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와는 다르게 주말에 강의 일정이 없어서 모처럼 금요일밤다운 금요일밤이다(귀가길에 가볍게 맥주도 한잔 했다). 주중에 내내 진행된 방공사도 오늘 일단락되었다(나로선 특별히 거든 게 없지만). 다음주에는 새로 책장을 잔뜩 들여놓을 예정이고 아마도 가을은 책정리와 함께 맞을 듯싶다.

정리라고 썼지만 실상은 그냥 꽂아두기다. 책정리를 포기한 지 이미 오래되었다. 어차피 견적을 가늠할 수 없는 주관적 책정리에 공을 들이느니 그냥 꽂아져 있는 객관적 현실에 적응하자는 주의다. 방공사의 여파로 서가에도 변동이 생겼는데 마치 보직이 바뀌어 새로운 동료들과 같이 일하게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배열은 뒤죽박죽이지만 이 또한 자유정신의 구현이라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다.

예컨대 정면 책장에는 모옌의 영어 연구서 옆에 페소아의 <불안의 책> 영어판이 꽂혀 있고,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와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 그리고 <김일엽 선집>이 나란히 이웃하고 있다. 제각각이지만 그래도 모두 문학에 속하는 건가. 하지만 그 옆으로는 <식민지 트라우마>와 <영국집사의 일상>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배열에 논리를 따지는 건 의미없는 일이다. 필요한 건 적응해서 익숙해지는 것이다. 새로운 배치로 바뀌기 전까지는.

거실을 채우고 있던 가구와 살림들이 얼마간 정돈이 되어 일주일만에 난민 신세에서는 벗어난 듯하다. 모처럼 기분을 낼 만한 책을 골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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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8-25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리아니고 꽂아두기라도 끝내시느라 수고하셨네요.
근데 사진으로 보니 저렇게 꽂아놓고 과연 책을
찾을수 있을까???
배열에 익숙해져 적응하는것도 보통일은 아닐듯 하네요.
산너머 산~

로쟈 2018-08-25 11:13   좋아요 0 | URL
바닥에 쌓여 있는 거에 비하면 꽂혀 있는 책을 찾는 건 일도 아니죠.^^

dmsdud5789 2018-09-13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