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문학기행의 마지막 공식 일정은 토마스 만의 고향 뤼벡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중세 한자동맹의 중심도시였지만 17세기 이후에는 기세가 꺾였고 현재 인구 22만 가량의 중소도시다. 함부르크에서 뤼벡까지는 1시간 거리(하지만 일정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교통체증으로 30분 이상 더 소요되었다). 중세 때 세워진 뤼벡의 관문 홀슈텐 문을 거쳐서 옛 도심으로 들어갔는데 목적지인 부덴브로크하우스까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다.

부덴브로크하우스는 이름대로 만의 첫 장편이자 걸작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1901)을 중심으로 한 토마스 만 문학관이다. 작품의 등장하는 부덴브로크가의 저택 내부를 일부 재현하면서 만의 집안, 특히 형 하인리히 만과 토마스 만을 중심으로 만 가계의 여러 인물들도 조명하고 있었다. 토마스 만 문학의 의의와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의 성취에 대해서 짧은 강의를 하고 기념품코너에서 독어판 <부덴브로크의 사람들>을 구입했다. 독어를 읽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간단한 문장은 식별할 수 있기에. 그리고 의당 그래야 할 것 같아서(전시실에는 일어판과 중국어판도 여러 언어의 번역판들과 나란히 전시되어 있었는데 한국어판은 빠져서 아쉬웠다).

부덴브로크하우스에서 빠져나와 향한 곳은 귄터 그라스하우스다. 사실 예상 못했던 방문지인데 여행사에서 알아내어 일정에 넣은 곳으로 귄터 그라스의 생애와 함께 화가 귄터 그라스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공간이다. 국내에도 그의 스케치북이 나와 있지만 그라스는 미술가로도 상당한 실력을 발휘했던 작가다. 대표작 <양철북>(1959)의 책표지 등도 모두 그의 작품이고. 문학과 관련한 자료 전시관은 아니었지만(현재의 폴란드 그단스크가 그라스의 고향이자 <양철북>의 배경인 단치히다) 그라스 체취를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독어판 <양철북>을 구입했다.

자유식으로 점심을 먹고 난 오후시간은 자유시간이어서 일행은 독일의 대표 마트들에서 귀국을 위한 쇼핑을 즐겼다. 이렇게 또 한 차례의 문학기행이 마무리되는구나 싶었다. 내년 봄에는 이탈리아 문학기행이 예정돼 있는데 귀국하는 대로 세부 일정을 확정할 참이다. 오늘 오후 (독일은 현재 새벽시간이다) 공항으로 향하기 전 함부르크미술관의 그림들을 독일의 마지막 인상으로 남겨놓으려 한다. 미리 작별의 인사를 적는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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