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신시아 바넷의 <비>(21세기북스, 2017)를 고른다. '자연.문화.역사로 보는 비의 연대기'가 부제. 정말로 제목은 그냥 비(rain)다(가수 비 말고. 덧붙이자면 연예인들이 '비'나 '태양' 같은 자연현상이나 자연물을 예명으로 삼는 건 못마땅하다. 비나 태양이 누구의 전유물일 수 있는가?).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저자는 환경사학 전공의 저널리스트로서 주로 미국의 물 관련 문제에 천착해왔다고 한다. <비>는 그녀의 세번째 책이다. 


"약 40억 년 전 초속 8미터로 지구에 불시착한 이후 지금까지 동반자가 되어준 생명의 근원, 비. 이 비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친절한 안내서이다. 비가 처음 기록된 원시시대에서부터 중세와 근대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비의 기원과 문명의 시작, 강우에 얽힌 과학적 사건사고, 기상학과 일기예보의 역사, 비의 서정성이 문화와 예술 영역에 준 영향 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흥미롭고 매혹적인 비의 세계를 소개한다. 저자는 과학‧역사‧인류학‧지리학을 비롯해 문화와 예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물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저널리스트의 치밀함, 역사가다운 집요함, 언어의 묘미를 발굴하는 작가적 상상력, 환경 연구자로서의 호기심을 통해 누구나 읽기 쉬운 친절한 과학이야기로 완성시켰다."

저자의 첫 책은 <신기루: 플로리다와 미국 동부의 물 부족>(2007)이었고, 두번째 책은 <블루레볼루션: 미국의 물 위기>(2011)였다. <비>에 와서는 시야도 확장되었고 다루는 범위도 훨씬 더 방대하다. 제재의 방대함에 비추어 보면 500쪽 분량으로 비의 자연사와 문화사를 망라했다는 게 놀랍다. 더불어, 이런 주제의 책은 도대체 어떻게 쓰는가란 궁금증도 갖게 한다. 


제목은 <비>이지만(외자 제목이라 '물'과 마찬가지로 검색이 어렵다) 내용은 <비에 관한 모든 것>이다. 비에 대해 적다 보니, 청주를 제외하고는 비가 좀 더 오면 좋겠다. 오늘도 꽤 무더웠다...


17. 0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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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 동안 진행해온 강의가 엊그제 끝나고 아이도 여름방학에 들어가면서 진짜 방학이 시작되었다. 다른 강의가 계속 이어지고 아이도 2주간 학교에 가지 않을 뿐이지만 한 학기를 보냈다는 안도감과 후련함을 조금 맛본다. 기분을 내는 김에, 휴가용 독서계획도 떠올려봤는데 북유럽 문학을 읽는 게 좋겠다 싶다. 시원할 거 같아서다.

스웨덴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 가운데 둘째권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같은 책. 첫째권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몇년전에 강의에서 다루면서 읽었다. 현재는 시리즈 전체가 절판된 상태이지만 책들은 그때 사두었기 때문에 독서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여차하면 영어판도 구입해볼 참.

한편 노르웨이 작가 크나우스고르의 <나의 투쟁> 시리즈도 영어판과 함께 모으고 있는데 1권 정도는 이번 방학에 읽어볼까 싶기도 하다. 전체 6권 가운데 한국어판은 3권까지, 영어판은 5권까지 나와 있다. 올해는 완결이 어려울까.

그리고 이번주에 나온 <민주주의의 삶과 죽음>도 곧 읽기 시작하려 한다. 1000페이지 넘는 책들은 방학이 아니면 언제 읽겠는가. 거꾸로 그런 책을 손에 들 때 우리는 방학 기분을 낸다고 말할 수 있겠다. 침대에 엎드려 북플로 이런 페이퍼를 적는 것도 그런 기분 내기일 테다...그나저나 안그래도 불볕더위인데 불을 가지고 놀면 더 더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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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론에 해당하는 책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그 가운데 일본 저자의 책 두 권을 묶었다. 오쓰카 에이지의 <이야기론으로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미야자키 하야오>(북바이북, 2017)와 시모쓰키 아오이의 <애거사 크리스티 완전 공략>(한겨레출판, 2017).



오쓰카 에이지는 이미 다수의 이야기론이 소개된 저자. 주로 장르문학 스토리텔링 관련서를 갖고 있는데(나는 그렇게 분류하고 있는데) 이번에 나온 건 뜻밖에도 무라카미 하루키와 미야자키 하야오 비평이다. 

<캐릭터 소설 쓰는 법>, <스토리 메이커>의 저자 오쓰카 에이지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분석한 평론집이다.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 <노르웨이의 숲>,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 <벼랑 위의 포뇨>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작품들을 '이야기 구조'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보았다. 이들 작품의 구조적인 특징과 세계에서 통하는 이유 등에 대해 일본의 대표적인 서브컬처 평론가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은 관심사가 아니지만 하루키의 소설들, 특히 <해변의 카프카>와 <노르웨이의 숲>은 나도 강의에서 몇 차례 다룬 바 있어서 저자의 견해가 궁금하다. '서브컬처 평론가'는 작품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또 분석하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



<애거사 크리스티 완전 공략>은 크리스티의 모든 작품에 대한 해설을 담고 있는 책이다."'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의 모든 작품을 단 한 권에 정리한 책. 전 작품의 줄거리를 소개하고 별점을 매겼지만 스포일러는 없다." 추리소설들인 만큼 스포일러가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스포일러 없이 작품을 해설한다는 것도 특별한 노하우를 필요로 할 법하다.     

"애거사 크리스티 작품에 대한 평론서이자 독서 가이드북인 이 책으로 저자는 에도가와 란포가 설립한 유서 깊은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의 '평론 부문'에서 만장일치, 본격 미스터리 작가들이 직접 투표하여 선정하는 '본격미스터리대상'의 '평론/연구 부문'에서 사상최다득표로 상을 수상했다."

장르문학을 강의에서 다루는 일이 거의 없어서, 애거사 크리스티를 손에 들 일이 그간에 없었는데, 가이드북이 생긴 김에 생각을 달리해볼까도 싶다. 당장 비교할 만한 책은 마이클 더다의 <코난 도일을 읽는 밤>(을유문화사, 2013). 문제는 두 작가 모두 작품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게다가 번역본도 너무 많아서 정확하게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한 권만 고른다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골라야 할까. 이건 <완전 공략>을 참고해봐야겠다...


17. 0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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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의 발견은 중화권의 대표 여가수 등려군(1953-1995)의 전기 두 권이었다. 번역서로 장제의 <등려군>(글항아리, 2017)과 국내서로 최창근의 <가희 덩리쥔>(한길사, 2017)이다. 덩리쥔은 등려군을 중국어로 읽어준 이름. 하지만 대개 중국 대중문화의 스타들처럼 우리식으로 읽어준 '등려군'이 더 친숙하다. 


 


아마도 등려군이란 이름이 우리에게 알려진 건 <첨밀밀>이란 영화 주제가 덕분이지 싶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왕가위의 영화 <타락천사>에서 관숙이가 부른 '망기타'도 원곡자가 등려군이어서 찾아본 기억이 있다(관숙이가 부른 버전을 나는 더 좋아하지만, 등려군의 원곡도 나름의 풍취가 있다). 


아무려나 그런 인연 때문에 아침에 느닷없이 유튜브에서 등려군의 노래와 관숙이 망기타를 몇 번 반복해서 들었다. 등려군의 노래 가운데(나는 주로 카세트 테이프로 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해운'이란 노래다(https://www.youtube.com/watch?v=5dDDVkW4nhc). '바다의 운율'이란 뜻. 중국어권 여자 가수들이 부른 좀 장쾌한 스타일의 곡을 나는 좋아한다. <영웅본색>의 주제가이기도 했던 매염방(1963-2003)의 '석양지가'가 대표적이다(https://www.youtube.com/watch?v=nhzgiy2RNuY).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들어보시길(매염방은 배우로도 맹활약했는데, 내가 꼽은 베스트는 장국영과 주연한 관금붕 작 <연지구>(1987)이다. 그러고 보니 30년 전 영화군).  




한번 더 느닷없긴 하지만, 내가 좋아했던 두 여가수, 등려군과 매염방을 기억하고 추모한다...


17. 0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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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문학' 강의차 코맥 맥카시를 읽고 읽느라 몇 권의 책을 재주문하고 또 새로 주문했다. <로드>(2005)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6)는 영화로 먼저 접한지라 소설은 이번에 읽었다. <카운슬러>도 영화로만 본 경우. 이 시대 미국문학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터라 언젠가 강의에서 다루려고 벼르던 터였는데, <로드>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같은 노년작을 먼저 읽게 되었다. 


 

<로드>로 퓰리처상도 수상했지만 1933년생이 작가가 70이 넘은 나이에 발표한 작품이기에 '노익장'에 해당한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전성기의 대표작들은 따로 있기에 내년쯤에 기회를 보아 그 작품들을 읽어보려고 한다. 가령 <핏빛 자오선>(1985)가 대표적이다. '<타임>이 뽑은 100대 영문소설'에도 들어간 작품이다. 더불어 1965년에 데뷔작을 발표한 매카시의 중기 대표작이라고 할 만하다. 초기작은 국내에 소개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강의에서 다룰 수 있는 건 <핏빛 자오선>과 함께 '국경 3부작' 정도다. <모든 예쁜 말들>(1992), <국경을 넘어>(1994), <평원의 도시들>(1998)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국경을 넘어>가 현재 품절된 상태다. 바람직한 건 <평원의 도시들>까지 '모던 클래식' 시리즈로 다시 나오는 것. 그래야 좀 구색이 맞겠다. 그렇게 새로 나오지 않는다면, 아마 강의에서는 <핏빛 자오선>과 <모두 다 이쁜 말들> 두 편만 다루기 쉽겠다. 


 

극 형식의 <선셋 리미티드>나 <카운슬러> 등의 시나리오는 참고 작품일 뿐, 강의 거리는 아니다(<정원사의 아들>이 그의 첫 시나리오였군). 정리하자면, <로드>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외에 매카시의 작품을 더 다룬다면, <핏빛 자오선>과 <모두 다 예쁜 말들>이 일순위라는 것. 그리고 <국경을 넘어>와 <평원의 도시들>이 그 다음 순위의 후보가 되겠다. 그의 책이 더 소개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17. 0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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