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 사이에
유령의 책
이름만 알고 있는 책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책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읽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히틀러의 유령이라고 적는다
히틀러는 죽어서도 죽지 않는군
그토록 유명한 독재자를
그토록 자주 만나는 콧수염을
그러나 저자로는 만나지 않겠다
불길한 투쟁
히틀러의 모델, 미국을 앞에 두고
다시 블랙어스, 암흑의 대지를 떠올리고
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6개월
참호 속으로 들어가려니
다시금 그의 유령이 나타난다
망루가 아닌 식탁에서
글자들 사이에서
금지된 투쟁을 선동한다
읽으면서 부정하고
읽으면서 잊어야 하는 책
나의 투쟁
나는 나의 투쟁을 어디에 두었나
나의 서가에는 크나우스고르만 있지
나의 투쟁
여기서 붙들리다니
얼른 꿈 밖으로 나가야겠다
여기가 역사의 바깥인가
식탁에서 일어나 코드를 뺀다
존재하지 않기에
유령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