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마라톤 결승점을 통과한 기분으로, 엊저녁에 저녁을 먹고 잠이 들어서는 12시간을 잤다. 중간중간에 깨어서 숙면을 취하지 못한 것인지, 아침을 먹고 2시간을 더 자고 나서야 피로가 가셨다. 점심을 먹은 뒤에야 정상 컨디션으로 밀린 일들을 하게 될 듯하다.

잠시 쉬는 김에 손에 든 책은 최근에 나온 한국소설들이다. 2016년에 등단한 젊은 작가 박상영의 첫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문학동네). 7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는데, 제목이 모두 그렇지는 않고 두 편만 그렇다. 표제작과 첫 작품 ‘중국산 모조 비아그라와 제제, 어디에도 고이지 못하는 소변에 대한 짧은 농담‘. 그냥 ‘제제‘라 제목을 붙여도 충분한 이야기에 장황한 제목을 붙이는 게 박상영표인 것 같다. 종로 가라오케 장면에서 시작하는 ‘제제‘는 퀴어소설. 지난여름에 나온 김봉곤의 <여름, 스피드>(문학동네)와 짝이 되는 듯싶다. 그러고 보니 <여름, 스피드>도 미처 못 읽고 여름을 지나쳐왔구나. 계절의 스피드라니!

가라오케 장면에 이어지는 건 제제에 대한 소개다. 78년생 남자와 눈이 맞아 미국에 갔다가 쫄딱 망하고 돌아왔다는 것. 거기까지 읽고서 1996년에 등단한(그러니까 연식으로는 젊은 작가들의 20년 선배로군) 김연경의 세번째 장편소설 <다시, 스침들>(강)을 펼쳤다. 카페 모비딕 이야기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B동 대로변, 구청 맞은편에 있는 커피숍의 이름˝이 모비딕인데, 나도 몇번 가본 카페라 B동은 봉천동이고 구청은 관악구청이라는 걸 알겠다. 작가의 단골카페였던 그 모비딕에서 쓰인 소설. 이야기는 커피숍에 대한 묘사에서 시작하여 주인장에 대한 소개로 이어진다. 그 다음에는 모비딕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로 넘어가겠다.

연휴에 손에 들려고 하는 또다른 소설은 김사과의 <N. E. W>(문학과지성사)다. 전작 <더 나쁜 쪽으로>(문학동네)는 ‘더 나쁜 쪽‘으로 간 소설로 읽었기에 이번에 방항을 틀었을지 궁금하다. 소개기사에서 발자크와 헨리 제임스 같은 고전 작가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 걸 읽었는데 그 영향이 어떤 ‘새로운‘ 결과를 나았을지도. 책을 어디에 두었는지 찾아봐야겠다. 이제 세수도 하고 정신도 차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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