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산업자원부가 주최한 무역업체 간담회에 참석했다.
장소는 과천 정부청사.

아...금요일 오후에 이게 왠 횡재람?
난 룰루랄라 "주말 잘 보내세요!" 기분 좋게 인사를 하며
모처럼 "대낮"에 퇴근했다.

버스에서 내려 정부청사 앞으로 걸어 가는데
"아~대한민국!"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정부청사 정문 바로 앞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체가 소규모 집회를 하고 있었다.
황우석 사진을 들거나 가슴에 안고서!

"보건복지부의 생명윤리법 개정안 결사 반대!"
"황우석 죽이기를 중단하라!"
"국가기술을 팔아 넘기는 매국행위 중단하라!"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주로 40~50대 아줌마들과
개량 한복 같은 걸 입고 있는 아저씨들이었는데,
이런 구호 외에도 매직으로 갈겨 쓴 조잡한 슬로건들이 널려 있었다.

"아~대한민국"이 끝나자 "독도는 우리 땅"이 흘러 나왔다.
으쌰으쌰 박수를 치며 따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 땅!"

연단에 올라간 한 아저씨는 마이크를 잡고 격정적으로 소리쳤다.
"나라 망치는 공무원들아~국민의 소리를 들어라!"

그 아저씨는 미리 준비한 원고도 없는 듯
한 말 또하고 또하며 소리를 질렀는데,
막상 정부청사 안으로 들어가니 들리지도 않았다.

한 아줌마는 남편 상을 치르는 미망인처럼
아래 위로 까만 옷에 하얀 마스크를 하고
황우석 사진을 가슴에 안은 채 망부석처럼 서있었다.

무슨 "엽기 호러쇼"를 보는 것 같았다.

가끔 헛갈린다.
내가 살고 있는 시대가 21세기가 맞는지...

오늘 아침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내일부터 출산휴가가 시작되는 C에게
건강하게 아기 잘 낳고, 연말 잘 보내라는 인사를 하며 물었다.

"언제부터 출근이지?"

인력파견업체 P사 소속인 C가 대답했다.
"3월요. 근데 팀장님이 바쁘면 전화한데요.
원래 2달만 쉬고 나오라고 하는 걸..."

열이 확~솟았다.
둔기로 뒤통수를 두들겨 맞은 것 같았다.

"뭐라구? 3개월은 법이잖아!!!"

세상에는 "상식"이란 게 있다고 믿었었다.
누구나 공유하는 common!

그런데...요즘 헛갈린다.
도대체 "상식"이란 게 있긴 있는 건지...

스스로를 "또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저마다 옳은 일, 잘하는 일, 회사를 위하는 일,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며
하는 일들이 이 모양이다.

뒤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가만히 서있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도대체...상식이란 게...있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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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12-01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제 메모예요.
'천만 인이 쓰는 카드도 있는데, 천만 인이 공유하는 상식과 인지상정이 드물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kleinsusun 2006-12-01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namu님, 빙고!

BRINY 2006-12-01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오늘 YH사건 설명하면서 KTX여직원들 농성 얘기를 했더니, 어느 애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비정규직이 파업하면 안되는 거잖아요? 원래 그런거잖아요'라고 하더라구요...기간제 교사한테 대놓고 '선생님, 정식(교사) 아니잖아요?'라고 무시했다는 애들도 있어요...그런 애들을 만드는 환경...

kleinsusun 2006-12-01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요즘 애들은...하고 탓할 문제가 아니네요. ㅠㅠ

바람돌이 2006-12-02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거 다 열내고 핏대올리면 세상 살기 힘들겠죠. 그냥 한번 비웃어주고 말아야지 싶은데도 그거 잘 안돼요. ㅠ.ㅠ

kleinsusun 2006-12-02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근데...그 엽기호러쇼 같은 집회 보다...
출산휴가 가는 직원한테 두달만에 복귀하라고 했다는 아저씨를 이해할 수가 없어요. 자기가 뭐 오너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권리로? 무슨 생각으로? ㅠㅠ
 

1박 2일로 워크샵을 다녀왔다.

공기 좋은 양평 산자락에
잔뜩 멋부려 지어 놓은 펜션에서 생각했다.

놀러온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를 외치지 않고
밤새 도란도란 얘기하며 술 마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편하고 좋은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얘기하면서...

작년 봄, 영업사원 극기훈련 때는 진정...뻘쭘했다.
몸은 힘들지만 백사장에서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고 하는 게
차라리 나았다.

난 학교다닐 때 운동회를 너무도 혐오했던
(운동회 보다는 차라리 시험이 좋았다!)
유명한 몸치에 엇박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체력" 하나만은 좋아서
박자에 상관 없이 체력 하나만으로 버티는 극기훈련(?) 같은 건
평소에 운동 안하는 뚱뚱한 남자들 보다 잘 버틴다.

올해 신임과장 연수 때는 "암벽타기"를 하면서
나의 새로운 적성을 발견했다.
"집중력+ 체력"으로 하는 운동.

공기놀이를 할 때
공기에 집중을 하듯이,
다음에 잡아야 할 돌에 집중하면서
팔을 뻗어 돌을 잡으면 된다.

상급자 코스 꼭대기까지 올라가 종을 치면서
난 스스로 감격했다.
아......나도 잘하는 운동이 있구나!!!

말이 한~참 옆으로 샜다.
다시 극기훈련으로 돌아가서...

몸으로 버티면 되는 1일째 일정과 달리
2일째 일정은 "하면 된다!" 뭐 이런 정신교육이었는데

"난 ........를 하겠다. 난 할 수 있다!"
를 한명씩 앞에 나가서
온몸을 뒤틀며 운동장이 떠나가게 소리쳐야 했다.

몸짓이 크지 않거나 목소리가 작으면
잘할 때까지 다시!

진정....뻘쭘했다.
오직....한번에 들어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유세하는 정치인들 마냥
억지스럽고 과장되게, 그러나 진정성 없이
소리만 고래고래 질렀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하면 된다!"고 온몸을 뒤틀며 소리를 지르는 건
목이 쉬는 것 외에 도대체...어떤 효과가 있을까?

워크샵 가기 전날, 그러니까 목요일 밤에
몇가지 "건의 사항"을 생각했다.
찍히더라도 꼭 말하고 말리라~ 비장하게!

한 사람에 20분씩 발표시간이 주어졌다.
난 내 프리젠테이션을 15분 정도로 마치고
5분 동안 건의사항을 얘기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그런데...
항상 실제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진행된다.

내 발표순서는 6번째.
1~4번째 발표한 사람들이 질문 폭탄을 받으면서
시간이 침 묻은 엿처럼 늘어났다.
급기야 식사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다음 발표자들은 "간략하게" 발표를 하라고 했다.

5번째 발표자까지도 괜찮았다.
하지만...6번째 발표자는 서둘러야 했다.
시한폭탄에 장착된 초시계가 카운트 다운 되듯이,
얼마 남지 않은 식사시간이 카운트 다운 되고 있었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발표를 하며
준비한 건의사항 중에 하나라도 말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둘러 발표를 끝냈을 때,
"수고했어요!"라는 말과 함께
회의실 앞 대형 스크린에는 이런 문구가 떴다.

"시스템을 종료하시겠습니까?"

이렇게 해서....결국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땐 아쉬웠다. 화도 났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든다.
차라리 다행이라는...

더 나아가... 이런 생각이 든다.
말 했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잠시 간이 소풍을 나왔었나?

잊지 말자, 나의 본분을!
나는 나는 소심한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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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1-26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T.T

BRINY 2006-11-26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맘에 안드는 사내 워크샵가서 트집거리 하나 찾아서는 진행자를 마구마구 쪼아댔던 기억이 나네요^^

글샘 2006-11-26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렇게 소리지르라면 울어버릴지도 몰라요.
혼자서 소리를 지르라니...
차라리 군대랄 한 번 더 다녀오겠습니다. 저는 육체노동이든 뭐든 참는 건 자신있거든요. 맨날 술담배로 쩔어 살다가, 훈련소에서 운동만 하니깐 뭐, 헬스크럽 같았어요.ㅋㅋ

moonnight 2006-11-27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고. 수고많으셨어요 수선님. 저런 극기훈련, 정신훈련, 넘 시러욧 -_-+ 글고 말 안 하신 거 잘 하셨어요. ㅎㅎ

2006-11-27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06-11-29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네요.. 잘하신거여요. 직원이라는걸 잠시 잊곤 해요.. 저도 가끔 대들 생각해요.ㅎㅎ

2006-11-30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며칠 전, 거울을 보다 혼잣말을 했다.
"What are you doing?"

맨날, 허구한 날,
바쁘긴 한데, 그 누구보다 바쁘긴 한데,
도대체 뭘하고 있는거지?

"No achievement, but busy!"
도대체...뭘 한다고 이렇게 바쁜거지?
차라리...잠이나 푹~ 자지!
맨날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서 도대체 뭘하고 있는거지?

어제 나의 주치의이자 멘토,코치인 S선생님과 점심을 함께 했다.
민망하게도...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선씨는 참...대단해요.
회사 하나만 다녀도 힘들텐데...다른 데도 아니고 삼성에서 말이예
요. 그렇게 많은 활동을 하는 걸 보면...수선씨는 참 에너지 넘치
는 사람이예요."

그 순간.... 또 다시 회의가 밀려왔다.
도대체....왜 바쁜거지? 뭘 위해서? For what?

차라리...골프 연습장에라도 다니면서 바쁘다면,
퇴근 후 경영대학원이라도 다니면서 바쁘다면,
내 나이 평균의 다른 여자들처럼 일과 가사를 병행하느라 바쁘다면,
나름대로 "생산성"이라도 있지 않을까?

도대체...난 왜 바쁜거지?
나의 방향성 없는 독서와 끄적거리는 잡문들은
도대체...무슨 의미가 있는거지?
왜 난 이렇게 돈도 안되고, 생산성 없는 일들을 하고 있는거지?

얼마 전, 한겨레 신문 연재 시리즈 <한국의 글쟁이들> 11편 "자기계발 저술가 공병호씨"를 보고 무릎을 탁 쳤다.

"그래서 평생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남들과 뭔가 달라져야겠어서 향후 좌표로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중간’을 골랐어요. 학자가 할 수 없고 기자가 할 수 없는 것, 그걸 하려고 한 거죠.”

공병호는 진정...."포지셔닝"의 대가다!
공병호 본인 조차도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주위의 반응을 인정한다.

“글쓰기는 골프와 비슷해요. 너무 잘써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땅을 때리기 쉽습니다. 제 글쓰기 원칙이 있다면 대화하듯 편안하게 풀자는 거에요. 책이 무게가 떨어진다고 비난해도 상관없어요. 그런 비난을 두려워하는 순간 책은 나올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하니까.”

아....평소 싫어했던, 더 나아가 은근히 경멸까지 했던
공병호에게 경외심과 존경이 마구 치솟았다.
공병호 같은 포지셔닝의 대가를 투입했다면
노란색 콜라 콤비콜라도, 콜라 해방 815콜라도 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만이 할 수 있는 글쓰기의 영역을 찾지 못한다면,
허접한 개인적 감상이 뭉개뭉개 피어나는 잡문들은
더 이상....쓰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얼마 전, 이런 제의를 받았다.
<톡톡 무역 영어>(가제)를 쓸 생각이 없냐고...

아.....슬펐다.
2년간 노력했던, 잠정적 유보에서 때려 치기 단계에 접어든 에세이집,
여름휴가에 일렁거리는 파도가 있는 해변은 커녕
한강 고수부지도 한번 못가보고 쓴 허접한 단편소설이 생각났다.

그런데...그런데...
현실적으로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그나마 읽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는 건,
<톡톡 무역 영어> 같은 게 아닐까?
아니면 처세술책을 번역하거나?

도대체 난....뭘해야 되는걸까?
부질 없는 개인적 욕망을 다 접고서 회사일에 올인?
사주 cafe 아저씨 말처럼 눈을 질끈 감고 능력있는 남자와 결혼?
그래서 출산율 저하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조국에 기여?
<톡톡 무역 영어>를 집필해서 개인의 지식을 사회에 환원?
그것도 아니면.....그냥 조용히 살기?

모르겠다. 도대체 뭘해야 될지...

결혼한 친구들을 만나면 난 투명인간이 된다.
아파트 값이 두배로 뛰고,
모대학의 부속 유치원에 입학하려면 어떤 노하우가 필요하며,
아싸리 어렸을 때 중국에 유학 보내는 게 낫다....는 등등
그녀들의 청산유수 같은 말들을 들으며 침묵을 지킬 수 밖에.

아파트 값이 몇 "억"이 올랐다고 신나서 떠들어 대면서도
돈 낼 때가 되면 왜 나를 쳐다 보는지?

도대체 난....뭘해야 되는 걸까?

"그대가 이 세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노래처럼
글쓰기와 문학에 대한 나의 짝사랑을 겸허히 받아 들이기?

아....머리가 아파.
When will I accept where I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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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11-19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트 값이 몇 "억"이 올랐다고 신나서 떠들어 대면서도 돈 낼 때가 되면 왜 나를 쳐다 보는지? --> ^^;;

마태우스 2006-11-19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 이외에는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취미활동도 방향성이 있어야 할까 싶어요. 전 글쓰기와 독서가 좋고, 테니스 치는 게 좋고, 미녀 만나서 수다떠는 게 좋아서 그렇게 삽니다. 음, 그렇다면 미녀에 대한 방향성이 있는 건가^^ 전 님이 방문자가 200명을 넘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만 해도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2006-11-19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6-11-19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결혼한 친구들과는 자꾸 멀어지는 것 같아요. 만나면 함께 할 화제가 없더라구요. -_ㅠ '톡톡무영영어'같은 책을 쓰시는 것도 보통 사람은 절대 할 수 없는 훌륭한 일이신데요. 에세이가 잠깐 막혔다 싶으시다면 말씀하신 대로 수선님의 지식을 풀어주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수선님 그 모습 그대로가 귀중한 보물인걸요. ^^

프레이야 2006-11-19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셀프포지셔닝, 이건 저에게도 늘 어려운 문제에요. 공병호님의 말에 존경스러워진다는 느낌, 공감됩니다. 그런 글쓰기가 요즘 트랜드이긴 한데 이도저도 아니면서 선뜻 동의하는 것도 잘 안 되는 어정쩡한 저의 포지셔닝이 불만스러워요.
클라인수선님, 모쪼록 잘 이겨내시고 위치선정 잘 하시기 바래요. 근데 중요한 건 어느 한 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을 님이란 거에요. 톡톡이든 에세이든,, 위치는 바꾸어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구요. 힘내세요^^

글샘 2006-11-19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내 생각엔 돈 내라고 쳐다보는 것 같네요. ㅋㅋ
꼭 사람이 훌륭해야 되는 건 아니지 않나요? ㅎㅎㅎ
수선씨는 다른 사람, 다른 좌표에 의해 '거기 계신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수선씨가 계신 곳이 수선씨의 좌푠거죠.
누구는 열기구를 타고 세상 모든 지도를 다 내려다 본대요. 그러다가 그런다죠? 우리가 어디에 있지? 하고...
좌표를 생각하시는 거 보니, 조금, 아주 조금 외로우신가봐요. ^^
음, 가을로 너머 겨울이 다가오는데,
그거 아세요? 남자들이 제일 무서워 하는 것이, 바로 위에 쓰신 그런 글이란 거.
삼성에 다니면서, No achievement...운운... ㅋㅋ
수선님은 그런 위치에 계신 겁니다. 톡무영을 맘만 먹으면 쓸 수 있는 자리에...
그리고 집이 억대가 오른 친구를 가진 자리. 그 친구에게 밥값을 내는 자리.
무엇보다, 마태우스님이 저렇게 멋진 댓글을 올리는 그런 자리 말이죠. ㅋㅋ
와인 한 잔 드시고, 푹 주무시길...

2006-11-20 0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6-11-20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이곳에다 이렇게 고민을 남기면 많은 사람들이 달려와 수선님의 편이 되어주잖아요. 그거면 퍽 괜찮게 살아온거 아닌가요? 저는 수선님이 아주 근사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되는걸요 :)

2006-11-20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로라 2006-11-20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허접하다 자평하신) 수선님 글보면서 무척 용기와 위안을 얻을 때가 많은데... 모자란 제 생각들을 추어올리게 될때도 많고요. ㅎㅎ 저야말로 매일매일 너 뭐하고 있는거니? 하고 묻곤해요. 언제나 신통찮은 답들만 떠오르지만요...
어제 본 영화에서 짝사랑은 그 사랑대로의 의미와 완성도가 있다는 말이 생각나요. (이렇게 어줍잖은 댓글을 달려던게 아니었는데..>,<), 수선님의 글쓰기와 문학에 대한 짝사랑이 곧 열렬한 사랑으로 거듭날거예요. ^^

2006-11-20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6-11-20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결혼한 친구들은 왜 다들 그런 이야길 하죠?? 이상하네... ^^;

2006-11-21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23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저녁, 퇴근하고 미장원에 가는 길에 택시를 탔다.
택시에서는 성인나이트 또는 캬바레의 블루스 타임에나 틀 것 같은
부담스러울 만큼 끈적끈적한 노래가 차가 터질 것 같이 크게 울리고 있었다.

난 "죄송한데요...볼륨 좀 줄여주세요!"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저씨가 너무 심취해 있었기에 장거리도 아닌데 그냥 좀 참자... 생각을 바꾸고 멍하게 앉아 있었다.
일주일의 누적된 피로가 마구 몰려왔다.

차가 신호에 걸렸을 때,
아저씨가 고개를 뒤로 돌려 나를 쳐다 보며 말했다.
" 손님, 뭐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

쌩뚱 맞은 질문에 당황한 난 말끝을 흐렸다.
"네? ............네....."

아저씨는 더욱 더 쌩뚱맞게 말했다.
"사는게 즐겁습니까?"

순간, 당황스러움과 짜증이 동시에 확~ 밀려 왔다.
내가 왜 모르는 사람의 이런 쌩뚱 맞은 질문에 대답을 해야하지?
그냥 묵비권을 행사할까?

난 잠시 망설이다 그냥 예의 바르게 "모범답안"을 말했다.
" 어쩔 땐 즐겁고, 어쩔 땐 힘들기도 하고...그렇죠 뭐."

내 무성의한 대답에 아저씨는 완곡하게 말했다.
" 그런 대답말고요! 그냥 딱 잘라 말해 주세요!
기면 기다, 아니면 아니다! "

마치 내가 "거짓 증언"이라도 한 것 같았다.
순간 기가 막혔지만, 아저씨의 완곡한 태도에 주눅이 들었다.

" 그러니까.......그게......네....즐거워요!"

아저씨는 볼륨까지 줄이고 놀란 목소리로 반문했다.
" 네? 사는 게 즐겁다고요?"

잠시 침묵 후, 아저씨는 말했다.
" 네....그래야죠! 사는 게 즐거워야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죠! 긍정적으로!
그런데.....저는요....사는게 고통이예요. 사는게 지옥 같아요."

갑자기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도대체 이럴 땐 뭐라고 대답을 해야하지?
한번 본적도 없는 사람에게 "사는 게 지.옥. 같다!" 고 말하는
초라한 중년 남자의 정체는 뭐지?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불편하게 앉아 있는데
사는 게 지옥 같다는 중년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

"사는 게 정말...만만치 않아요.
밤에 잠도 못자고 12시간 계속 운전을 해봐요."

몇년 전 같으면 그 아저씨가 불쌍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동정, 연민, 측은지심......이런 걸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제의 난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스멀스멀 올라오는 짜증을 애써 통제했다.

모르는 사람의 신세한탄을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하는 상황도 싫었고,
하루 종일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사는게 즐겁습니까?" 하며 구질구질한 얘기를 하는 초라한 중년 남자의
"loser" 같은 태도에 화가 났다.

그 아저씨는 자신이 loser임을, 패배자임을 증명해야만 하는
"존재 증명"의 의무를 부여 받은 사람처럼
끊임 없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그 아저씨가 바라는 건 도대체 뭘까?
위로? 응원? 한 마디의 따뜻한 말?
아님 그냥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며 외치기?

3천 5백원을 내고 택시에서 내리며
얼굴에 부딪히는 서늘한 저녁 공기에 안도했다.

그 아저씨는 오늘도 누군가에게
"사는게 즐겁습니까? " 물어보고 있을까?

어쩜 어제 그렇게 화가 났던 건
그 아저씨의 질문이 불편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는게 즐겁습니까?"
질문 앞에 난 완.벽.하.게 당황했다.

"사는게 즐겁습니까?"

이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이 다가오면 자동문이 열리듯이
망설이지 않고 "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천번이라도 다시 태어나 살고 싶다! 라고 흔쾌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니 이 질문이 최소한 불편하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는 왜.....그 질문이 불편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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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다예요 2006-09-16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네요,
저는요 yes or no로 대답하라고 강요하는 게 제일 싫어요. 그런 사람들 은근히 폭력적이고 공포스러워요. ^^;

혜덕화 2006-09-16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처님 말씀에 따르면 삶은 고통이지요. 생노병사를 피할 수 없으니까요.
기사분의 질문은, 오늘은 즐겁습니까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사는 것은 님의 말대로 힘들 때도 즐거울 때도 있는것이니까요.
지옥이라고 말하는 기사분은 그날 하루가 정말 힘들었나봐요. 수선님에게까지 짜증을 전염시키다니. ^^

다락방 2006-09-16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없어.'라는 대답 보다는 그 질문을 불편해 하는 쪽이 삶에 더 충실한것 처럼 느껴져요, 제게는.

마법천자문 2006-09-16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 건 당연히 언제나 즐겁지요. 그런데 결제일에 카드대금 청구서를 보면 후회가 밀려오지요. 사는 걸 자제했어야 하는데... ㅠㅠ

비로그인 2006-09-16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적인 중도'인 저로서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라고 대답했을 것 같아요. 그보다는 대답 자체를 안하는 편이겠지요. 하지만 보통은 즐겁지 않아요. 나머지 즐거운, 그 반짝 하는 순간들에 살아있는지도 모르겠어요.

kleinsusun 2006-09-17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다예요님, 네...."Yes" or "No"를 강요하는 사람들은 다분히 폭력적이죠. 근데...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그래요. 뭐든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죠. 항상 선택을 해야만 하는.... ㅠㅠ "해야할 일"은 잘하고 계신가요?^^

혜덕화님, 네...그 아저씨는 어제 아주...침울해 보였어요. 더구나 그 끈적끈적한 노래를 듣고 있으면 싱숭생숭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았어요.
혜덕화님은 오늘 하루 어떠셨어요?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다락방님, 삶에 충실하다......제가 삶에 충실한지 1분 넘게 생각해 봤어요.^^

나스랄라님, 안녕하세요! 첫인사 반갑습니당.^^
"나스랄라"는 어떤 뜻이예요? 궁금해요. 저는....다음달 카드값이 벌써 걱정되네요.

Jude님, 사실 저도...대답하기 싫었어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대답 안할 수가 없었어요. ㅠㅠ 하루키의 <어둠의 저편>에서 읽었던 것 같은데...사람들은 행복한 기억의 연료 저장고를 태우며 산다고.... 그 부분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나요.^^

드팀전 2006-09-17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즐겁죠..라고 답하시지 그러셨어요.단 "지금은"..을 강조하셔야됨...
삶 자체의 행복,불행을 물어보는 것은 폭력적이며 또 근본적인 질문일 수 도 있네요.
ㅆㅆ ..행복한 삶이 쪼개지는 건 한방이거든요... 미래를 보여주지 않는 삶의 가혹성은 생각보다 잔인하기도 합니다....제가 늘 두려운건 그런 거지요.어느 한방에 삶의 방향이 급변하는 그런 것들..그 알 수 없는 운명은 '지옥'에 빗댈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살아가면서 그런 일이 없으시길.물론 제게도.

2006-09-17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법천자문 2006-09-17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스라엘군을 물리쳐서 좀 유명해졌는줄 알았는데. ㅠㅠ 저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 라고 합니다. 한국인 대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알라딘에서 얼마 전부터 암약을 시작했습니다.

로드무비 2006-09-18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불편하고 뭔지 짠하네요.
초라한 중년남자의 루저 같은 태도라......
 

"죄송합니다. 제가 아파서요. 아파서 그래요."

어제 퇴근길.
좌석버스에 50대 후반~60대 초반의 삐쩍 마른 아저씨가 타면서 말했다. 그것도 2번이나.

그 아저씨가 뭘 잘못했느냐?
잘못한 거 없다. "천천히" 탔다는 거 밖에는.
"빨리 빨리 좀 타요! 거 참....차 출발도 못하게..."
평소 버스기사들한테 이런 멸시를 얼마나 많이 들었으면...
그 아저씨는 잔뜩 주눅이 들어 버스기사의 눈치를 보며
"죄송합니다. 아파서 그래요."하고 고개까지 조아리며 말했다. 그것도 2번이나.

화가 났다.
그 아저씨가 뭘 잘못한 게 있다고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까?
버스 좀 늦게 출발하면 안되나?

문제는 늦게 출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데 있다.
뭐든 "빨리 빨리!".
지독하고도 잔인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거 참....몸이 성하지 않으면 나 댕기지를 말든지..."

말할 수 없이 폭력적인 사람들이 있다. 은근히 많다.
멀쩡한 게 몸뚱이 하나 밖에 없는 사람들일 수록 더하다.

한국에 온지 이제 막 한 달이 된 친구 James에게
그의 눈에 비친 한국 얘기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난다.
다 맞는 얘긴데도, 평소에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얘기들인데도,
James가 말하면 짜증이 난다.

알고 있지만 남한테 듣기는 싫은 건지,
그렇게 생각하지만 인정하기는 싫은 건지,
평소에 느끼던 환멸이 나의 감상이 아닌 사실이 되는 게 두려운 건지,
나는 James가 하는 얘기들을 참고 들을 수가 없다.

참을 수 없어서 James에게 디따 빈정거리며 말했다.
"Nobody invited you to Korea! Nobody is asking you to stay here!"

그 때 James는 무슨 말을 하고 있었냐?
생각해 보면 별 말도 아니었다.
"횡단보도"에 대한 얘기였다.

한국은 왜 이렇게 파란 불이 빨리 꺼지느냐?
켜지자 마자 바로 깜박거린다. 도대체 노인들은 어떻게 횡단보도를 건너냐?

그러면서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흉내를 냈다.
왼쪽 오른쪽을 두리번 거리면서 엉거주춤하게 달리는 자세를.

처음엔 웃겨서 좀 웃었더니 오버를 하며 액션이 커졌다.
여자들은 힐까지 신어서 더 뒤뚱거린다며
배삼룡인지, 미스터 빈인지, 오린지, 거윈지 알 수 없는
해괴하고 이상한 걸음걸이를 흉내냈다.

그 순간 훅~ 불쾌함과 모욕감이 기어 올랐다.
아침마다 몇칸 안 남은, 깜박이는 파란 신호등을 보며
힐을 신고 어떻게든 건너 보겠다고 숨을 헐떡이며 뛰는 내 모습은
배삼룡 또는 미스터 빈 또는 오리 또는 거위처럼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 순간 빨리빨리! 어서어서!
조금만 쳐지면 큰~일 난다.
낙오하면 안돼!
앞장서서 가자!
니가 평균을 깎아 먹잖아! 80점 밑은 다 일어나!

한국에서 살려면 뭐든 빨리빨리 해야 한다.
오래 걸리면, 다른 사람들의 아까운 시간을 뺏으며 큰~일 난다.

그 아저씨는 내릴 때 또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것도 2번이나.
"죄송하지만 앞으로 내리겠습니다. 제가 아파서 그래요. 죄송합니다. "

버스기사는 무슨 대단한 선심이라도 쓰듯 앞문을 열고 기다려 줬다.
몸이 불편한 아저씨는 내리면서도 말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그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니 울컥했다. 마음이 헛헛했다.
그래서...집에 와서 캔맥주를 하나 마셨다.
캔맥주를 홀짝이는데 이상할 만큼 서럽고 슬펐다.
마음은 밤처럼 가라 앉으며 더욱 더 헛헛했다.

그 때 소나기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두두두두.... 샤워처럼 내리 부었다.
빗소리를 들으며 그 아저씨가 비오기 전에 버스에서 내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아저씨한테 온갖 눈총과 모욕을 주는 버스기사들.
그 사람들도 언젠가 똑 같은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파서요. 아파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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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9-06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해심' 자체가 없고, 종종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곤 해요. 이상한 나라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2006-09-06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6-09-06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수선님...!
버스기사 아저씨도 진심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아프고 퍽퍽한 이 세상을 살다보니 그리되신 거겠죠. 간혹 넉넉한 마음을 가진 버스기사 분을 뵈면 나 또한 마음이 넉넉해질려고 해요. 아픈 사람은 아픈 것만으로도 오히려 당당해져야 하는데, 알아서 고개를 수그리니 오히려 민망하군요.

BRINY 2006-09-06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대도시가 더 싫어요. 그래도 여기는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은데.

2006-09-06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09-06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쁜놈.

urblue 2006-09-06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버스 기사 개인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버스 회사가, 사회가 그렇게 만드는 거겠지요. 마음이 안 좋긴 마찬가지입니다만.

moonnight 2006-09-06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이 아프신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아니시니 일단 안심;; 그치만 참 슬프네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여유가 없는 우리. 저부터도 먼저 반성해야겠어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조급해지는 스스로를 가끔 발견한답니다. 얼마나 싫은지 몰라요. -_ㅠ;

조선인 2006-09-0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는 버스 배차간격을 회사에서 자동으로 감지하잖아요.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회사에서 전화가 오더군요. 아니면 자동시스템으로 경고가 나오든지. 참 무시무시한 세상이에요.

플로라 2006-09-06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건 죄송한게 아닌데... 수선님 글을 읽다보니 왠지 너무 서글퍼지네요...

혜덕화 2006-09-06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 것도 마음 아픈데, 미안해하기까지 하며 살아야 하다니.
돌아보면, 장애인 시설 설치를 반대하거나, 노인 요양 시설을 못짓게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겠지요. 누구나 늙고 병드는 과정을 피해갈 수 없는데, 한 치 앞을 못내다 보는 무명이 안타까울 뿐입니다._()_

깐따삐야 2006-09-0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사람 신경질나게 만들고 서글프게 만드는 세상입니다. 두 주먹 불끈 쥐면 배어오르는 건 땀이 아니라 눈물인지도 몰라요.

LAYLA 2006-09-06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서로 친절하게 대해주면 될 걸 , 치이고 치이면서 사람들이 더 팍팍해진단걸 느껴요...

마태우스 2006-09-06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을 살기 어렵게 만드는 건 바로 우리들이죠...ㅠㅠ

끼사스 2006-09-07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신문칼럼 보니까 버스 정차하고 난 뒤에야 승객들이 일어나 하차하자는 제안을 하더군요.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2006-09-07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6-09-07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선함이 나약함으로 배려가 비굴함으로 비춰지는 등굽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아직 그런 모습에 맘 아파하고 부끄러워할줄 아는 사람들이 남아 부대끼며 살고 있다는 것이 다소나마 위안입니다.

프레이야 2006-12-20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우선 깜짝 놀랐어요. 님이 어디 아프신가 해서요. 그건 아니라 안심이지만 글을 읽고 있자니 마음이 몹시 쓰라립니다. 사람들의 폭력이란게 이런 것이네요.
그리고 우리네 그 빨리빨리 성질은 정말 좀 고쳐야할 것 같아요. 엘리베이터 빨리 안 내려온다고 성질 부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구요. 뭐가 우리를 이리 빨리 가라고 몰아대는 걸까요...

딸기 2006-12-21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음이 아픈 글이네요. 아픈게 잘못이 아닌데...
저는 아이 데리고 자전거 타다보면 화날 때 많아요. 자전거 도로에서 아이가
보조바퀴 달린 것으로 타는데, 느리거든요. 그러면 뒤에 사이클 타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째려볼 때가 있어요.
"죄송해요, 제가 어린이라서요, 어려서 그래요. 죄송해요."
아이가 이렇게라도 말해야 하는 것인지... 아마도 그 사람들은
'엄마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겠지요. "죄송해요, 제가 어린애를 데리고 나와서 그래요"
실제로 "왜 애는 데리고 나와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 소리 들은 적 있거든요.
자기도 어린 시절 있었을텐데... 마찬가지로, 자기도 나중에 아플 수 있는데...
이렇게 말하는 저도, 빨리빨리 해야 한다며 남들에게 나쁘게 한 적 있겠지요
반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