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9년생인 히틀러는 1차세계대전 참전 세대다. 독일의 패전으로 전쟁이 끝났을 때 그의 나이는 스물아홉. 패전의 쓰라림과 함께 그의 인생의 2막이 시작된다. 히틀러 평전들에서 이 시기에 관해 읽다가 최근에 번역돼 나온 크리스토퍼 클라크의 <몽유병자들>(책과함께)을 펼쳤다. ‘1914년 유럽은 어떻게 전쟁에 이르게 되었는가‘가 부제로 1차세계대전의 기원에 관한 ‘결정판‘으로 평가빋는 책이다.

나로선 몇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 서점에서 원서를 구입한 인연이 있다. 당시 베스트셀러로 진열돼 있던 책 가운데 하나였다. 대개 그런 책들이 곧 번역돼 나오곤 했는데 <몽유병자들>은 분량 때문인지 조금 지체된 감이 있다(지난해가 종전 100주년이었으니 더 맞춤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제 비로소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되어 반갑다.

이 책에 쏟아진 많은 찬사 가운데는 ˝탁월하다˝(결정판 평전 <히틀러>의 저자 이언 커쇼)는 평과 함께 니얼 퍼거슨(하버드대)의 평도 있다.

˝바바라 터크먼의 <8월의 포성> 이후 1차 세계대전의 기원에 관한 가장 술술 읽히는 서술이다. 차이점이라면 <몽유병자들>은 최상급 학자가 애정을 기울여 연구한 저서라는 것이다. 국제관계 역사상 최악으로 꼽을 만한 집단적 실수에 대해 이보다 나은 서사는 앞으로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터크먼의 퓰리처상 수상작 <8월의 포성>(평민사)은 현재 절판되었지만 번역되었던 책이다(다행히 구입해놓았다). <몽유병자들>과 나란히 읽어보면 좋겠다. 국내서로는 박상섭 교수의 <1차세계대전의 기원>(아카넷)이 1차대전 발발 100주년에 출간됐었다. 대략 세 권 정도면 1차대전의 원인과 기원에 대해서 가늠해볼 수 있겠다. 전문가 아닌 독자로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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