰로딘의 <(고고학 자료로 본)고대 시베리아의 예술세계 : 서 시베리아 오브-이르띠쉬지역을 중심으로>(주류성, 2003)가 소개돼 있다. 역자는 러시아 고고학 전문가인 강인욱 교수. 그리고, 책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최무장의 <우리문화의 원류를 찾아: 한국고고학의 제문제와 러시아 고고기행>(백산자료원, 2005)도 이 분야의 최근 연구성과를 다룬 책으로 보인다. 참고로, 고고학 분야의 기본서로는 한국고고학회에서 엮은 <한국 고고학 강의>(사회평론, 2007)과 콜린 렌프류 등이 쓴 <현대 고고학의 이해>(사회평론, 2006)가 있다. 후자는 65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입문서로서 책이 나왔을 때 '소장도서'로 꼽아본 기억이 있다. 아직은 '소장할 도서'로 남아 있지만.
러시아쪽 자료를 찾아보니 알렉세이 오클라드니코프(1908-1981)의 <북, 중앙, 동아시아의 고고학>(2003)이란 책이 가장 최근에 나온 책으로 뜬다. 러시아 학술원 회원이었던 것으로 보아 저자는 러시아 고고학계의 거목인 듯하다. 그의 논문들을 집약해놓은 책으로 역시나 660쪽이 넘는 분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