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늦잠을 자서 택시를 탔다.
(으윽..... 돈 아깝다.)

좀 자려고 했는데 라디오 소리가 너무 컸다.
난 참을까 말을 할까 망설이다가 말했다.

"죄송하지만 라디오 소리 좀 작게 해 주시겠어요?"

아저씨는 말했다.
" 아예 꺼 버리지 뭐."

오디오 버튼을 왼쪽으로 확 돌려서 꺼 버렸다.
세상이 다 조용해 졌다.

버스나 택시를 탔을 때,
나의 의지와 관계 없이 시끄러운 라디오를 듣는 것은 고역이다.

제일 싫은 건 라디오 드라마.
정치야사 이런걸 드라마로 만들어서 하는 건데
듣고 있으면 정말 짜증난다.성우들 목소리도 싫다.

기독교 방송이나 더 나아가 목사들의 설교 테이프를 듣고 있는 택시도 그렇다.
기독교 방송까지는 같이 들을 수 있다. 좋은 음악도 나오고...
그런데 유명 목사의 설교 녹음방송이나 아예 설교 테이프를 틀어 놓은 경우는....
" 믿씁니까? "
하이 톤으로 쩡쩡 울리는 설교의 절정에서 꺼 달라고 말하기도 무섭다.
택시기사는 완전히 몰입해 있는데...

한낮에 하는 노래자랑 같은 방송은 또 어떤가?
청취자들이 전화를 해서 전화기를 잡고 노래를 한다.
" 안녕하세요! OO동에 사는 OO엄마입니다."
" 반갑습니다. 응원하시는 분들이 있나요? "
" 네. 지금 이웃들이 모여있어요. "
" 응원 한번 들어볼까요? "
" 네....잠깐만요... (부시럭 부시럭)
OO엄마, OO엄마, 홧팅! "
" 예...좋~습니다. OO동의 명가수 OO엄마의 노래를 들어 봅시다!"

OO동의 명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전화기를 잡고 눈을 꾸~욱 감고 열창하는 사람의 표정이 떠올라서....

그런데 피식 웃으면 아저씨는 나도 그 방송을 좋아하는 줄 앍고 말한다.
" 재미있죠? 라디오가 테레비 보다 재미있다니깐! "

이런 라디오 폭력은 버스나 택시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한번은 등산을 갔는데
어떤 아저씨가 더블 데크까지 있는 커다란 라디오를
오른 손에 들고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고 올라가고 있었다.
그냥 올라가기도 힘든데
밧데리도 무식하게 큰 거 4개는 넣어야 하는
그 커다란 라디오를 들고 올라가는 아저씨.

향긋한 나무 내음,
작은 새들의 웃음 소리,
이런 서정적인 느낌들과 어울리지 않게
그 아저씨는 군가 같은 걸 들으며 등산을 했다.
너무 시끄러워서 바위에 앉아서 쉬다가
그 아저씨랑 안전거리를 확보한 다음에 올라갔다.

다른 사람의 취향이나 기분에 관계 없이
자기가 듣고 싶은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다.
상대방은 소음 공해에 시달려야 한다.

장정일도 택시의 라디오 폭력에 대해 말했다.
택시 기사들은 라디오를 틀어 주는 게 서비스인지 안다고...

우리는 너무 많은 소음에 노출되어 있다.
버스, 택시에서 원하지 않는 라디오를 들어야 하고,
카페, 식당, 백화점에서 원하지 않는 음악을 들어야 하고,
( 제발 Bugs Top 1000 random 듣기는 좀 참아 줬으면 좋겠다. )
지하철에서 옆에 앉은 사람의 시시콜콜한 전화 통화를 들어야 하고,
시사영어사 및 부동산,대출 정보 등 온갖 마구잡이 판매/홍보 전화를 받아야 한다.

절대 아침에 늦잠 자지 않으리...
절대 택시 타지 않으리....

아까운 택시 값에 다시 한번 가슴 치는 후회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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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5-03-10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대단하시네요 택시 아저씨한테 라디오 꺼달라는 말 해 주기 어려운데... 저도 가끔 버스나 택시 타면 라디오 방송 소리에 머리 아플 때가 많아요 하루 종일 버스 안에 앉아서 운전해야 하는 기사 아저씨들 생각하면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요... 그 보다는 큰 소리로 핸드폰 통화하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더 짜증나요

2005-03-10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5-03-1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트로트 메들리 커다랗게 틀어놨을 땐 정말로 벽뚫고 나가고 싶지요. =_=
수선님 출근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토닥토닥.. ^^

릴케 현상 2005-03-10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딱히 좋지도 싫지도 않더라구요^^그런 공간에서가 아니면 내 취향이 아닌 것들과 접할 기회가 없으니까 좋아하지 않아도 유심히 듣는 편이거든요~ 남들은 너무 자주 들어서 싫어하는 건가 싶긴 하네요^^

kleinsusun 2005-03-10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 꺼달라고 한게 아니라 "좀 작게 해주세요!" 했답니다. 꺼달라고는 무서워서 못해용.
속산이신님, 어제 술 한잔하고 늦게 들어갔는데 피곤한데도 무의식적으로 컴을 켰어요. 사실 못 일어날만했죠.근데...다행히 지각은 안했어요.5분 전 출근

kleinsusun 2005-03-10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토닥거려 주셔서 감사합니당. 오늘 서울은 아주 꾸물꾸물하답니다.회색도시예요. 비가 쏟아진답니다.곧.
산책님 말도 맞네요. 그런 기회가 없으면 취향이 아닌 방송을 들을 기회가 없죠. 긍정적 사고로 전환! 감사합니당.
 

다이아몬드를 2백 47개 박은 명품(?) 핸드폰이
옥션에서 1천5백1만원에 낙찰됐다는 기사를 보는 순간.

당신은 누구신가요?

도대체 어떤 사람이 그런 핸드폰을 살까 무척 궁금했다.

이 휴대전화는 삼성 애니콜 ‘SPH-E3200’ 모델을 개조한 것으로 휴대폰 전면을 18K 금판으로 씌우고 이 금판 위에 247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았다....(중략) 그는 또 “외형만 고급스럽게 변화시켰을 뿐, 성능은 기존 애니콜 휴대폰과 같다”며 “보석을 박겠다는 아이디어는 세계적인 명품시계인 ‘테크노마린’에서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이 시계를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 금 세공자, 엔지니어 등 10여명이 3개월 동안 작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 2/3 기사 일부)

이 흔한 모델에 금칠을 하고 다이아몬드를 박아서 팔다니.... 또 사다니....
그것도 인터넷으로 사진만 보고....

이 기사를 보고 별별 생각을 다했다.

" 잃어버리면 어쩔려구 그러지? "
" 다이아몬드 떨어지면 어쩔려구 그러지? "
" 머리핀에서 큐빅 떨어지면 AS해주는 것처럼 다이아몬드도 떨어지면 다시 박아줄까?"

예전에 <세상에 이런 일이> 비슷한 프로에서
옵티마를 캐비넷만 바꿔서 감쪽 같이 짝퉁 BMW를 만들어 주는 카센타가 나왔었다. 다이아몬드폰 사진을 보면서 그 옵티마 또는 짝퉁BMW가 생각났다.

다이아몬드폰의 주인도 가슴은 텅 비지 않았을까?
이런거라도 사서 자랑하고 싶은....
나 좀 쳐다봐 달라고 데모라도 하고 싶은....

자기 돈 자기가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 할 말 없다.

근데...안타까운건 대한민국이라는 특이한 나라엔
이런거 더 비싸게 팔아도 살 사람이 넘쳐 난다는 거다.
이 기사 보고 "내가 살껄!" 하고 아쉬움에 다리를 탁 치는 사람들도 있을꺼다.

온갖 명품 다 들고 다니면서,
핸드폰 사용료를 몇달 못내서 착신 금지가 된 여자애를 본 적이 있다.
월급을 몽땅 백화점에 갖다 바치고,
카드로 몇달 월급을 땡겨서 핸드백을 사고,
우아한 외모가 빛나지만
핸드폰은 착신 금지되어 있고,
쓸 수 있는 카드는 하나도 없고,
지갑엔 만원 한장 없는 애.

그렇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을까?

다이아몬드폰이 좋은 주인 만나길 바란다.
이런거 몇개 사도 은행 잔고에 티도 안나는 그런 사람이...
어설프게 명품 밝히는 누군가가 사서
24개월 할부로 우울하고 힘든 나날을 보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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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5-03-04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이 다 "소외" 되서 그런거쥬. 과시욕과 타자의 욕망이 매개될 수 밖에 없는 자기만족형 욕망이 화학반응을 일으킨거쥬...그러면 그럴 수록 자본의 길에 흡수되며 자신은 소외되는 거쥬. 그래 봤잔데....

marine 2005-03-04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블린의 현시적 소비가 생각나는 글이네요 그런데 재밌는 건 이 현시적 소비는 돈이 남아 돌고 주체할 수 없는 이른바, 무지하게 부자인 사람들이 남과 다르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 아무 쓸데없는 것들에도 돈을 펑펑 쓰므로써 재력을 과시하는 행동인데, 대체 핸드폰비도 못 낼 사람들이 명품에 환장하는 이유는 뭘까요? 옛날 어떤 주간지에서 한 달 내내 라면으로 연명하고 명품 가방 산다는 골빈 여자애 인터뷰 기사를 봤어요 대체 그런 여자를 왜 기사로 내보내는지... 명품을 입으면 자신의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투자를 하는 거라더군요 그런데 그 투자를 위해 먹지도 못하고 거지처럼 살다가 옷이나 가방만 매면 갑자기 신분상승을 하는 걸까요? 매스 미디어에서 오히려 조장하는 것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moonnight 2005-03-04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엔 이해못할 사람들이 넘 많아요. ㅠㅠ 어쨌든 추천 -_-;;

nemuko 2005-03-04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왜 저걸 보면서, '틈새에 먼지 많이 끼겠다. 그럼 이쑤시게로 파줘야 하나?' 왜 이런 생각만 드는건지....

2005-03-04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마개 2005-03-04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삼성 이건희도, 나도, 빌게이츠도 모두 하루 밥 세끼 먹지요. 이건희는 돈 많다고 하루 열끼 먹겠습니까? 그래봐야 밥세끼 먹는 것을...

kleinsusun 2005-03-05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맞아요. 자기만족형 욕망. 근데....다이아몬드로 치장한 핸펀 모델은 곧 구식 모델이 될텐데 저 다이아몬드는 다 어쩌죠? ㅋㅋ
나나님,라면 먹으면서 명품 사는 사람들의 심리는 참.... 제 주위에 그런 여자애가 있어서 지켜 봤는데 명품 싸이트를 보며 명품과 눈팅을 할 때 젤 행복해 보인답니다.텅 빈 구찌 지갑...ㅋㅋ

kleinsusun 2005-03-05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그 사람들도 맨날 책 사는 우리들을 이해할 수 없을 꺼예요.ㅋㅋ
numuko님, 아.....그 생각은 못했네요. 맞아요.다이아몬드 틈새에 먼지 끼면 금새 지저분해 지겠어요. 예리하시군요.
강쥐님, 강호동 같은 덩치들은 다섯끼는 먹지 않을까요? ㅋㅋ 명품에 환장하며 돈에 목숨거는 사람들 보면 안스러울 때가 있어요.

부리 2005-03-05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나빴던 게 맞습니다. 수선님, 죄송합니다. 어찌되었건 앞으로 잘 지내도록 해요^^ 많은 지도편달을 바랍니다.
 



KBS 주말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
울 엄마가 즐겨 보는, 열심히 시청하는 드라마다.
나도 가끔 같이 본다.
사실....재미있다.

쏟아지는 등장인물들의 대사. 톡.톡.톡!
작년인가? <완전한 사랑>을 보면서 하도 펑펑 울어 월요일 아침 마다 눈이 퉁퉁 부어서 출근하기도 했다.

김수현 드라마는 위력적이다.
시청률을 일으키는 마법사 같다.

그런 김수현의 커다란 영향력을 알고 있기에
<부모님 전상서>를 보면 더 걱정 되고 화가 난다.

<부모님 전상서>에 나오는 여자들은 하나 같이 이상하다.

주연급 등장인물들이 하도 많아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이상한 인물은 아리(사진 오른쪽) 아버지와 "같이 사는 여자"다.

큰 회사 회장인 아리 아버지는 비서 같은 여자와 "같이 산다".
이 여자는 같이 살면서도 아리 아버지를 "회장님"이라고 부르고,
아리를 "아가씨"라고 부른다.
(회장님께서는 같이 사는 여자를 "이 사람" 또는 "자네"라고 부른다.)


이 아줌마의 "아가씨"라는 대사를 들을 때 마다 헛갈린다.
"내가 지금 사극을 보고 있나?"

이 아줌마의 역할은 "아내+비서"다.
이 아줌마는 아리 아버지의 "편리"를 위해 태어난 존재 같다.
도대체 왜 그런 대접을 받으며 사는걸까?
같이 사는 남자의 딸을 "아가씨"라 부르며?
꼭 노예 같다.


이런 대사도 있었다.

여자 : (회장님 다리를 주무르고 있다)
회장님 : (잠옷 차림으로 편하게 누워서)
"자네 소원이 뭐야?"
여자 : (방긋 웃으며) "없어요."
회장님 : 말해 보래도?
여자 : 정말 없어요.
회장님 : 말해 보라니까.... 이 사람아.
여자 : 아리 아가씨가 회장님 손주 낳는거요

아.....정말 이렇게 사는 여자가 있을까?
사극에서 월단이가 영감나으리 다리 주무르는 거랑 별로 다른게 없다.

도대체 이런 설정이 드라마 전체를 위해서 꼭 필요한걸까?

아리는 엄마 없이 자란 부잣집 외동딸, 철 없고 버릇 없는 여자로 설정되어 있다.
이 아리라는 여자도 참 이상하다.

김수현 드라마에 나오는 여자들은
언뜻 보면 자기주장이 강한 것 "처럼" 보인다.


왜냐면....말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가시 선 말들을....
상대방이 KO당하는 잔인한 말들을 쉴 새 없이 툭.툭.툭....

그래서 남자들이 김수현 드라마를 보면
왜 그렇게 여자들이 "드세냐"고 말하기도 한다.

<부모님 전상서>에 나오는 여자들은
삐딱한거지 자기주장이 강한게 아니다.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고 자기 의견을 주장하기는 하지만
이들에게는 "자기존중감"이 전혀 없다.


아리는 결혼과 동시에 일을 때려치고,
시부모님에 시고모,시동생까지 같이 사는 집에서 북적거리며 산다.
어떻게 하면 시부모님의 사랑을 더 받을까 고민하면서...
아리의 "자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시동생이 결혼하자 동서와 "경쟁"을 벌인다.
쓸데 없이 얄미워하고 경쟁구도를 만든다.
남자들의 서열에 따라 수직관계가 된 아리와 미연.
아리는 미연에게 반말을 틱틱 쓰며 간섭한다.
미연이 자기에게 복종적이지 못함에 화내고,
미연이 자기에게 친절하지 않다고 욕하고....

도대체 유능한 젊은 여자가
결혼과 동시에 일을 때려치고
좁은 부엌에서 몇명씩 아침 준비를 한다고 요란을 떨고
(정말 비생산적이다. 돌아가면서 하던지...)
시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지 못해서 안달이 나고,
쓸데 없이 동서를 미워하고 질투하고....

미연 또한 마찬가지다.
결혼해 달라고 난리를 쳐서 결혼을 하고,
식구 많은 집에서 "손빨래"를 하고,
고집세고 약간 모난 성격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미연에게서도 "자아"를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사랑에 목숨 거는 여자.

고모인 김보연은 또 어떤가?
4대 독자랑 결혼해서 살다가 애를 못 낳자
"스스로" 남자를 떠나 혼자 사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자기존중감"이 결여된,
그저 사랑에 목숨 거는,
가부장제 "룰"을 지켜며 서로 치고박고 경쟁하는,
이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드라마이기에 더 화가 난다.

김수현 작가님!
제발 "자기존중감" 을 가진,
진정 자기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그런 여자들을 등장시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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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5-03-01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미치죠, 미쳐 김수현 드라마를 좀 생각하면서 보려면 속에서 열불이 난다니까요 그냥 툭툭 던지는 대사 들으면서 재밌네, 이렇게만 봐야죠 김수현 이 여자, 과연 무슨 생각을 갖고 사는지 모르겠어요 본인은 글 써서 자아성취 하고 잘 사는데, 정작 드라마에 나오는 여자들은 결혼하면 자기 일 버리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걸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죠 제가 보기에 이 여자는 나이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어른으로 존경받고, 대가족 제도 하에서 자식은 부모에게 순종하고 며느리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가부장적인 사회를 꿈꾸는 것 같아요 하나하나 인물들을 뜯어 보면 진짜 화가 나서 미치겠어요 이 여자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는 죄다 싸가지 없고 부모에게 함부로 하는데, 반면 남자들은 착하고 순종적이고 어른에게 예의바른 한 마디로 사람이 됐죠 이 올바른 남자와 싸가지 없는 여자가 결혼으로 결합하면 여자는 자기 직업 버리고 대가족 제도 하로 들어가 모진 시집살이를 통해 새사람으로 되살아 납니다 거의 전형화 된 공식이죠 김수현이 이미 60이 넘은 할머니라는 걸 생각해 보면 가부장적인 옛 가족 제도를 그리워 하는 게 이해는 되지만, 그녀의 드라마가 워낙 많은 영향력을 끼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화날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kleinsusun 2005-03-0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그래요. 싸가지 없고 건방진 성격으로 설정된 여자들.그런 여자들이 결혼을 하면 아무 비판 의식 없이 일을 때려치고, 시집살이를 해요. 요즘 세상에 찾기 힘든 엄청 커다란 대가족 속에서... <내 사랑 누굴까>의 이승연,이태란. <부모님 전상서>의 송선미 다를게 없어요. 정말 화난다니깐요.

로드무비 2005-03-01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 김수현에게 성실성의 덕목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것 같아요.
오로지 능력과 매력이죠.
그것도 비틀린 매력, 냉소.
성실한 사람들은 구차하고 모자란 모습으로 묘사되고.
'파탄'이라는 단어가 생각납니다.
그녀의 드라마속 사람들과 줄거리를 보면......

kleinsusun 2005-03-01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성실한 사람들은 구차하고 모자란 모습으로 묘사되요.
또 구차한 모습에 대한 시선은 연민이나 동정이 아니라 비웃음에 가깝고...
툭툭 튀어나오는 대사가 재미있어서 봤는데 화가 나서 못 보겠어요.
왜 그렇게 여자를 비하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암리타 2005-03-0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 김수현씨는 보면 드라마 작가로서는 드물게 인기와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 분이라 생각이 듭니다. 어찌보면 남자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무척이나
독립적인 여성을 그리는 듯 하면서도 기존 가부장적인 질서위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해가는 여성의 비애(?)같은 걸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느낌이 드네요
어렸을 때는 무척이나 재밌게 본 드라마 대부분이 그분의 작품인데
이제는 다소 황당하고 거침없이 내뱉은 그녀만의 장기가 이제는 그녀의
아집과 독설처럼 느껴지네요. 하지만, 여성권리를 주창했던 분들이 직접 현장에
참여하면 어느새 기존 보수적관을 답습하는 모습같이 그분 역시 지쳐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드라마 작가로 드물게 자신만의 세계와 매니아를
가진 몇분 안되는 분이라는 점은 우리가 인정해야 되지 않을까요?

moonnight 2005-03-02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수현표 드라마. 어렸을 적엔 참 재밌게 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피하게 되더군요.
일단 대사가 너무 많은데 치고받고 싸우는 듯 들려서 듣고 있자면 귀도 아프고 머리도 아파요. ㅠㅠ

코마개 2005-03-02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내사랑 누굴까의 이승연...하루 종일 뼈빠지게 일하고선 밤에는 우아하게 누워 세계 정치인지 뭔지 읽으며 서계평화를 걱정하더군요. 시플..제가 아니 저년은 왜 동서한테 반말하고 지랄이야? 그러자 신랑이 하는말.."손 아랫 사람 이니까" 그러길래 "그럼 시동생한테도 야, 밥먹어해야지 걔는 손 위사람이냐?"그랬죠. 정말 대가리는 장식인가...

2005-03-03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집에 오는 길에 라디오로 MBC 10시 뉴스를 들었다.
운전하는 친구랑 떠드느라 건성으로 듣고 있었는데,
불법지방흡입수술 보도에서 난 신음을 뱉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럴 땐 오디오가 비디오 보다 더 끔찍하다.
환자의 외마디 비명 소리.
TV로 보는 것 보다 더 잔혹한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이런 보도 내용이었다.
지방흡입기를 판 업자가 환자를 수술한다.
의사들은 업자 옆에 둘러서서 기계 사용법을 배운다.
시술을 지켜보던 의사 중 한명이 실습을 한다. 환자가 비명을 지른다.의사 중에는 청바지 차림으로 서있는 사람도 있다.

기가 찬다.
새로 산 지방흡입기 사용법 익히려고 환자를 마루타로 쓰다니...그것도 비싼 돈 받고...
새삼스런 일은 아니지만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얼마 전, 한 피부관리실에서 얼굴 마사지를 받았다.
작년에 친구 따라 갔다가 같이 다니자는 친구의 꼬임에 빠져 10회 쿠폰을 덜컥 사버렸다. 1년 동안 10번을 못가고 있다가 12월 말에 동생이랑 같이 가서 드디어 쿠폰을 다썼다.

몇달만에 간 피부관리실.
언제나 그렇듯이 사람이 많았다.
피부 관리실 원장은 얼굴이 네모난 여자랑 상담을 하고 있었다.

네모 : 얼굴이 좀 작아졌으면 좋겠어요.
원장 : 경락을 받으면서 보톡스를 같이 맞으세요.
네모 : 그러면 얼굴이 작아지나요?
원장 : 그럼요. 100% 작아지죠.
경락 10회에 보톡스. 확실하게 작아져요.
네모 : 비용은....
원장 : 경락 10회에 70만원, 2회 추가 서비스 해드리구요.
보톡스는 80만원. 병원에서 쓰는 것 보다 훨씬 좋은
제품이예요.

난 너무도 놀랐다.
보톡스라면 주사를 놓는건데 그걸 병원도 아니고 피부관리실에서?
피부관리실이나 미장원에서 눈썹이랑 입술 문신하는건 알았지만
주사까지 놓는다는건 정말 충격적이었다.

난 사람들의 "용감함"에 놀랐다.
불법시술을 하는 피부관리실의 용감함에도,
잘못되면 어쩌려고 하나뿐인 얼굴을 병원도 아닌 곳에 맡기는 여자들의 용감함에도...

상담을 마친 얼굴 각진 여자가 돌아가고 난 후,
난 원장에게 슬쩍 물었다.

수선 : 저...보톡스요. 그거 의사만 놓을 수 있는거 아니예요?
원장 : 뭐...그렇지. 안 그래도 "pay doctor"를 하나 뽑을려구.
수선 : 에? pay doctor요?
원장 : 음...피부과가 있는 "토탈 에스테틱 하우스"를 만들 계획이야.
수선 : 대단하네요.근데 pay doctor 월급은 얼마나 한데요?
원장 : 한 500만 주면 된데.

아....이 얼마나 신선한 "발상의 전환"인가.
여태까지 차앤박 같은 큰 피부과에 부설로 에스테틱이 있었다.
이제 대형 에스테틱에 부설로 피부과가 생긴다.
피부과에서 일할 월급쟁이 의사는 에스테틱 원장한테 월급을 받는다. 가끔 고객 불만이 접수되면 질책을 받기도 하겠지.
" OOO선생은 생각이 있는거예요? 없는거예요? "
열 받은 닥터는 친구들과 술을 마실까?
술을 마시며 이렇게 말하진 않을까?

"나 의사 맞아?"

물론 지금 이 시간에도 응급실에서 고군분투하는,
새우잠을 자다 호출에 달려가는,
있는 힘을 다하여 생명을 살려내는 그런 의사들,
아름다운 의사들이 훨씬 더 많다.

요즘 강남에 있는 빌딩들을 보면
건물 하나당 피부과랑 성형외과가 노래방이나 pc방 보다 많은 것 같다.여기에 피부관리실은 또 얼마나 많은가....이런 상황에서 경쟁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환자 갖고 장난치면 안된다.

의사 "선생님"이란 말이 무색해 지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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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5-01-10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자본이 의사를 고용하게 될 겁니다 지금은 미용에 관련된 비보험 분야만 그렇지만 앞으로는 대부분의 의료 분야에서 자본의 종속화가 일어날 거예요 결국 의료 분야에서도 경쟁의 논리가 도입되어 치료 성과보다는 수익 여부로 의사를 판단하겠죠 그 불쌍한 페이닥이 몇 년 후 대부분의 돈없는 의사 모습일 겁니다 어떻게 하면 환자를 낫게 할까 대신, 어떻게 하면 환자가 많은 돈을 지불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겠죠 의사들도 문제지만, 사회 구조가 의사들을 그런 쪽으로 몰고 가는 것 같아 참 착잡합니다

kleinsusun 2005-01-10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누구나 돈만 있으면 의사를 고용할 수 있죠.재정적자 상태인 종합병원들도 많으니까 하나 인수할 수도 있겠고...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대기업 입사시험을 떨어지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세상이예요. 의대 합격했다고 소잡아서 잔치하는 시대도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아요. 아직은 의대 커트라인이 젤로 높긴 하지만요.

야클 2005-01-10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은 이담에 아무리 통통해지셔도 지방흡입수술 하지 마세용. 이마에 나이테가 생기셔도 주사맞지 마시고. ^^

kleinsusun 2005-01-10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마에 나이테가 생겨도 주름제거 이런거 안할꺼예요.

대신 아주아주 사랑스런 할머니가 될꺼예용.ㅋㅋ
 

태평로로 이사오기 전에,
우리 회사가 있던 빌딩에는 19층에 여자화장실이 없었다.
그래서 19층에 있던 여자들은 20층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다.

한 층인데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기도 뭐하고 해서,
비상구로 걸어서 올라갔다.
그 빌딩은 "금연빌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은 고딩들 처럼 삼삼오오 비상구에 모여서 담배를 피웠다.

화장실에 갈 때면,
비상구에 모여서 담배를 피고 있는 남자들과 마주쳐야 했다.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서 담배를 피고 있던 남자들은
내가 지나가면 비켜 주면서 농담을 걸곤 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김대리 : 성대리님은 담배 한번도 안 피워 봤어요? 요즘 여자들 많이 피쟎아요.
성대리 : ( 대답을 하려고 하는데...)
강차장 : 야, 물론 피워 봤겠지.
우리 아늘놈이 말이야 (참고 : 6살이다),
내가 일요일에 TV를 보고 있는데 고무줄을 들고 오더니 내 머리를 쪼매는 거야.
유치원에서 여자애들이 머리 묶고 머리에 핀 꽂고 다니는걸 보니까 신기했던 거야.
다 신기하면 한번 씩 해보고 싶쟎아.
그러니까 성대리도 한번 피워 봤겠지. 얼마나 궁금하겠어. 남자들이 담배 피는걸 보면....


난 이 황당한 비교에 어이가 없어서 그냥 헤~ 웃으면서 20층으로 올라갔다.
강차장님은 확실한 이분법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머리를 묶고 핀을 꽂는 것 : 여자
담배를 피우는 것 : 남자

이렇게 확실하게
남자와 여자가 고유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 강차장님에게는 정해져 있다.
담배를 피우는 여자들을 험하게 욕하는 것 만큼,
귀걸이하고 머리 묶고 다니는 남자들을 욕한다.

이런 사고방식을 강차장님만이 가지고 있을까?
강차장님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 방식을 가진 아주아주 보수적인 존재일까?

아니다.
강차장님은 보수적 성향의 남자이기는 하지만,
유별난 것도 아니고, 꽉 막혀 있는 사람도 아니다.
강차장님의 생각은 우리 사회를 살고 있는 40대 남자들의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일하는데 있어서 강차장님은 전혀 여자와 남자를 차별하지 않는다.
똑 같이 출장 보내고, 똑 같이 밀어 준다.
보통 관리자들은 후배들이 가야 할 출장도 자기가 가는 경우가 많은데,
강차장님은 자기가 가야할 출장도 웬만하면 후배들을 보내려고 한다.
후배들에게 조금의 기회라도 더 주려고 노력한다.
후배들이 상무님에게 깨지고 있으면
" 그건 말입니다...." 하고 보호해 주는 그런 의리파 남자다.

의리파 남자.
그러니까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자의 미덕으로 꼽히는 모든 것들을 지니고 있는 멋진 남자.
하지만 아주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여자가 담배를 피면(그것도 사람들 앞에서)
지구가 네모가 되는지 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작년 9월인가?
강차장님과 일본 출장을 같이 갔다.
업체에 미팅을 하러 갔는데
그 건물 앞에서 한 여자애가 담배를 피고 있었다.
20살 갓 넘은 것 같은 어린 여자애였다.

강차장님은 그 여자애를 보고 확 드러나게 인상을 썼다.
많이 불쾌했나 보다.
회의실로 안내되어서 미팅시간을 기다리다가 차장님한테 궁금해서 물어봤다.

성대리 : 차장님, 만약에 우리팀 여직원들이 회식할 때 담배 피면 어쩌실꺼예요?
강차장 :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흥분한 목소리로)
그걸 말이라고 해? 어디서 감히.... 변소도 아니고 어디 어른들 앞에서...
술집 애들이 피는 것도 보기 싫은데 말이야...
성대리 : (씩 웃으며) 뭘 그렇게 흥분하세요? 쫌 있다 미팅인데....
(말을 돌리며) 미팅 자료 한번 더 보실래요?


그렇다.
강차장님에게,
우리 사회를 살고 있는 많은 40대 남자들에게(30대도 이런 남자들 물론 있겠지만)
여자가 남자 앞에서 담배를 핀다는 것은,
용납이 안 되는 대단히 도전적인 행위인 것이다.
넘어서는 안될 영역을 침범하는 일인 것이다.

왜 이 이야기를 하냐구?
어제 지난 3주간 피를 말렸던,
지난 3주간 주말마다 사무실에 나와서 머리를 쥐어 뜯게했던
프로젝트가 끝났다.

긴장이 풀린 난
어제 좀 널널한 하루를 보내면서
알라딘 서재의 글들을 읽었다.

우연히 들린 "꼬꼬댁의 책꽂이"란 서재.
페미니즘 관련 책들이 많아서 당연히 여자의 서재인지 알았는데,
서명숙의 <흡연 여성 잔혹사> 리뷰를 읽다가 꼬꼬댁님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꼬꼬댁님의 리뷰 中 일부를 살짝꿍 퍼왔다.

남자의 흡연은 금연열풍에 맞닥뜨려도 문제시되지는 않지만, 여자의 흡연은 어째서 여전히 관대해지지 않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서, 저자는 남성의 영역을 '감히' 넘보려는 여성들에 대한 괘씸죄라고 진단하며 나 역시 동감한다. 사실 이거 아니면 달리 무어라 설명할 수 있을까. 게다가 "요새 담배피는 여자는 부지기수잖아?"라며 옛날 얘기라고 치부할 수만도 없다. 길에서 담배피는 여자들에 대한 심술궂은 시선은 여전하니까. 이건 좀 된 이야기다. 2000년 여름에 전라도 지방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광주의 기차역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무료하게 뭔가를 기다렸었는데, 그 시간에 나(男)와 친구 둘(女)은 담배를 물었다. 심심하게 절반쯤 태웠을까, 어디선가 고함소리가 들린다. 놀랍게도 적당히 나이먹은 한 아저씨가 우리를 보며 한껏 자가격앙되어 내는 소리였다. 역겨울 정도로 험한 말들을 뱉었지만 그 말을 옮길 필요는 없겠고, 결국 요지는 "감히 여자가 밖에서 담배를 펴?!"였다.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것과, 할 수 없는데 안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그 차이를 바로 차별이라고 하는 거다. '할 수 없는 것'들이 불합리한 것이 아닌 이상에야, 그걸 없애는 게 바람직함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모성을 이유로, 정서라는 걸 근거로 여성의 흡연을 불온한 것으로 여기는 건 사실 궤변이다. 다 까놓고 보면 결국 남성우월의식만 남는다. 그래서 "흡연은 몸에 좋지 않은 거니깐, 여자들이 담배 피지 못하는 건 나쁠 거 없잖아?"하는 식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넌센스인 셈이다.


그렇다.
여자의 흡연에 남자들이 눈을 부라리는 것은,
남자의 영역을 "감히" 넘보려는 여자들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많은 남자들에게 있어서 흡연은
서서 오줌을 누는 것처럼 남자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신성불가침한 영역인 것이다.

꼬꼬댁님 처럼 이렇게 열려 있는 사고를 할 수 있는 남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 몸에 나쁜 담배를 안 피면 좋은 거지. 더구나 여자는 애도 낳아야 하쟎아.
여자가 담배 피워서 좋을게 뭐가 있다고 남자들도 다 끊는 판에 말이 많은 거야?"
가 아니라,

" 왜 우리 사회에서는 이토록 여자들의 흡연에 반감을 가지는가?
왜 중학생 남자애들이 하교 길에 담배 피는 것 보다,
20대 여자가 길을 걸으며 담배 피는 것에 눈을 부라리는가? " 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과,
할 수 없어서(사회적으로 금기시 되어 있어서) 안 하는 것과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

꼬꼬댁님 처럼
유연한 사고 방식을 가진 아름다운 남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서명숙의 <흡연 여성 잔혹사>,
이숙경의 <담배 피우는 아줌마>,
이유명호의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
게르드 브란튼베르그의 <이갈리아의 딸들>
모두 남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제목만 보고 거부감을 가지지 말고,
한번 쯤 여유를 가지고 읽어 보기를....

영화 <스위치> 처럼 갑자기 여자로 변해볼 수는 없겠지만,
한번쯤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여자의 입장에서 일상적인 일들을 생각해 보기를....

연말선물로 강차장님한테 <흡연 여성 잔혹사>를 선물해 볼까?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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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12-17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의 인생을 바꾼, 이 책도 끼워주세요. ^_^o-

marine 2004-12-17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신입생 때 같이 입학한 나이많은 언니가 선배들 앞에서 담배를 피웠습니다 그 뒤 언니는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선배들에게 끌려가 단단히 주의를 받았습니다 그 특이한 태도 때문에 결국 대학 시절 내내 왕따로 지냈어요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죠

kleinsusun 2004-12-17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다닐 때,어떤 여자애가 경영관 정문 앞에서 담배를 피다가 지나가는 모르는 남자애한테 따귀를 맞은 적이 있어요. 이런 일이 우리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왠만한 학교에서 다 한번씩 발생했더군요. 거 참..... 이거 외국신문에 내면 해외토픽인데...ㅋㅋ

kleinsusun 2004-12-17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매너처럼 유연한 사고 방식을 가진 남자들이 많아야 할텐데...

오키, <아주 작은 차이> 추가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