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주간경향(1277호)에 실은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후카미 기쿠에의 <폴리아모리>(해피북미디어)를 읽고 적었다. 폴리아모리에 대해서는 앞서 국내서로 <우리는 폴리아모리 한다>(알렙, 2017)가 나온 적이 있는데, 좀 뜬금없다고 느껴져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주제에 관심을 둔 독자라면 <폴리아모리>를 먼저 읽고 <우리는 폴리아무리 한다>로 넘어가면 될 것 같다(순서상 그렇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폴리아모리의 '본산'인 미국에서 나온 매뉴얼북이 더 소개되면 좋겠다. 일본이나 국내에서도 일부 폴리아모리 모임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미국문화로 보여서다. 현재까지는 백인, 계급, 고학력이 폴리아모리스트의 3대 특징이다...   



주간경향(18. 04. 17) 새로운 사랑, 새로운 관계에 대한 욕망


다자간 사랑을 뜻하는 말로 막연하게 알고 있는 '폴리아모리'에 대해 좀더 이해해보려고 손에 든 책이다.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이라는 부제가 타당한지도 궁금했다. 저자는 일본의 젊은 인류학자로 미국의 폴리아모리에 대한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책을 썼고 말미에 일본의 폴리아모리스트와의 인터뷰를 보탰다. 곧 제3자적 시각에서 폴리아모리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 책의 장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폴리아모리는 1990년대 미국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일단 모노가미(일부일처제)에 반대하는 논-모노가미 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되어 1995년부터 본격화되었다고 한다. 길게 보면 전통적인 성도덕에 반대하는 성해방운동의 연장선상에 놓인다. 19세기에는 자유연애주의자들이 "내가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사랑할 권리"를 선구적으로 주장했고 성의 공산주의를 목표로 한 공동체 실험도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성 규범을 위협한다고 하여 탄압을 받았다.


성해방의 주장이 새로운 목소리로 다시 등장하는 것은 1960년대다. 학생운동과 시민권운동,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반전운동 등을 배경으로 다양한 성애관계가 실험되었다. 하지만 1980년대 보수주의의 대두와 함께 이러한 흐름은 쇠퇴했다. 1980년대 초에 발견된 에이즈도 성해방 풍조에 결정타가 되었다. 1990년대 새로운 사랑의 방식으로 폴리아모리가 등장하기까지의 짧은 역사다.


폴리아모리란 무엇인가. "자신의 교제를 공개하고 합의한 후에 만들어가는 복수의 사랑"이다. 요점은 공개와 합의다. 모노가미에서라면 "당신 말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라는 고백은 관계의 파국으로 이어지지만 폴리아모리에서는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 된다. 폴리아모리는 단지 섹스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감정적 유대를 강조하기에 스와핑과 구별된다. 폴리아모리스트는 자신이 사랑하는 특정 사람들과 친밀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그렇게 해서 폴리패밀리가 형성된다. 일례로 토마스(남성, 40대), 릴리(여성, 30대), 댄(남성, 20대)은 4년차 폴리패밀리인데, 토마스와 릴리가 결혼하고 2년 뒤에 댄을 새가족으로 맞았다. 토마스와 댄은 양성애자이고 릴은 이성애자이며 셋은 트라이어드다. 이혼 경력자인 토마스는 전처와의 사이에 두 아이가 있고 한 주의 절반은 토마스의 집에서 지내는데, 토마스가 생계를 맡고 육아는 릴리가, 가사는 릴리와 댄이 협력해서 역할을 분담한다. 


폴리아모리가 과연 새로운 사랑의 방식으로 확장성을 가질 수 있을까. 아니면 소수의 성애와 가족구성 방식으로 남게 될까. 몇가지 조사통계를 참고해볼 만한데 미국에서 폴리아모리스트는 90% 이상이 백인이고 75% 이상이 중산계급 이상이라고 답했다. 대학 이상의 학력자가 62%였다. 폴리아모리 그룹 참여자의 연령은 50대 남성과 40대 여성이 가장 많았다. 새로운 사랑, 새로운 관계에 대한 욕망도 보편적이라기보다는 특정한 사회적 조건을 배경으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18. 0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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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4-13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자마자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가 떠올랐어요.
점점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을 일이 없을듯.

로쟈 2018-04-13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선구적‘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