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의 회상록 <서밍업>(위즈덤하우스)이 정말 오랜만에 나왔다. 아니 완역본으로는 최초라 한다. 그간에 정본 번역본이 없었으므로 현재로선 유일 완역본이자 정본 번역본이다.

˝<인간의 굴레>, <달과 6펜스>의 작가 윌리엄 서머싯 몸의 대표 에세이. 70~8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고급 영어를 공부하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원서로 읽었을 정도로 <서밍업>은 가장 표준형의 영어와 명료한 문장을 구사하는 서머싯 몸의 스타일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머싯 몸이 64세에 쓴 문학적 회상록으로 1890년~1938년까지의 생애와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그의 어린 시절, 초기에 희곡으로 성공을 거둔 시절, 소설로의 전환기, 그리고 여행과 철학 같은 여러 가지 주제들을 망라하고 있다.˝

책소개에도 있지만 영어공부용으로 많이 읽힌 책으로 내가 본 것도 다이제스트 대역판이었다. 고등학생 때였나 보다. 당시에는 ‘서머싯 몸‘이 아니라 ‘서머셋 모옴‘으로 표기되었는데 ‘몸‘으로 변경된 것은 아무래도 마땅찮다. ‘몸‘이 갖는 중의성 때문에 고유명사 표기로는 불편하다. 게다가 원발음과도 상관없다(‘Maugham‘의 발음은 ‘머흠‘이라고 들린다). 고쳐서 더 나쁜 결과가 나오는 걸 개악이라고 하던가.

책제목에 굳이 영어의 띄어쓰기를 반영해서 ‘서밍업‘ 대신에 ‘서밍 업‘이라고 한 것도 특이하다. 그런 식이면 ‘굿모닝‘은 ‘굿 모닝‘이라고 적어야 한다. 한글과 영어의 표기방식상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듯싶다.

덧붙여 말하자면,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나온 <인간의 굴레> 제목이 <인간의 굴레에서>(민음사)인 것도 못마땅하다. 통용되는 제목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 이상 관례를 따르는 게 낫다고 본다. 여담이지만 제목이 불편해서 몸 작품 강의에서 <인간의 굴레에서>만 빼놓기도 했었다. <인간의 굴레>도 새 번역본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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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람 2018-07-17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밍업 번역은 70년대에도 있었읍니다. 또 영한 대역본도 있었읍니다. 모옴의 책중 단편 몇개만 빼고 전부 읽어 본 사람으로 이야기합니다.(일부는 영어로 일부는 한글로)
완역본으로는 최초라는 건 출판사의 자기 과시로 보입니다. 이미 70년대에 모옴 전집이 출간되어 있었읍니다. (배게만한 두께에 5권짜리 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말은 전집이지만 빠진 작품도 있었을 겁니다.)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기억이 가물 가물 합니다만...
인간의 굴레는 1953년부터 1975년까지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조용만의 번역이 있었읍니다. 60년대에 출판된 것으로 생각합니다.요즘 출판사들은 출판의 역사를 자기 입맛대로 다시 쓰는 곳이 많은 듯 합니다.

로쟈 2018-07-17 09:27   좋아요 0 | URL
네 번역본이 있었던 건 저도 기억하는데 완역본이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네요. 출판사도 요즘은 시중에 없으면 초역이라고들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