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문학을 강의하면서 고전 작가들과 정전들을 대략 훑고 있는데 마땅한 번역본이 없어서 불가불 건너뛴 경우도 몇 된다. 호손의 <주홍글자>를 강의하러 지방에 내려가는 길에 떠올라서 적자면, 스티븐 크레인도 그 가운데 하나다. <붉은 무공훈장> 같은 대표작이 번역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유감스럽게도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나와 있지 않다.

검색해보면 <현대 미국작가들의 선구자>라는 희한한 제목의 번역본에(알라딘에서는 역자가 저자로 탈바꿈해 있다) <붉은 무공훈장>이 들어 있긴 하지만 확인해보지 않아서 완역인지는 모르겠다. 크레인 작품은 단편 하나가 창비의 미국문학 단편선에 수록돼있고 자연주의의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받는 <매기: 거리의 소녀>가 한 대학출판부에서 나온 바 있다. 모두 강의에서 다루기에는 미흡하다. 국내에 영미문학 전공자가 결코 드물지 않음에도 이런 ‘공백‘이 생기는 건 미스터리한 일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별도의 사정이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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