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꽃을 꽂고 있는
꽃병을 보았네 마른 꽃은
말라가는 꽃에서 말라죽은 꽃까지
곱게 말라죽은 꽃들은
미이라처럼 곧은 자세로
바스라질 듯한 존재를 지키고 있었네
만지면 꺼질 것 같은 존재가
꽃의 궁극인가
궁극의 꽃인가
마른 꽃도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겠지 생기 넘치던
꽃시절이 있었겠지 꽃밭이었을까
꽃마을이었을까 꽃농장이었을까
한창 피어날 때
아득한 정신을 차려보면
꽃집이었을까
설레는 손들이 뿌리를 대신했네
아직은 젖은 꽃
그리움이 마르지 않은 꽃
아직 마르지 않은 꽃
말라가지 않은 꽃
마른 꽃을 꽂은 채
꽃병은 생각에 잠기네
마른 꽃 생각뿐이네
마른 꽃을 꽂고 있는 꽃병도
마른 꽃병인가
꽃병도 바스라질 것 같아
나는 시선을 거두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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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0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0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