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진영역을 뒤로 하고 귀갓길에 올랐다. 엊저녁 김해도서관에서의 행사를 마치고 인근 한옥체험관에서 하룻밤을 묵었고(전주의 한옥마을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내부는 비슷했다) 오늘 오전에는 숙소 바로 옆 수로왕릉(가락국 혹은 가야의 시조 김수로왕의 릉)과 진영역에서 가까운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노대통령의 사저는 예약자에게 개방하는데(현장과 인터넷 예약자를 포함해서 시간당 25명) 이미 매진이어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조금 이른 시간에다 날씨도 쌀쌀한 편이었지만(첫눈이 내린 서울에 비하면 포근한 편?) 방문객의 발길은 여전했다. 생가와 묘소, 생태학습체험장 등을 둘러보고 공식기념품가게에서 어록집과 회고록을 구입했다. 노무현재단에서 발행하는 소식지 ‘사람사는세상‘ 송년호에는 이번에 취임한 유시민 이사장의 인사말이 실려 있었다. 어느덧 내년이면 서거 10주기가 된다.

노무현은 재임시절보다 퇴임 이후, 그리고 서거 이후에 더 사랑과 존경을 받는 대통령이 되었다. 치적이 아니라 정신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그의 좌절과 실패가 역사의 밀알이 되었기 때문이다.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제사이기도 한 요한복음의 구절은 이렇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노무현의 죽음이 한국의 민주주의와 진보의 열매로 맺어지기까지의 10년, 그리고 20년...의 시간이 흘러갈 것이다. ˝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인간이 소망하는 희망의 등불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이상이란 것은 더디지만, 그것이 역사에서 실현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진보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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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4 14: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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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5 1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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