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계절이라는 장미들의 피케팅
누가 장미파이고 비장미파인가
누가 들장미파이고 백장미파인가
이 계절의 입장권을 확인한다
여름을 간과한 자들이 입구에서 저지당한다
여기는 장미구역
장미 아닌 것들은 다 숙일 것
지금은 정치의 계절이 아니라 장미의 계절
장미들의 기세등등한 기세를 보라
아파트단지마다 장미들의 대오를 보라
장미들의 들끓는 붉은 함성을 보라
저들은 압구정파이기도 하지
근방에서 유명하다네
언젠가 노숙자라고 봉변을 당할 뻔했네
지금 집이 없는 자들은 피해 가야지
장미 가시에 찔리기 전에 이 구역을 벗어나야지
서둘러 지하철입구 계단을 내려간다
오늘은 에스컬레이터도 수리중
그래도 나는 가뿐하게 도망중
장미들이 순발력 없는 건 얼마나 다행인가
충정로에서 한숨 돌리네
누구처럼 장미의 시인이 아닌 건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 그 많던 철쭉은 어디로 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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