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까지 매달 첫주에 이틀씩 순천의 삼산도서관에서 ‘세계문학 깊이 이해하기‘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어제오늘은 괴테와 카프카에 대한 강의였다. 강의는 오후에 진행되기에 아침에, 지난달에 초입까지만 가본 순천만 습지를 찾았다. 용산전망대까지 다녀오는 코스를 비로소 걸어보았다. 갈대축제기간이어서 관광객들이 너무 많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아침 시간은 여유가 있었다(대략 9시가 넘어서면서 관광버스들이 주차장을 메우기 시작했다).

순천만 갈대밭은 사계절의 풍광이 다르다고 하는데 오늘 본 건 청명한 가을날의 모습이었다. 잘 가꾸고 보존한 생태 습지가 철새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얼마나 유익한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짧은 거리의 등산길에도 숨이 차긴 했지만. 나오는 길에는 김승옥문학관에 다시 들러서(지난달에는 눈도장만 찍었다) 전시물을 조금 자세히 둘러보았다.

안 그래도 어젯밤에는 호텔 TV채널에서 ‘무진기행‘ 원작의 영화 <안개>(1967)를 다시 보기도 했는데(오늘 타계한 신성일 주연이다), 사실 순천만의 모습을 예상하고 다시 본 것이었지만 영화속 무대는 검색해보니 김포와 파주, 서평택이라고 한다. 원작의 무진이 가공의 지명이듯이 영화속 무진도 순천과는 무관한 가공의 공간이었다. ‘무진기행‘ 원작으로는 TV드라마도 있고 영화도 있는데 원작과 흥미로운 비교거리가 된다. 이와 관련한 연구논문도 있음직한데 없다면 연구자들의 직무유기다.

도서관으로 돌아가기 전에 점심은 벌교(행정구역명은 보성군 벌교읍)로 가서 꼬막정식을 먹었다. 순천만 갈대축제와 같은 기간 벌교에서 꼬막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짐작엔 갈대축제와 기간을 일부러 맞춘 게 아닌가 싶다. 언젠가 벌교꼬막에 대한 시를 적으며 꼬막무침과 꼬막전, 꼬막탕수육을 먹어보지 못해서 벌교꼬막의 마음을 모른다고 했는데, 오늘부로는 이제 알게 되었다. 추천할 만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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