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1박2일의 강의여행을 다녀온 터라 공휴일을 앞둔 오늘이 주말 같다.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 무심코 손에 든 책이 차병직 변호사의 <단어의 발견>(낮은산)이다. 보통은 시인이나 문필가들이 쓸 만한 제목의 책인데, 몇페이지 읽은 바로는 역시 그래야 했을 책이다. 이를테면 고종석의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같은 책이 있지 않은가. 막연히 그런 종류의 책을 기대했지만, <단어의 발견>은 너무도 평범해서 혹 다른 의도가 있는가 생각될 정도다. ‘답장‘의 한 대목.

˝밤비는 밤을 새워 읽으라는 답장이다. 밤비는 읽기가 힘들면 귀 기울여 듣기라도 하라고 부치는 간결한 문장의 긴 답장이다. 밤비는 내용이 너무 많으면 골라 읽어도 좋다는 세심한 답장이다.
밤비는 밤에 내린다. 밤비는 밤을 새워 내린다. 밤비는 밤에 쏟아지는 이야기이므로 새벽의 통금시간에 그친다.˝

뭔가 배후에 다른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무미한(심심한) 문장들을 나열할 수 있을까(평양냉면의 맛을 문장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던가). 아무데나 더 펄쳐보았다. ‘짖다‘.

˝짖는 데는 사정이 있다. 그 울부짖음이나 비아냥거림에 동의할 수 없어도 그의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는 기대를 해서도 안된다. 상대를 자기 생각으로 전향시키는 것을 승리의 쾌거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나도 뭔가를 기대해서는 안될 것 같다. 다만 저자가 이 책을 쓴 사정을 알기 어려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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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10-09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변호사라고해서
재판에서 이기는, 판사의 마음을 움직이는
단어?의 발견인줄~~

로쟈 2018-10-10 23:08   좋아요 0 | URL
책을 쓴 목적이 가늠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