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척추가 없어도
곧게 서 있구나
비바람에 흔들려주면 그만
흔들릴 마음이 없어
표정도 없구나
나무는 무심하구나
무심이 극락이지
내색하지 않지만
나무는 극락에 있지
척추가 없으니 뇌도 없는 거지
뇌는 움직이는 동물에게나
까불대거나
깝작대거나
뇌는 움직일 때 쓰는 거지
나무가 되거나 바위가 된다면
신경이 필요 없고 뇌가 필요 없고
무심한 지경에 이르니
가만히 앉아
무심코 나무를 바라보다가
나무는 극락에 있다고 적는다
나는 이 손가락 때문에
극락에 들지 못한다
또 자리를 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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