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가 넘쳐나는 시대이다 보니 어진간한 여행서에는 둔감하게 된다. 그러는 중에 한수 가르쳐주마라고 등장한 고수 같은 이가 후지와라 신야다. 후지와라의 트레이드 마크는 ‘방랑‘. <인도 방랑>과 <티베트 방랑>을 예전에 구한 듯한데(4년 전에 이사를 하면서는 소장도서라는 사실이 무의미해졌다) 이번에 방랑 결정판인 양 <동양 방랑>(작가정신)이 출간되었다.

˝압도적인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글과 사진으로 시대를 뛰어넘어 여행서의 전설이 된 <인도방랑>, <티베트방랑>의 저자 후지와라 신야의 <동양방랑>. 제23회 마이니치예술상을 받은 <동양방랑>은 작가이자 사진가, 사상가, 평론가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해온 후지와라 신야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동양의 전모를 파악하고자 길을 나선 400여 일간의 기록이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시작해 시리아, 이란, 파키스탄, 인도, 티베트, 미얀마, 태국, 중국, 홍콩, 한국을 거쳐 일본에 이르는 기나긴 여정을 기록한 이 책은 사람 사는 세상의 거짓 없는 모습을 좀 더 적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작가 나름의 육체적, 정신적 훈련의 결과물이다.˝

저자의 방랑을 흉내내볼 형편이 전혀 아닌지라 그의 방랑이 나의 방랑이 될 수는 없지만 누군가 이런 방랑기를 남겼다는 사실 자체가 위안이 된다. 어줍잖은 여행길이 뭔가 허전한 독자라면 후지와라의 방랑기로 내실을 채워볼 수 있을 것이다. 후지와라와 함께 동양의 냄새를(향기가 아니다) 독하게 맡아보아도 좋을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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