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와 적조했다
오래 안 본 동창처럼
그립지 않아도 궁금하다
돌멩이를 쥐어본 적 언제던가
발로 차본 적 언제던가
우리는 차고 채이면서 친해진 사이
단단한 우정이라고 불리는 사이
이렇게 문득 생각나는 사이
조폭과 어울려 다니던 돌멩이도 있었지
마포 자루로 엉덩이를 맞다가
창문 넘어 도망친 돌멩이도 있었어
부둣가에서 무릎 꿇고 밟히던 돌멩이도
지나고 보면 다 뿔뿔히 흩어진 인연
돌멩이답게 눈물 따윈 훔치지 않아
우린 주로 굴러다닐 뿐
우리에겐 이끼가 끼지 않지
집에는 들어가지 않아
돌멩이라면 다들 이해해
때로는 돈을 떼먹기도 했지
돌멩이도 쓸 곳은 있는 거지
연탄구이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소주를 마셔본 게 언제던가
길바닥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본 게 언제던가
세상엔 별처럼 빛나는 돌멩이도 있고
어깨 처진 돌멩이도 있지
노래하는 돌멩이도 있고
복장 터지는 돌멩이도 있어
빌딩을 세운 돌멩이도 있을까
며칠 밤을 새운 돌멩이도 있어
먼저 간 돌멩이도 여럿이야
그렇다고 뭉치진 않아
이젠 몰려다니지도 않아
우린 각자가 알아서 돌멩이
바라는 건 없어
우리는 차고 또 채일 뿐
꿈 같은 거 꾸지 않아
돌멩이니까
그립지도 않아
돌멩이니까
그냥 궁금하다는 거지
오래 적조했다는 거지
이러니 돌멩이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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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나 2018-06-18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쓴 시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읽으면서 또 다시 잘 쓴 시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복장 터지는 돌멩이˝, ˝먼저 간 돌멩이˝가 참으로 빛난다 싶었는데,
˝우린 각자가 알아서 돌멩이˝에서 정점을 찍습니다.

연을 나눠주면 어떨지요?
그러면 더 가슴에 와닿을 것 같습니다만.....

로쟈 2018-06-18 10:04   좋아요 0 | URL
네 연가름은 나중에 손볼 기회가 있으면 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