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으로 가는 리무진에 올랐다. 오후 비행기여서 다른 때보다는 조금 여유 있는 출발이다(그래봐야 30분 정도의 차이지만). 어젯밤에 찾는 책이 안 보여서 가방 싸는 걸 미뤘다가 오늘 아침에야 대충 챙겨넣었다. 이번에는 책 전용의 작은 캐리어를 하나 더 가져간다.

문학기행을 기획할 때 핵심은 작가와 그에 따른 동선이다. 지난가을 독일문학기행만 하더라도 괴테와 헤세, 토마스 만 등의 작가를 고르니 동선은 자연스레 정해졌다. 뮌헨으로 입국하여 함부르크에서 출국하기. 그에 비하면 이탈리아문학기행은 빈칸이 많았다. 괴테와 단테만 고정이고 나머지 작가는 유동적이었다. 도시는 이탈리아의 간판으로서 베네치아와 피렌체, 로마가 고정. 거기에다 스탕달과 움베르토 에코를 고려해 밀라노를 추가하니 밀라노로 입국하여 로마에서 출국하는 일차 동선이 확정되었다.

자연스런 동선은 북서쪽의 밀라노에서 북동쪽의 베네치아로 가고 라벤나와 피렌체를 거쳐 로마에 입성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밀라노에서 베로나를 거쳐 베네치아로 가려 했는데, 베로나는 괴테가 거쳐갔고 셰익스피어 작품들(<로미오와 줄리엣><베로나의 두 신사>)의 배경이기도 해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단테를 제외하고 이탈리아 작가가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고(이탈리아 근현대 작가들이 우리에게 너무 덜 소개되었다), 그래서 프리모 레비까지 떠올리게 되었다. 그의 고향이 토리노. 이탈로 칼비노도 인연이 있는 도시라는 사실도 차츰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이번 여행의 특이한 동선이 짜이게 되었다. 밀라노보다 더 북서쪽에 있는 토리노에 들렀다가 베네치아로 가는 것. 동선상으로는 프리모 레비를 먼저 만나고 단테와 마주하게 되겠지만(두 사람의 묘지를 방문한다), 문학사적으로는 ‘단테에서 프리모 레비‘까지다. 레비는 그 정도 위상을 가질 만큼 우리에게 많이 소개되었고 또 널리 읽힌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 공의 상당 부분은 서경식 선생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어깨에 멘 작은 가방에 <나의 이탈리아 인문기행>과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그리고 레비의 책 <주기율표>를 넣었다. 밀라노로 가는 기내에서 읽기 위한 것이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과 서경식의 <나의 이탈리아 인문기행> 사이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것이 나의 이탈리아 문학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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