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진화심리학자 가운데 ‘로빈 던바‘도 내가 기억하는 이름이다. 리처드 도킨스만큼 널리 알려진 학자는 아니지만 사회성의 진화를 다룬 그의 책들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고 더 소개되어도 좋다고 본다(대표적으로 <털 고르기, 뒷담화, 그리고 언어의 진화>가 내가 고대하는 책이다). 던바의 과학에세이 <던바의 수>(아르테)도 ‘묻지마 구매‘를 한 이유다.

이번 책의 부제는 ‘진화심리학이 밝히는 관계의 메커니즘‘이다. ˝인류 조상에 대한 논쟁에서부터 성 선택론과 같은 진화론의 핵심 주제를 알기 쉽게 서술하는 한편, ‘던바의 법칙(던바의 수)’, ‘3배수의 법칙’, ‘사회적 뇌 가설’ 등 로빈 던바의 독창적인 연구 성과도 생생한 사례와 함께 보여 준다.˝ 과학교양 지수를 한껏 높여줄 수 있는 책. 제목의 ‘던바의 수‘는 무얼 가리키는가?

˝이따금 우리는 경이로운 인류 문화에 눈이 멀어 인간의 행동 양식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이 진화의 산물인지 간과하곤 한다. 우리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고, 믿고, 감정적으로 호감을 느끼는 사람 수는 최대 150명이다. 그리고 이 수를 던바의 수Dunbar’s Number라고 한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로 이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 인간의 뇌가 그 이상은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아직 어떤 다른 종에 못지않게 진화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마케팅에서 결혼식과 장례식에 오는 사람을 대략 200명으로 어림하는데, 이 또한 던바의 수에 해당한다. 150-200명이 인간관계의 상한선이라는 것. 가끔 강의에서 언급하는 내용이기도 한데, 만약 그 이상의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특별한 직종 종사자라고 봐야겠다(영업사원 같은). 물론 요즘은 SNS를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지만 어느 규모 이상이 되면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점도 ‘던바의 수‘를 무시할 수 없게끔 한다. 우리의 진화적 본성 혹은 잔재가 궁금하다면 필독해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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