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지나니 아침이었다
가슴에 손을 대 패스포트를 확인하고
다시 눕는다
지나온 날들이 모두
되돌아갈 수 없는 나라
무단잠입한 경우는 있었지
영원한 반복은 믿을 수 없어도
어쩌다 반복은 가능하니까
두번째 스물이 가능하고 두번째
서른이 가능한 것처럼
그때도 슬픈 서른일까
반복은 감정을 무디게 한다네
괴테의 모든 사랑은 첫사랑의 반복이었지
되돌려받으려는 몸짓이었지
사랑은 얼마나 지루한 것일까
그 많은 사랑이 사랑의 무덤일 것이니
눈 뜨면 나는 전철을 타고 있네
서울역에서 청량리까지
지하철이 첫 운행한 날도 있었지
그날은 대통령도 지하철을 탔지
모두가 가슴이 벅찬 날이었지
세월이 지나 아침 전철은 지옥철이 되었지
그 아침에 나는
어제 넘은 국경을 떠올린다
모두가 쉽게 넘어온 건 아니다
언젠가 나도 넘어질 날이 오겠지
모든 죽음이 첫 죽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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