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닥 재미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의무감으로 읽는 책이 ‘인류세‘를 주제로 한 책들이다. 최근에 나온 건 클라이브 해밀턴의 <인류세>(이상북스). ‘거대한 전환 앞에 선 인간과 지구 시스템‘이 부제. 올여름에 실감하기도 했고, 지구촌의 이상기후는 앞으로 상시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미 접하고 있다. 극지방의 빙하가 심각하게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점도 우리는 알고 있다. 지구 시스템에 뭔가 근본적인 균열(변화)이 일어난 것인데 이를 가리키는 말이 ‘인류세‘다(인류세에 진입함으로써 5만년후에 도래할 예정이었던 빙하기가 13만년 뒤로 늦춰졌다고 한다). 재미없다고 방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되었다.

인류세라는 말은 인간이 지구에 영향을 미치게 된 시대라는 뜻으로 폭넓게 쓰이기도 하는데 <인류세>의 강점은 매우 엄밀하게 정의하면서 그것이 함축하는 바를 성찰한다는 데 있다. ˝이 책은 45억 년 된 지구에 현생인류가 등장해 살아온 지 20만 년이 지나 역사상 현 시점, 즉 ‘인류세’(Anthropocene)에 도달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암중모색하는 책이다.˝

인류세를 다룬 책은 가이아 빈스의 <인류세의 모험>(곰출판)이나 다이앤 애커먼의 <휴먼 에이지>(문학동네) 등이 나와있고 기후변화를 다룬 몇몇 책들도 관련서로 분류할 수 있다. 조금 딱딱하게 쓰이긴 했지만 해밀턴의 <인류세>가 기본 개념과 문제에 대한 압축적인 소개를 제공하고 있어서 출발점으로 유용한다(예상컨대 관련서는 계속 나올 것이다). 지구 시스템 학자들은 현재의 추이가 비가역적이라는 데 생각이 일치하지만, 향후 몇십년간의 인류의 선택이 그 속도를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인류세는 인류가 지구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동시에 그 책임을 떠안게 되는 시대다. 과연 그 책임을 제때 감당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