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시인이자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의 시선집 두 권이 동시에 나왔다.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과 <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민음사)다. 역자는 페소아가 살았던 도시 리스본에 대한 책 <페소아: 리스본에서 만난 복수의 화신>(아르테)를 쓴 김한민 씨로 페소아의 산문집 <페소아와 페소아들>을 옮기기도 했다. 페소아의 유작이자 대표작 <불안의 책>이 소개된 이후에 이제는 꽤 자주 출간소식을 접하게 되는데, 우리에게는 그간에 다소 멀게 느껴졌던 포르투갈문학을 조제(주제) 사라마구와 함께 대표하는 이름이다.

번역과정에서 아무래도 산문보다 더 많은 것을 잃게 되는 게 시인데 그럼에도 일부 시들은 살아남기도 한다. 아무곳이나 펼쳤다가 읽게 된, <초콜릿>에 수록된 ‘직선의 시‘가 그렇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얻어맞은 사람이 없다
다들 모든 것에서 챔피언이었다

이후에 이어지는 건 자학적이고 자조적인 토로다.

내가 알거나 나와 얘기하는 모든 이들은
한 번도 어리석은 행동을 하거나, 창피를 당한 적이 없다,
인생에서 왕자가 - 그들 모두 왕자님들 - 아닌 적이 없었다...

(...)

그렇다면, 이 지구에 비열하고 잘못된 사람은 나 혼자란 말인가?

아무래도 번역을 통과해서는 읽히는 시들은 이런 어조와 정서를 담은 시들이 유리한 것 같다. 세사르 바예호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었다‘ 같은 시처럼. 페소아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시선집도 선택지가 되겠지만 <페소아>부터 읽어보는 게 빠를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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