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주 동안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일주일 내내 들떠 있었고,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며칠 전,
회사 빌딩 지하 아케이드에 있는 서점에 갔었는데
내 책이 '금주의 추천 도서'에 진열되어 있었다.

책 표지에 있는 내 사진을 보니
참으로....머쓱했다.

서점 아줌마는 책 표지의 여자와 내가 동일 인물이라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요즘 이 책 왜 이렇게 잘 팔려요?
많이 갖다 놔야 되나?"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씩 웃고 말았다.
회사 선후배들이 몇 권씩 샀으니 잘 팔렸을 수 밖에...
이 현상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ㅋㅋ

책이 발간된 2월 27일부터 지금까지의
붕~ 떠있는 것 같았던 흥분상태에서,
하루 종일 가슴이 뛰던 환각상태(?)에서 이제 벗어날 때다.

Back to the "real"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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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0 02: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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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0 02: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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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0 03: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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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0 1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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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0 21: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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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4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antitheme 2008-03-24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출장 갔다 오자마자 이책 주문했어요. 언제 저자 싸인 받으러 가야될텐데...

2008-03-25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월 26일 오후 Tokyo.

택시를 타고 거래선에 가고 있는데 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언니! 인터넷 서점에 언니 책이 떴어!
이제 정말 책이 나왔네. 축하해!"

마구 가슴이 뛰었다.
아...이 상태로 미팅을 어떻게 하지?
우황청심환이라도 하나 갖고 올걸...

책을 보지 못한 채로 25일 새벽에 Tokyo 출장을 갔다.
이틀 내내 어찌나 궁금하던지...
빨리 책을 보고 싶고, 만져 보고 싶고, 더듬어 보고 싶었다.

저녁 8시 비행기로 김포에 도착하니 10시 40분.
택시를 잡아타고 들어가자마자 인터넷에 접속.
인터넷 서점에서 내 이름을 쳤다.

책이 검색되었다.
<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 간다>
표지에 있는 내 사진이 무척 어색하게 느껴졌다.

아... 책이 정말 나왔구나!


2월 27일 오전 태평로

“과장님, 인터넷에 과장님 책 떴어요!
저 벌써 자료실에 신착 도서로 과장님 책 신청했어요!”

출근하자마자 들은 후배의 말에 무한감동!

상무님께 간략히 출장 결과를 보고하고 잠시 일하는 척 하다가
조바심을 참지 못하고 출판사에 전화를 했다.
어제 택배로 보냈으니 곧 도착할거라고 했다.

그런데 1시가 되고, 2시가 되고, 3시가 되도 책이 오지 않았다.
다시 출판사에 전화를 했더니 5시에 책이 도착할 거라고 했다.
아...정말 시간이 안 갔다.
일손도 안 잡히고 가슴만 뛰었다.
침이 바짝바짝 말랐다.

5시에 택배가 왔다.
박스를 뜯는데 손이 덜덜 떨렸다.
후배가 칼을 뺐더니 박스를 대신 뜯었다.

박스가 열리는 순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어찌나 울컥 하던지!

작년에 그 고생을 했는데,
정말 책이 나오기는 하는 건지 내 자신을 마구 의심했는데,
이렇게 물질화되어서 손에 잡히는 책을 보니 정말이지 울컥했다.

주위로 사람들이 마구 몰려들었다. 웅성웅성.
고맙게도 동료들, 선후배들이 함께 감동해 줬다.

상무님께 한부를 사인해서 드렸더니
“수고했어!”하시며 책값이라며 수표 한 장을 주셨다.

상무님에 대한 ‘급호감’을 느끼며 후배들이랑 술을 마시러 갔다.
첫 번째 책의 베스트셀러를 위하여!
건배를 하고하고 또 했다.
나중에는 그냥 통 크게 “밀리언셀러를 위하여!”로 구호를 바꿨다.
그냥 기분 좋아서 마시고 또 마셨다.


3월 1일 오후 집

2월 27일 펴냄.
이제 막 3일이 지났는데 참 많은 전화를 받았다.

또 월요일 아침에 백지연의 “SBS 전망대”에
“책 읽어주는 여자”로 출연하게 되었다.
6분간 전화로 백지연이랑 대화를 하며 책 소개를 하는 거란다.

난 출판사에서 라디오에 출연해서 책 소개를 하라고 해서
내 책을 소개하는 건지 알았는데,
소설을 소개하는 거라고 했다.

책날개 저자 소개에
“회사원들에게 소설을 소개하는 라디오 DJ를 해보고 싶다는
좀 엉뚱한 바람이 있다.”는 구절을 보고 섭외가 들어온 거였다.
월요일에 반응이 좋으면 고정이 될 수도 있다고!

아...중학교 3학년 때 송승환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랑 전화데이트를 해본 게
라디오 경력(?)의 전부인데, 잘할 수 있을까?
아직 뭘 소개할지 정하지도 못했다.

며칠 동안 정말 정신이 없었다.

어제는 교보문고 신간코너 매대에 놓여 있는 내 책을 보니
정말이지...기분이 이상했다.

그러니까...책이 정말 나온 거다.
아....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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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5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8-03-06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감동감동이시겠다~
오늘 알았어요.. >.< 축하드려요~ !!
얼른 접수해야지!

릴케 현상 2008-03-06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재밌겠네요

2008-03-07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07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08 00: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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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8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폭설 2008-04-2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안녕하세요?
책을 내셨군요!
감축 드립니다.^^ 그냥 영업도 아니고 우째 해외영업을 다 하시고 정말
능력이 출중하십니다. 부러버요.^^ 책은 빠른 시일내 사볼께요.

브로크백 마운틴에 관한 제 글에 달린 수선님의 댓글을 어쩌다 이아침
다시 읽게 되었는데.... 문득 그 댓글을 단 사람의 현재모습이 궁금하여
클릭했다가 이런 낭보를 보게 되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2탄도 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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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謹弔 민주노동당
 
  2008-02-04 오전 9:39:39

 

예상했던 결과다. 비상대책위원회의 혁신안은 불필요한 수순이었지만, 아무 의미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중의 눈앞에 이른바 '자주파'의 정체를 그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제 당의 상황을 CD로 구워 북한 공작원에 넘겨주는 해당 행위를 해도, 민주노동당에서는 결코 제명당하지 않는다. 이른바 자주파는 그냥 당기위에 올려 조금 제재나 하자는 자기들 측의 중재안까지도 부결시켰다.
  
  1.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른바 평등파들이 퇴장하면서 다음 안건 하나가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상정되지 못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북핵자위론을 주장했던 어느 간부에 대한 징계안이다. 하지만 혁신안의 대부분의 내용이 부결되었으므로, 설사 의결이 이뤄졌어도 징계안은 부결되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게 정당하다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공식 입장이라는 얘기다.
  
  비대위에서 혁신안 부결을 불신임으로 간주한다고 했는데도 부결시킨 것을 보면, 입에 '대동단결'을 달고 사는 그들도 충실한 종북이라는 원칙(?)이 문제가 되면, 대동단결을 안 하고 싶은 모양이다. 박용진 전 대변인이 '혁신안이 부결되면 당이 깨진다'고 울먹이며 호소를 해도, 종북파들의 태도는 단호했다. 당을 깨면 깼지, 북핵의 정당성과 '본사'에 보내는 보고의 의무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 태도의 분명함은 평가해줄 만하다. 사실 내가 걱정했던 것은 이들이 대충 혁신안을 받아들여 사태를 무마한 후, 숨을 고르다가 기회를 봐서 다시 튀어나와 이제까지 했던 짓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자신들의 색깔을 명확히 드러냈으니, 앞으로도 대중들 앞에서 거짓말하지 말고, 제 정치적 목표와 정체성을 숨김없이 분명히 밝히기 바란다.
  
  '종북노선이 문제가 아니라 패권주의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종북노선과 패권주의의 관계를 몰라서 하는 얘기다. 주사파들이 패권적 행태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바로 종북노선의 관철을 위해서다. 당내에서 자신들의 종북행위에 제동을 거는 세력이 존재하니,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 벌이는 작태가 바로 패권주의가 아닌가. 따라서 종북노선이 존재하는 한 패권주의는 영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손석춘 씨가 "통일운동에 찬물 끼얹지 말라"고 했던가? 북한에서 핵무기 만드는 것을 옹호하는 것이 그가 원하는 '통일운동'이라면, 그런 통일운동에는 앞으로 찬물이 아니라 똥물을 끼얹을 것이다. 그는 또 '인간에 대한 예의'를 말한다. 그의 독특한 윤리 감각에 따르면, 제 동지들 신상 파악해 북한에 보내는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이고, 그걸 비판하면 인간에 대한 예의를 져버린 패륜 행위다.
  
  옆에서 김민웅 씨도 거든다. 내 기억에 2002년인가? 제 동생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왔을 때,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전쟁난다며 민주당에 표를 몰아달라고 해서, 나와 설전을 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쟁 위기까지 고취하며 민주노동당에 표주면 사표가 된다고 했던 그가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갑자기 민주노동당에 대한 살가운 애정을 드러낸다. 그새 그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종북파의 정체를 몰라서 그런 발언 했다면 용서가 되겠지만, 그들을 접해 본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상황을 설명해주었고, 이번 대회에서 종북파의 정체가 명확히 드러났는데도 앞으로 계속 이 그들의 행태를 옹호하고 정당화한다면, 앞으로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는 종북파에게 갖춰야 할 인간적 예의가 있겠지만, 내게는 통일 되는 날 김정일 정권 아래 고생했던 북조선 인민들에 갖춰야 할 인간적 예의가 앞서기 때문이다.
  
  3.
  
  굶주린 북한 주민들이 먹을 것을 찾아 압록강을 건너다가 익사했다고 하자, 태연히 "남한에서도 여름에 익사 사고 나지 않냐"고 대꾸하던 이들. 동성애에 대해 묻자 버젓이 "자본주의적 퇴폐"라고 대답하던 이들. 북한에 갔을 때 안내원에게 노래를 하나 불러달라고 하자 지도원 동무에게 허락을 받고 노래를 하더라며, 이를 "집단주의의 미덕"이라고 찬양하는 이들. 미선이 효순이 끔찍한 사체 사진을 연하장(?)만들어 돌리는 이들. 이런 이들하고 같이 '진보'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몇 년 전에 내가 당에 절대로 주사파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을 때, 민주노동당 내의 모 인사가 "그들도 언젠가 변할 것"이라며 주사파들과 나의 화해(?)의 자리를 주선한 적이 있다. 그때 만난 주사파는 내게 자신이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떤 민주노동당 가입을 권유하는지 자랑을 했다. "동지, 김 주석이라면 이 상황에서 무엇을 했을 것 같소. 내 생각에 김 주석이라면 남조선 상황에서는 민주노동당을 했을 것이요."
  
  도대체 이런 사람들하고 진보정당을 같이 해야 한단 말인가? 그때 내가 얼마나 참담했겠는가. 종북주의자들이 온갖 편법으로 민주노동당의 조직을 장악해 들어와도 징계 하나 제대로 못하는 것을 보고, 나는 이미 당시에 민주노동당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그때 내가 탈당으로써 경고했던 일이 지금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운동을 해 봤다는 사람들이 결국 이렇게 될 줄 몰랐다는 말인가? 이것도 이해가 안 간다.
  
  이른바 평등파도 한때 망해가던 소련을 모델로 삼은 적이 있지만 동구의 몰락을 보고 생각을 바꾼 것처럼, 북한을 모델로 삼는 자주파도 언젠가 생각을 바꿀 것이다. 이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언젠가 변할 것'이라는 기대는 주사파의 본질을 모르는 얘기다. 주사는 이성이 아니라 신앙의 문제. 어떤 경험적 증거, 어떤 정합적 논리, 어떤 상황적 변화를 들이대도 깨지지 않는 것이 신앙의 본질이다.
  
  4.
  
  오늘로써 민주노동당은 죽었다. '본사'와 연락을 방해하던 세력이 다 나갈 터이니, 이제 이름도 자기들이 애초에 원하던 대로 '민족자주당'으로 바꾸는 게 어떨까? 그들은 드디어 원하던 것을 손에 넣었다. 그들에게 축하의 말을 보내는 바이다. 앞으로 '본사'와 더 긴밀한 협력 아래 '조국은 하나다', '당과 인민도 하나다' 철학을 힘차게 구현해 나가며, 앞으로 진보진영과 아무 관계만 없어 주기를 바란다.
  
  '북한에 정말 아사자가 생겼는가?' '아니면 미제의 공화국 모략 선동인가?' '북한의 핵무기가 정당한가?', '북조선에서는 정말 당과 인민이 하나인가?' '그래서 조선노동당을 비판하면 곧 북조선 인민을 모독하는 것이 되는가?' 이젠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제로 논쟁하느라 정력 낭비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평생 그렇게 믿고 살다가 죽게 내버려두고,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은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여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의제를 향해 진보를 하면 그만이다.
  
  민주노동당의 분열을 끝까지 막아보려고 남아 있었던 이들. 당신들의 생각과 충정을 존중한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분명해졌으니, 더 이상 쓸 데 없는 노력을 접고 진정으로 현대적인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하는 길에 나서라. 그리고 자신이 최소한 주사파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 남한의 진보정당이 최소한 조선노동당의 지사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이제 미련을 털기 바란다.
  
  진보정당을 재건하는 과제가 생겼다. 다시 시작하려니 모든 것이 막막할 것이다. 하지만 8년 전의 상황을 기억해 보라. 그때는 지금보다 더 절망적이었다. 운동권 내에서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는 수구세력에 대한 기대는 접어버리자. 그리고 앞으로 진보정당의 새로운 토대가 될 이들에게 눈을 돌리자. 사회에 진보적 역량은 충분하다. 그 역량은 이제까지 낡은 운동권 방식, 낡은 주사파 형식으로 표현되기를 거부해왔을 뿐이다.
  
  이미 수많은 이들이 새로운 진보정당에 참가할 뜻을 밝혔다. 남한의 진보운동이 드디어 거추장스런 주사파의 족쇄를 풀어버렸다. 몇 년 전에 버렸던 진보정당의 당원증 다시 주워들고 싶다. 오랜 세월이 걸릴지도 모르는 힘든 길이다. 하지만 진보하기를 포기할 수 없다면, 끝을 알 수 없는 길이라 하더라도 걸음은 내디뎌야 한다. 거대한 위기는 동시에 위대한 기회다. 건설될 새로운 진보정당에 입당을 신청한다.

진중권/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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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7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한다.
또는 대화를 한다고 착각하며
침 튀겨 가며 자기 얘기를 하기에 바쁘다.

수많은 사람들이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전화로 밤을 새며
끝도 없이 많은 말들을 주고 받지만,
유감스럽게도 대화가, 소통이 가능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서로 핑퐁을 치듯이 주고 받으며 자기 얘기를 할 뿐이다.

노래방에서 다른 사람이 노래할 때
듣는 시늉을 하면서,
가끔 탬버린도 쳐주시면서,
다음 곡 번호를 찾는데 여념이 없는 것처럼,

상대방이 얘기를 할 때
열심히 듣는 대신,
자기가 무슨 얘기를 할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는 상대방의 얘기가 끝나기가 바쁘게,
때로는 상대방의 말까지 잘라 가며 신나서 자기 얘기를 한다.
듣는 사람의 지루한 표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친구가 팀장한테 작살나게 깨지고 우울해서 술 한잔 하자고 할 때,
그 친구가 바라는 건 하나 밖에 없다.
자기의 분통 터지는 얘기를 들어주는 것.

묵묵히 자기 얘기를 들어주며
때때로 "진~짜 나쁜 놈이네. 내가 가서 때려 줄까?"하고 추임새를 넣어 주는 것.

그렇게 내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맞장구 쳐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이지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친구의 얘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대신
이렇게 친구를 위로(?)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

"야...그 정도는 말도 마. 우리 팀장은 말이지, 얼마나 더한 줄 알아?"

이렇게 시작해서 신입사원 때부터 현재까지의 팀장들을
쭈~욱 연대기적으로 열거하며
일일 드라마 방송시간 보다도 길게 파란 만장한 무용담을 늘어 놓는다.

그 사이에 안주로 시킨 찌개 국물은 식고,
우울한 친구는 홀짝홀짝 혼자 술을 마시다 얼큰하게 취해 있다.

길고 긴 무용담을 마치며 우울한 친구를 위해 이렇게 조언(?)한다.
"너네 팀장 정도는 양반이야. 알겠지? 그러니까 힘내!
건배하자구. 홧팅!"

누구나 자기 얘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연애의 기술>, <유혹의 기술> 같은 책들을 보면
핵심기술(?)로 "질문하기", "공감하며 들어주기"가 나온다.

상대방에게 얘기하기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도록 질문해 주고,
상대방이 하는 얘기를 공감하며 들어주는 것.

이거야 말로 작업의 정석일 뿐 아니라
비즈니스 협상의 핵심이다.

나 또한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연애할 때도 내 얘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과묵한 남자가 좋다.
므흣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는 남자!
(이상하게도 수다쟁이 남자에게는 이성적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모처럼 주말 내내 혼자 있었다.
토요일, 일요일을 완전히 혼자서!
전화도 받지 않았다.

12월부터 송년회에 신년회에 이런저런 모임들에
과식과 과음, 그리고 말, 말, 말들로 지쳐 있었다.

간만에 오피스텔도 청소하고, 허리 아플 만큼 잠도 자고,
이틀간 침묵 속에 있었더니 뭔가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다.

가끔은....... 침묵이 필요하다.

파스칼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의 모든 불행은 단 하나의 이유,
방 안에서 조용히 휴식할 줄 모르는 데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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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8-02-03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화가 기술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이야기는 공감이 가네요. 수선님, 오랫만, 잘 지내시죠?
침묵이 내 속에서 깊어질 때, 말도 함께 깊어지고 익어가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세실 2008-02-03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묵, 휴식 참으로 중요하죠.
흥분해서 혼자만 열심히 떠들어대는 사람 정말 싫어요. 문득 혹시 내가 그런건 아닌가 하고 제어를 하기도 합니다. 진정한 소통 원츄~~
님 행복한 설 명절 되시길 바래요.

Mephistopheles 2008-02-03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저냥 입 꾹 다물고 들어주는 것이 정말정말 진정한 대화의 고수만이 가질 수 있는 기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 죽일놈 살릴놈 추임새는 필수입니다.^^

kleinsusun 2008-02-03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예요^^
혜덕화님의 말씀은 항상 제게 큰 도움이 되요.
침묵이 제 속에서 깊어지도록 해야 겠어요. 설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세실님, 안녕하세요!
네...혼자만 계~속 말하는, 그것도 다 자기 얘기로!, 사람 넘 싫어요.
회식할 때 군대 얘기 30분 넘게 하는 사람도 있어요.ㅋㅋ
즐거운 설연휴 보내세요!^^

메피님, 네....말하는 것 보다 듣는게 정~말 어려워요.
외국어 배울 때도 말하는 거 보다 듣는게 더 어렵구요.
아....묵묵히 들어주는 남자...나타나라! 호홋

바람돌이 2008-02-04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한마디하면 열마디 스무마디 하는 사람 정말 피곤하죠? 요즘 제 옆에 이런 분이 있는데요. 그것도 윗사람인지라 참 미치겠습니다.왠만하면 말을 안 건다죠? ㅎㅎ
수선님 오랫만이예요. 뜸하게 들어오시네요. 곧 설인데 명절 즐겁게 보내시고요. 복도 많이 받으세요. ^^

kleinsusun 2008-02-04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안녕하세요!^^
설 연휴에 아이들이랑 윷놀이도 하고 바쁘시겠네요?
전....."올해는 제~발 결혼해라." 이런 말 또 들어야 해요.ㅋㅋ
설 연휴 즐겁게 보내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2008-02-04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11월 말, 저자수정본을 탈고한 후
쭈~욱 폐인모드였다.

원고 쓸 때 워~낙 스트레스를 받아서
탈고만 하면 훨~훨 날아갈 것만 같았는데
막상 탈고를 하니... 탈진해 버렸다.
몇주간 무기력함에 시달렸다.

일찍 퇴근해서 TV 앞에 멍~하니 앉아 있다 잠든 날이 많았다.
<대장금>도 한번도 안봤을 정도로 TV에서 멀~리 떨어져서 살았는데,
요즘엔 모르는 드라마가 없다.
심지어....경멸해 마지 않는 <아현동 마님> 까지 봤다.

연말에 선물 받은 좋은 와인들이 몇병 있었는데
혼자 TV를 보면서 홀짝홀짝 다 마셔 버렸다.
(아....아까워라... 그 좋은 reserva급 와인들을
깡소주 마시듯 혼자 작살을 내다니....오호통재라!)

그동안 홈피도 개점휴업하고,
운동도 하지 않고,
북극곰처럼 겨울잠을 잤다.

이제...서서히 리듬을 되찾고 있다. 에너지 업! 폐인모드 탈출!

그 동안 걱정해 주신 분들께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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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1-13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새하얗게 되신 건가요?

kleinsusun 2008-01-14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극곰처럼요? ㅋㅋ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로 2008-01-14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찰고하셨다니 축하드려요!
그럴만해요,,,,그렇게 힘드셨는데 그깟 와인 마셔주셔야죠!!
암튼 웰컴!!!보고싶었따요~.ㅜ

antitheme 2008-01-14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고 계시죠?

kleinsusun 2008-01-14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bi님, 좋은 와인이었는데 여럿이 함께 마셨으면 좋았을 껄 그랬어요. ㅋㅋ
새해 복 많이 받고 계시죠? 앞으로도 쭈~욱 많이 많이!^^

antitheme님, 오랜만이예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nine 2008-01-14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소식 들으니 반갑습니다.
책, 기다려져요~~~

드팀전 2008-01-14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ㅇㅇㅇ 그동안 폐인이셨군요.
빠져나오셔서 다행입니다....알라딘 공주의 귀환이라고 해야하나 ^^

반가와요

kleinsusun 2008-01-14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감사합니다^^ 책은 다음달에 나와요. 두근두근~

드팀전님, 오랜만이예요^^ 새해 복 마~니 받고 계시죠?
"알라딘 공주" 라는 표현에 기분이 up되는군요. 호홋

이게다예요 2008-01-1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겠어요 알라딘 공주라... ^^
책 나오나봐요? 무슨 책인지 궁금하네요.

바람돌이 2008-01-14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 일 하나 끝내놓으면 흔히 멍해지는거 있죠... 오랫만에 뵈니 더 반가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ㅎㅎ

kleinsusun 2008-01-14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다예요님, 네...좋아요~ ㅋㅋㅋ
새해 복 많이 받고 계시죠?^^

바람돌이님, 방가방가~^^
폐인모드 생각보다 오래 가더라구요. ㅎㅎ
새해 복 마~니 받으세용!^^


승주나무 2008-01-1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레인수선 님.. 어디 가셨는가 했더니~ 탈고하고 탈진하신 모양이네요..
빨리 모든 피곤함들을 '탈(脫)'할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런저런 무거운 일들을 얼른 '탈'해야겠어요~

kleinsusun 2008-01-14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승주나무님, 오랜만!^^
네...빨리 승주나무님도 모든 무거운 일들에서 '탈(脫)'하세요! 홧팅!^^

다락방 2008-01-14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오오오옷~ 수선님.

^__________________^

프레이야 2008-01-14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 님 그동안 고생하셨어요. 즐겁게 빠져계셨던 것이겠죠?^^
책이 기대되어요~~~

kleinsusun 2008-01-14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오................랜만!!!새해 복 많~이!^^

혜경님, 즐겁게...는 아니고... 이러면 안되는데...하면서
와인을 홀짝 거리며 TV를 봤어요.ㅋㅋ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용!^^

BRINY 2008-01-14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그리고 부럽습니다.
전 겨울방학에 쉬면서 논문만 쓰겠다는 계획이 갑작스런 보충수업으로 다 날라갔어요. 4시간 연강하고 점심먹고 집에 오면 폐인됩니다...

dalpan 2008-01-14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많이했습니다. 세상에 내 자식 하나 내보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대단한 일 하셨습니다. 아울러 '탈출'도 축하!

kleinsusun 2008-01-14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감사합니당^^
아...보충수업 4시간 연강하면 진짜 힘들겠네요.
힘내서 좋은 논문 쓰세요. 홧팅!^^

dalpan님, 감사합니당.^^ 이제...싱글도 탈출하고 시퍼요 ㅋㅋ

이리스 2008-01-14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냐, 웰컴이여.
와인 혼자마신건 찰싹찰싹. ㅋㅋ

비로그인 2008-01-14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지 사진이 참 인상적입니다.
두 분 다..참 아름답습니다.^^ 세상에 저렇게 따뜻한 눈빛일 수 있을까..

2008-01-14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파피필름 2008-01-14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에요 수선님, 어떤 책인지 기대됩니다 ^^

kleinsusun 2008-01-17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야, 빈 와인병들을 보니 가슴이 아프.....ㅋㅋ 아까비! 다 좋은거였는데....

L-SHIN님, 감사합니당^^ 즐찾 등록했어요. 앞으로 자주 갈께요^^

스파피필름님, 감사합니당^^

릴케 현상 2008-01-24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겨울잠은 좀 더 자야 하지 않나요^^ 일찍 깬 백곰님

2008-01-28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