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부터 오늘까지 흑사병에 관한 책 세 권을 주문했다. 절판돼 중고본을 주문한 것도 있어서 오늘이나 내일까지 받게 될 듯하다. 관심주제야 매일같이 바뀌기 때문에(매일 새로 생겨난다) 특별할 게 없지만 그래도 왜 흑사병인가.

중세 흑사병이 얼마나 맹위를 떨쳤던가는 지난가을 독일문학기행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각 도시마다 구도심에는 그때의 기억을 상기시켜주는 기념물들이 있었다. 한데 흑사병으로 인구가 대폭으로 줄면서 역설적이지만 살아남은 자들이 부유해지는 효과가 발생했다. 이것도 원시적 자본축적의 사례 아닌가. 그와 관련한 좀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서 관련서를 주문한 것(원서도 한권 주문했는데 배송까지는 좀더 기다려야 한다).

가령 필립 지글러의 <흑사병>(한길사)은 당시 유럽 전체 인구의 1/3을 죽음으로 내몬 14세기의 흑사병을 다루는데, 경과도 중요하지만 내가 관심을 갖는 건 결과 쪽이다. 책의 마지막 장들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흑사병이 유럽 중세 사회에 가져온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며, 흑사병이 그 이전 이미 시작되고 있던 변화가 가속화되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분명한 것은 만약 흑사병이 없었더라면 14세기 후반의 유럽과 영국의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중세사와 관련해서는 십자군전쟁의 여파와 흑사병이 가져온 변화가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주제다. 이런 주제만으로도 일주일은 붙들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는 현실이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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