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라고 책 선물 잔뜩 받았는데 아침에 또 책 잔뜩 주문한 나여... 왜죠..... 왜 그러는 것이죠.... ㅠㅠ


아무튼 오늘 아침에 두 번에 걸쳐 책을 잔뜩 주문하고는, 으응 한 박스는 내일 오고 한 박스는 토욜에 오겠지, 이러다가 갑자기 '그런데 전쟁과 평화는 다 나왔던가?'하는데 생각이 미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무인도에 전쟁과 평화를 가져간다고 했으니까, 나도 한 번 읽어볼까 싶었는데, 문동에서 새로 나오고 있다는 건 알았는데, 다 나왔는가? 검색했더니, 이미 민음사에서는 다 나왔네?













문동은? 하고 봤더니 문동도 다 나왔어?!












음..............음.......................음.....................나 이디스 워튼의 기쁨의 집 주문했는데..만약 전쟁과 평화 나온걸 알았다면 기쁨의 집 대신 전쟁과 평화를 주문했을까? 내가 나에게 물었다. 그렇지만..이디스 워튼 너무 읽고 싶었어..그래서 기쁨의 집도 주문하고 겨울도 주문했는데... 전쟁과 평화 언제 다 나온거야? 음...........


내친김에, 그런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다 나왔나? 하고 검색해 봤다.















음.......셋트...........깔맞춤이군.............음.........................................



검색해보지 말걸 그랬나...

아까 오전에 샤갈 그림 페이퍼 올리고서는, '그런데 내가 올해 나를 위한 선물을 안사지 않았나, 샤갈 액자...예술의전당 가서 살까, 그거 내가 나한테 선물할까' 이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셋트들을 보니 내적갈등이 다시 찾아오는 것....... 전쟁과 평화 그동안 사지 않았던 건 '완결되면 사야지' 마음먹었기 때문인데, 완결이 되어버렸으면..... 사람이, 자기가 한 말을 지켜야 되잖아, 그러니까 사겠다고 했으면 사야 되는거잖아? 그런데......음........................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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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8-13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자시다....

다락방 2018-08-13 12:39   좋아요 1 | URL
왜때문에 부자라는거죠? 사지도 못하고 있는데? 왜죠? 아!!! 책부자라는 뜻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8-08-13 12:41   좋아요 1 | URL
흥부자 흥부자시다

다락방 2018-08-13 13:40   좋아요 1 | URL
하긴..내가 좀 흥부자이긴 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8-11-01 10:21   좋아요 0 | URL
흥부자 래 ㅋㅋㅋㅋㅋㅋㅋ넘 웃겨 두 사람 배틀 뜨세염~넘 웃겨

다락방 2018-11-01 11:1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8-08-13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 아직 완간 아니에요

다락방 2018-08-13 13:41   좋아요 0 | URL
아니, 저렇게 빼곡하게 한 박스안에 들어가있는데...저게 완간이 아니라고요?!?! ㅠㅠ
다행이다. 그럼 사지 말아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8-08-13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8-13 13:41   좋아요 0 | URL
아이고~ 괜찮습니다. 이미 많이 받아서요. 말씀 정말 감사해요! 헤헷. :)

transient-guest 2018-08-13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프루스트 절판 될까봐 샀어요

다락방 2018-08-13 22:52   좋아요 0 | URL
그... 그런 일이 생길까요? ㅠㅠ

transient-guest 2018-08-14 02:14   좋아요 0 | URL
출판시장의 특성상 책이 너무 자주 절판되는 것 같아서 이런 비싼 기획물은 맘에 들면 그냥 질러야 한다는...-_-

2018-08-16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릴 적에 교회를 열심히 다녔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교회에서 로맨스를 싹틔우기도 했다. 국민학교 때도 두 살 많은 오빠랑 핑크빛이었으며(크리스마스 연극에서 오빠는 요셉이었고 나는 마리아였다), 중학교때는 고등학생 성가대 오빠를 좋아했더랬다. 그 오빠는 우리 교회에서 노래를 제일 잘 불렀는데, 내가 중고등부로 가면서 하필이면 성가대 남자파트 반주를 맡게됐고...나는 미리 준비된 게 아니면 악보를 봐도 잘 칠 수 없는 비천재 반주자였고...그래서 지휘자가 선택한 곡을 반주하라고 했을 때...나는 멘붕이 왔고.......그래서 제대로 못쳤고.........그런데 하필 이 오빠 독창 파트였고...........오빠는 이 노래를 잘 알면서도 내 반주에 맞춰 불러줬고.............나는 그 날 연습이 끝나고 지휘자한테 가서 '반주자 그만두겠다' 말을 했다. 내가 민폐를 끼친다고 생각했고 너무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딱- 쥐구멍에 숨고 싶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나는 반주자를 그만두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무반주 신앙인으로 교회를 다니던 어느 일요일 오후, 교회를 마치고 엄마랑 동네 시장을 갔다. 이것저것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 하필이면 저 앞에서 그 노래 잘하는 오빠가 오는 게 아닌가. 나는 그 오빠를 봤지만 그 오빠는 나를 아직 보지 못한 상황에서, '인사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아냐, 나같은 듣보잡 알지도 못할거야' 생각했는데, 이윽고 눈이 마주치자 오빠가 먼저 인사를 해주었던 것이었고, 그렇게 열네살 소녀의 마음은 두근거렸던 것이었다... 나중에 친구를 통해서 들었는데, 나는 듣보잡이기는 커녕, '교회에 너 모르는 사람 없어'의 존재감으로 동네를 휘젓고 다니던 꼬마였어... 아무튼, 신앙생활 열심히 하던 나는 교회에 환멸을 느껴서 그만두게 되는데, 중학교 1학년 때였나 2학년 때였나, 그 뒤로 다시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삶을 살게 되었다. 교회에 왜 환멸을 느꼈느냐 물어보면 할 말은 아주 많지만, 그러나 이 자리가 그런 자리가 아니므로 더이상 말은 하지 않겠다. 아무튼, 나는 '교회 오빠 강민호'에 그 때 그 성가대 오빠, 나에게 먼저 인사를 해주었던 그 노래 제일 잘하는 오빠가 생각나는 것이다. 성은 '임'이었는데 이름이..생각이 안나네?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라는 게 어떤건지 제목만으로 이미 그 느낌을 알 수 있었던 나는, 아마도 그걸 확인하고자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러나 표제작인 단편,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강민호>는 재미없었다. ㅎㅎ 그 단편은 재미 없었지만, 이 책에 실린 단편들 중 특히 두 편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읽으면서 오오~ 이기호~~ 막 이랬다니까? 그 중 하나가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이다. 이 단편은 진짜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이야기였는데, 그러니까 줄거리는 이렇다.



화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에 '권순찬'이란 사람이 '502호 김석만은 내가 입금한 돈 700만원을 돌려다오' 라는 대자보를 써서 자리잡기 시작한 것. 사정을 알아보니 권순찬은 어려서부터 부모와 떨어져 어렵게 살았는데, 어머니가 오랜만에 나타나 계좌번호 하나를 주며 '내가 어려워 사채를 썼는데 니가 좀 갚아다오' 했다는 거다. 그 돈은 700만원이었고, 권순찬은 좀 시간이 걸려 사채업자 김석만에게 700만원을 입금한 것. 그런데 그 사이 어머니도 아들이 입금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보증금 빼고 어쩌고 해서 사채업자에게 700만원을 입금했고 그 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이에 같은 돈이 두 번 입금됐다는 걸 알고 권순찬은 김석만이 사는 아파트로 찾아와 중복 입금된 돈을 돌려달라 대자보를 써붙이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502호에는 김석만이 아닌, 김석만의 어머니만 홀로 살고 계셨고, 김석만의 어머니는 아들의 행방을 몰라..그래서 권순찬이 아파트 앞에 자리잡고 있는 시간은 하루가 이틀이 되고 몇 달이 되어버리게 된 것이다. 이 사정을 알게된 아파트 주민들은 그 사정 참 딱하다 싶어서 주민들끼리 돈을 모아 700만원을 조금 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돈을 모아 권순찬에게 가는 거다. 우리가 대신 갚아줄테니, 너도 계속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이 돈 가지고 가라,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502호 할머니가 딱해서다, 하는 것.



나는 .. 이게 너무 이상했다. 이상한 선의라고 생각했어. 아파트 주민들은 그것을 '선의'라고 생각했다. 할머니는 마음의 짐을 덜 수 있고 빚도 갚을 수 있고, 권순찬씨는 받아야 할 돈을 받아 이제 일상을 찾게 되었으니, 그러니 이것이 착하고 좋은 결론이라고 생각한 거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이 돈은 당연히 '김석만'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돈이 아닌가. 어찌되었는 받아야 할 돈 700만원을 누군가로부터든 받았으니 '그럼 됐다' 할 순 없는 거 아닌가? 나라면? 나는, '오, 여러분 이렇게 돈을 '대신' 갚아주셔서 감사해요!' 할 것인가? 라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할 것 같은 거다. 이건...아니지 않나?




저는 원래 그 할머니한테 돈을 받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저는 김석만씨를 만나러 온 거예요. 그 사람을 직접 만나서 일을 해결 하려고요…… (p.95)





아파트 주민들은 이에 권순찬이 이자 받으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들 점점 관심을 잃게되고...



물론 권순찬이 아파트 앞에 그렇게 박스를 펴두고 잠이들고 대자보를 붙이고 늘상 앉아있는 일은 매우 불편할 것이다. 그 앞을 지나다니면서 내 마음은 얼마나 불편할까. 그러니 이 상황을 어떻게든 끝내고 싶은 입주민들의 마음이야 너무 당연한 것이겠다. 그렇지만 그 돈을 '대신' 갚아주는 것, 그리고 누군가 '대신' 갚아주는 돈으로 '이제 됐다'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런데,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것인가. 김석만의 귀에 이 사실이 들어간다면, 그렇다면 김석만이 집에 찾아와 '여기있소, 당신 돈 7백만원' 하고 돌려준다는 보장도 없는데, 그러면 어떡해야 하나. 나로서도 뚜렷한 방법이 생각나지는 않는 것이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지만 또 딱히 내가 이렇다할 해결책도 내놓지를 못해... 아아 그래서 너무 찜찜한 것이다..




그리고 읽으면서 더 크게 분노한 단편은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 이다. 어휴, 이건 읽는 내내 진짜 너무 속이 터져서..뭐랄까, 내가 딱 싫어라 하는 남녀관계가 나오는 것... 히융-그러니까 여자는 가난하게 살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되는데, 남편이 열심히 일해서 대학도 보내주고 그러는 아주 착한 남편인 것이야. 그런데 여자는 남편이 착하니까 뭔가 불만이 생겨도 말을 잘 못하게 되고 뭔가 아무튼 그러다가, 다니던 직장에서 알게된 한 남자랑 바람을 피게 되는 거다. 상대 남자는 총각이었는데, 뭔가 딱히 사랑한다..는 건 아닌데 그냥 자꾸 만나서 육체관계 맺게 되는..그런 관계가 되어버렸단 말이야?


아내는 남편에게 속인다는 사실이 불편해서 남편에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말하려고 하면 하루종일 일하고 또 새벽같이 출근해야 하는 남편이 피곤해하니 섣불리 말하지 못하다가, 만나는 남자에게는 '남편에게 말했다'고 하는 거다. 그 때, 내연의 관계 남자가 이렇게 대꾸하는 거다.



섹스가 끝난 후, 등을 구부정하게 만 채 돌아누워 있던 그는 한참 뒤 내게 물었다.

내 이름도 말했어요?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실망을 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미워진 것은 아니었다. (p.143-144)





내 이름도 말했어요?


아 너무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너무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너무 싫어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나는 이런 관계가 너무 싫다. 이런 관계 속에 놓이는 게 너무 싫어. 당당할 수 없는 연애, 당당할 수 없는 사랑이 진짜 저주스럽다. 애초에 배우자나 애인이 있으면서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슬픔의 새드니스이지만, 그렇게 됐다면 기존 관계를 정리하고 새 사람을 만나야되는 거잖아. 왜 속이고 있으면서 만나가지고 들킬까봐 전전긍긍해야돼? 남자가 자신의 이름이 바깥으로 새어나갈까 걱정하는 거 당연히 이해된다. 그 걱정 누가 안하겠는가. 그 사실이 바깥으로 드러나면 지금 하는 일에서도 위태로울 거고 개인적으로도 개망신일거다. 유부녀랑 바람 난 새끼라고. 그러면, 그런 관계를 시작 하지 않았으면 되지만, 그게 감정이란 게 어디 자기가 마음먹은대로 되는건가. 그렇게 알고 걸어간 관계라면 거기다대고 여자한테 '내 이름도 말했어요?'같은 거, 쪼그라들어서 말하지 말아야 하는거잖아. 섹스할 건 하고나서 '내 이름도 말했어요?' 라니..진짜 슬리퍼 벗어서 싸다구를 날리고 싶다. 아 너무 구질구질해서 딱 싫어. 너무 싫어 ㅠㅠ





대체적으로 결혼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어서' 하는 것이겠지만, 사실 그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결혼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몇 번 언급했지만, 내 고등학교때 물리 선생님은 '아빠가 너무 싫어서' 일찍 결혼해 집을 나왔다고 했었다. '줌파 라히리'는 자신의 책에서 '헤마'의 입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결혼한다는 이유를 보여주기도 했다. 나 역시 '그냥 다 지겨워서'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결혼을 하면 적어도 '결혼 언제할 거냐'는 질문도 안들을테고, '선 보라, 소개팅해라'는 말도 안들을 테니까. 그 당시의 나는 '이 남자랑 결혼하고 다른 남자 속으로 사랑하면서 살면 되니까'라고 생각했었다. 만약 내가 그 때 결혼했다면, 그것은 나에게도 그리고 상대에게도 큰 못할짓을 하게 되는 것이었을거다. 그리고 며칠전에 주변 사람을 통해서 들었다. '하도 결혼하라고 잔소리를 해대서 나 좋다는 남자랑 결혼했지, 나는 그 남자를 사랑하진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이런 이유들 말고도, '이쯤되면 결혼을 하는 게 순리 아닐까' 해서 결혼을 결심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기호의 단편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에서 남편은, 단순히 '이쯤되면 결혼해야지'란 생각으로 결혼을 한 건 아닌 것 같았지만, 그러나, '가정은 있어야하고 유지되어야지' 정도의 생각으로 결혼생활을 유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아내로부터 '다른 남자가 있다'는 얘기를 듣지만, 그저 묵묵하게 다음에 얘기하자고 하니까.



저기, 다음에 말하면 안 될까?

남편이 내 말을 끊으면서 말했다.

나, 내일 또 새벽같이 일 나가야 하잖아.

남편은 그렇게 말하곤 안방으로 걸어갔다. 남편은 마치 아무 말도 듣지 않은 사람처럼, 이제 막 퇴근해서 집으로 들어온 사람처럼 행동했다. 허리를 뒤로 활처럼 젖히며 스트레칭을 하기도 했다. 나는 남편을 따라 들어가 계속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p.149)



이 결혼생활이 딱히 만족스럽다거나 행복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결혼해 아내가 있고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결혼했지', '아내가 있지', '집에 가야지' 같은 말을 하는 것 자체를 자신이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싶어진 거다. 다른 남자가 있다는 아내의 말에 화를 내거나, 울거나, 슬퍼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 모두 정상적인 반응일 수 있는 것처럼, 저렇게 듣기 싫어 피하는 것도 나는 정상적인 방법이라고 생각을 한다. 어떤 말은 지독하게 듣기 싫잖아. 나 역시 듣기 싫어 묻지 않았던 상황이란 것에 맞닥뜨려 봤었고. 그렇지만 계속 피하는 건 방법이 아니다. 해결하지 않고 두는 문제는 점점 자라날 수밖에 없고, 엉뚱하게, 해서는 안될 방향으로 고개를 틀어 해결을 억지로 하려하게 되니까.



이 소설 속 남편이 그랬다. 자신은 자야 되는데, 일찍 일나가야 하는데, 그래서 듣기 싫은데, 자꾸 아내는 자기에게 말을 하려고 해...그래서 어떡하면 아내가 말을 안하고 나는 잘 수 있을까..생각하다가, 아내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이기 시작한다. 말 듣기 싫고 자고 싶은데 아내가 자꾸 말을 걸려고 해서....이야기는 그래서 더 비극속으로 끌려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그 때 결혼하지 않았던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결혼하면 다 해결되겠지'란 마음으로 결혼했다면, 나를 좋아해 사귀고 있던 남자에게 죄를 짓는것이고, 그렇게 살기 시작한다면 상대 남자에게 계속 죄책감을 갖게 될 것이고, 나 스스로에게도 못할 짓이었을 것이다. 그런 채로 그 남자로부터 충족되지 않으니, 나는 계속 다른 사람을 찾았을 것이고, 그렇게 또한번 남편을 속이게 됐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내가 왜 이 결혼을 하려하는가'를 스스로에게 자주 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이유에 다른 것들이 섞여들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앞으로의 결혼생활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고, 또 어려운 일에 닥쳤을 때 배우자와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으니까. 서로 사랑과 신뢰를 가진 채 결혼했어야 대화라는 걸 할 수 있게 되고, 서로 대화가 끊이지 않는 부부라면, 웬만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나이정도면 결혼해야 되니까', '지금 외로우니까', '결혼 이란 걸 해서 살고 싶으니까' 등의 이유들 만으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이 책을 읽다가 몇 번이나 생각했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은, 정말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이기호는 이 단편집을 통해 계속해서 묻고 있다. '나는 이래도 되는 것이고 너는 그래도 되는것인가' 하고. 그것은 어떤 큰 사건들이 아니라 작은 것들에 있어서도 그렇다. '내가 이래도 되는것이었나', '너는 그래도 되는 것이었나'. 결국은 '그때 우리가 그러면 안되는 게 아니었을까' 하게 되고야 마는데, 그건 내가 최근에도 여러차례 생각한 것과 맞닿아있다. 물론 이기호가 소설을 통해 드러내는 것들과 또 내가 가진 고민은 아주 다른 성질의 것이지만, 나 역시도 나에게 계속 묻는다.



내가 그 때 그러는 게 최선이었을까?

내가 잘못한 건 아닐까?

시간을 돌려도 나는 같은 선택을 할 것인가?



이렇게 질문을 몇 달째 해오고 있는데, 그 때마다 번번이 '응, 그래야만 했던거야' 라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최근에는 '그러지 않는 게 더 나았을거야, 그러지 않는 게 더 좋은 방향으로 데려갈 수도 있었을거야'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많이 무겁다.



잘 읽었다. 소설을 읽는 시간, 좋은 시간이었어...





그리고 오빠가 보내준 책이 도착해 침대 헤드에 두고 사진을 찍어보았다. 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근사하다 진짜..이렇게 많은 책을 한꺼번에 보내준 것이라니... 넘나 멋져 ♡



그리고 생일이라고 책 선물을 많이도 받았다. 최근에 타로점 공부하고 싶단 나의 말에 타로책을 선물 받기도 했다.




두근두근...열심히 공부해서 혼자서 타로점 치는 사람 되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또!




이 책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을 때, '모스크바의 신사'라는 책 제목 만으로는 별로 내 흥미를 끌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전에 이 책의 작가가 '에이모 토울스'라는 걸 알게된 것이야. 아니, 에이모 토울스라고?!!1 에이모 토울스라면, 내가 너무 재미있게 읽은《우아한 연인》의 그 작가잖아!! 꺅>.< 그래서 읽고 싶다고 벼르던 참에 다정한 알라디너로부터 선물을 받은 것이야. 행복합니다..



그리고 계속 이 책 읽어야지 생각하고 장바구니에 넣어두었지만, 결제할 때마다 뒤로 밀리던 책도, 선물로 받았다. 이제, 철학을 아는 여자가 될 것이다!1






그런데 내가 이 침대 프레임을..남동생네 부부로부터 선물 받았는데,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내가 저렇게 헤드..있는 침대는 처음 써보는거야? 그런데 저기에 너무.......책을 쌓을 수 있어????





그간 내가 침대 머리맡에 책을 쌓아두었다는 건, 정말 침대 머리맡이었지, 저렇게 자리잡힌 헤드가 아니었단 말야? 그런데 사진 찍으려고 저기에 책 올려두고나니, 오오! 뭔가 나는 뭐라고 해야하지..아무튼...뭐라고 해야할까..적당한 단어가 생각이 안나는데...적절한 탈출구(?) 찾은 기분이랄까. 저기..얼마든지 책 쌓겠는데? 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너무 씐나지는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침대 머리맡이여, 딱 기다려..언제나 읽고 싶은 책들, 자기 전에 읽을 책들로 가득 채워주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고 있는데 떨어지면 안돼? 나 아야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저기 저 벽에..초라하게 걸린 샤갈의 그림이 보이시나요..

저거 내가 예술의 전당 가서 사온 2천원짜리 엽서다. 너무 좋아하는 <The Birthday> 그림... 예술의전당 보니까 액자로도 팔던데, 아아, 저 액자 걸어두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물어보니 내가 물어본 사이즈의 그림은 9만원 이라는 거다. '혹시 택배로도 가능한가요?' 물었더니, 배송료는 2만원을 받고 배송해준다는 거다. 그 앞에서 진짜 입술을 깨물고 망설였다. 침실에 샤갈 그림 걸어두는 사람 되고싶다. 그러면 노팅힐 같겠지... 합이 11만원이면 큰 맘 먹고 해도 되지 않나... 했다가, 그냥 뒤돌아 왔는데, 아아...나도 벽에 저런 엽서 쪼가리 대신 액자 달고 싶어... 그래서 누군가 내 침실에 와서 벽에 걸린 샤갈 그림 보고


"어, 벽에 샤갈 그림있네?"


아는척 해주면, 나는 다정하게 웃으며


"저건 생일이란 그림이야. 샤갈의 그림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지."


라고 대꾸하고 싶다. 그러면 그 남자는 자신의 집에 돌아가서, 자신의 거실에 있던 샤갈 그림 원본을 가지고 내게 찾아와 '이 그림을 가져야 할 사람은 너야' 라고 하는거지...그러면 나는 그에게 '이 그림 걸린 벽에서 우리 함께 살지 않을래' 이렇게 진행되면 "노팅힐 2" 가 되는 것이다...........




그만하자...


이제 그만하고..점심으로 뭐 먹을지나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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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8-08-13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갈 원본... ㅎㅎㅎ 잠시 저도 그 꿈에 들어갔다가 어어.. 하면서 나왔습니다. ㅎㅎㅎ

이 글에서 가장 부러운 건... 책을 둘 공간을 찾았다는 겁니다. 앞으로 침대 헤드가 열일하겠습니다~^^

다락방 2018-08-13 10:55   좋아요 0 | URL
저도 뜻밖에 책을 둘 공간을 찾아내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저기 한정없이 쌓이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씐난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샤갈 원본..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그렇지만 샤갈 그림 선물 받는 삶은 진짜 아름다운 삶일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8-08-13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갈 11만원 좀 하는군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이 하나 그려버립시다! (그러나 물감도 비싸 ㅠㅠㅠㅠㅠㅠ)

모스크바의 신사는 다락방님이 재미있다고 하면 읽어야겠어요.

다락방 2018-08-13 13:42   좋아요 0 | URL
제가 그림 그리면 그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화가날 것입니다. 앵그리한 상태가 되어요... ㅎㅎㅎㅎㅎ

모스크바의 신사를, 모리님께 감상을 들려드리기 위해서라도 빨리 읽어야겠군요! 그런데 어쩐담..제가 막, 2권짜리 하루키 책을 시작해버려서요. 흐흐흐. 얼른 읽고 알려드릴게요!! 똭- 기다리고 계세요!!

단발머리 2018-08-13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침대 헤드의 전경이 변해갈 때마다 사진 업그레이드 해주시길 바래요^^
지금은 약간 허전하니 완전 깔끔해서....
아.... 우리 다락방님은 무소유를 실천하는 다락방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막 들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전쟁과 평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다 모여 있어도 될듯 합니다.

다락방 2018-08-13 17:23   좋아요 0 | URL
오오 그렇다면 아직 못다산 잭리처도 다 사고 전쟁과 평화도 사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사가지고 저 위에 좌르르르륵 올려둬야겠네요. 그래도 자기 전에는 ‘흐음, 역시 읽을 책이 없군...‘하게 되겠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다려보세요. 곧 지저분함의 끝판왕을 찍어서 보여드릴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뵈뵈 2018-08-14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완전몰입(?)해서 읽었습니다ᆢ감사해요~~

다락방 2018-08-14 09:28   좋아요 1 | URL
별말씀을요! ㅎㅎㅎㅎㅎ

clavis 2018-08-16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떨어지지말고 락방님 아야하지 마요♡

다락방 2018-08-16 09:26   좋아요 0 | URL
헤헤헷. 고마워요 ♡
 



나이가 들면서 좀 더 단단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가보다. 왜 젊은 날들보다 눈물은 더 많아진건지.. 

영화 [맘마미아2]는 크게 보면 '행복한' 영화다. 특히나 <댄싱 퀸>을 많은 사람들이 부르면서 춤추는 장면에서는 너무 행복해져서 '너무 좋다, 행복하다, 이래서 뮤지컬 영화를 보는거야' 하면서 행복함이 온 몸 전체로 발끝과 손끝으로도 좌악- 퍼지는데, 그렇게 행복하다고 느끼면서도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다. 


나는 영화의 초반부터 울었다. 마침 내 가방에는 나의 사계절 필수품, 특히나 여름에는 빼놓고 다니면 불안해지는 손수건이 있었다. 나는 손수건을 꺼내서 영화 초반부터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봤다. 가장 많이 생각한 건 '노래란 무엇일까' 였고, '엄마 돌아가시면 어떡하지' 였다.


자연스런 수순이라면 높은 확률로 나보다 먼저 나의 엄마가 돌아가실텐데, 내가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돌아간 그 날부터 시간이 흐른다해도, 내가 잊고 편히 살수 있을까 싶어지는 것. 영화속에서도 친구 '로지'는 '도나' 이름만 들어도 눈물샘이 터져버리는데, 나 역시 그렇게 되지 않을까. 그러나 인간이 태어난 이상 죽는 것도 너무 당연한 것. 나 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 누구라도, 언젠가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안고 살아가야 되는 법. 내가,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러나 다들 그걸 감당하며 살아가고 있는거겠지. 


일전에 여동생과 우리의 엄마도 언젠가는 돌아가시겠지, 얘기를 하면서 '언니, 언니는 괜찮을 것 같아?' 물어서 '아니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나' 했던 적이 있다. 여동생도 그랬다. '언니, 진짜 생각만해도 벌써 미치겠어' 라고... 그건 상상만으로도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슬픔인 것 같다. 영화 내내, '아아, 우리 엄마도 언젠가 돌아가실텐데, 나는 어떡하지 그러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어쩌면 엄마가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눈물을 흘렸고,



그리고 사랑 때문에 울었다.


영화속에서 주인공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그리고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은 마음에, 엄마가 그러고 싶어했던 대로 그리스의 한 작은 마을에 호텔을 짓는다. 남자친구 '스카이'는 일 때문에 뉴욕에 가있느라 소피가 호텔을 짓고 오픈 파티를 여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같이할 수가 없다. 한 명은 그리스에서 한 명은 뉴욕에서 서로의 그리운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통화하다가, 스카이는 어렵게 말을 꺼낸다. 사실 뉴욕에서 좋은 일자리를 제안 받았다고, 그런데 니가 싫다고 하면 하지 않겠다고 하는 거다. 만약 스카이가 뉴욕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소피는 그리스에 살고 싶어하기 때문에 함께할 수가 없다. 그러나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찾아온 근사한 일자리, 그리고 심지어 그가 원하는 일을 하지말고 내게 오라 할 수 있을까. '당신은 그거 하고 싶잖아'. 그래서 그 둘은 그 긴 관계에 이별을 하게 된다. 한 명은 뉴욕에서이 삶을 원하고 한 명은 그리스에서의 삶을 원하는데 어떻게 함께 살 수 있을까.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이별에 맞닥뜨려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그들의 장면에서도 난 또 눈물샘이 터져버려..내 눈물아, 내가 그토록 밥과 술과 고기를 많이 먹으면..그거 다 눈물되니? < one of us >







우리중 한 명은 울고 있어
우리중 한 명은 침대에 외로이 혼자 누워있어



우리중 한 명이 나다.... 혼자 누워 있는 건 나야.........


그리고 젊은 '도나'가 샘과 헤어지고난 후, 친구들과 노래를 함께 부르기로 했는데 '마음에 사랑이 없는데 어떻게 사랑 노래를 불러' 라고 물었더니 친구가 대답해준다. '그러면 지금 그 마음을 노래로 부르면 되잖아. 그래서 부르게 된 노래는 < andante > 







요즘엔 참 많이, 뉴스를 보면서도 영화를 보면서도 '사람은 혼자 살지 않는다'는걸 실감한다.


호텔 오프닝 파티 전날 폭풍이 몰려온 것. 그래서 파티 준비는 엉망이 되고, 당장 내일이 파티인데 비행기는 뜨지 않는다 하고.. 준비해놓은 음식은 한가득인데 테이블이며 파티장소를 다시 꾸며야 하는 것. '소피'는 당연히 파티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비행기도 없이 이 멀리 어떻게 사람들이 오냐, 아무도 안 올것이고 나는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

그러나 이것은 소피의 입장에서 하는 소피만의 생각이고, 다른 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소피의 생각과 다르다. 만약 모두가 소피같은 생각만 했다면, 그러니까 다 소피의 입장이기만 했다면 소피의 생각대로 세상은 흘러갔을 것이다. 예측하는대로 흘러가는 삶이었겠지. 그러나 나는 너와 다르고 저사람은 그 사람과 달라서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 회의에 참석했던 아빠1도, 작가상을 수상해야 했던 아빠2도, 불현듯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이고 나는 그 아이의 가장 소중한 시간에 함께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가지 못한다'고 말했던 것을 번복하고 충동적으로 그리스로 날아가는 것. 그렇게 전용기로 날아갔지만 그 섬까지 들어갈 배가 없어..그 때, 아주 오래전의 인연으로 알게된 어부를 우연히 맞닥뜨리게 되고, 아빠2가 제안한 '그 섬에 가서 우리 모두 파티에 참석하면 어때?'라는 제안에 어부와 어부의 가족들을 비롯한 어부의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의 배를 이끌고 그 섬으로 가게 된다. 당연히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며 파티는 끝났다고 생각했던 소피는 그렇게 예상치 못하게 아빠들과 손님들을 맞닥뜨리게 되고, 그렇게 너무나 행복한 마음으로 그들을 반기다가, 거기에서 자신이 헤어졌다고 생각한, 울며 잠들게 만들었던 스카이를 보게 된다. 뉴욕의 근사한 일자리를 포기하고 이곳으로 돌아온 스카이는, 소피에게 이렇게 말한다.

"생각해보니까 당신이 나한테 제일 소중하더라고, 나는 네 옆이어야 해" 라고. 


우리는 결국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을 향해 움직인다.


크- 이 영화는 너무나 뻔한데, 너무나 뻔하게 진행되어서 '에에 이것은 그냥 영화구먼 판타지야' 할만한 구석이 너무 많아서 진짜 딱 '영화같다'고 할 바로 그런 영화지만, 그러나 디테일로 들어가면 이렇게 자꾸 나를 울게 하는 장면들이 나와. 그렇게 한 명은 그리스에 한 명은 뉴욕에 있을 줄 알았는데, 둘이 함께 그리스에 있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이다...


나중에 메릴 스트립 장면에서 나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손수건으로 눈물 닦기 바빴는데, 영화 내내 울었던 터라, '아아, 맘마미아 보면서 우는 사람은 나밖에 없겠지' 하고 있었는데, 얼라리여~ 친구도 옆에서 울고 있는 거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면서 친구에게 '나 계속 울었는데, 너도 울었지?' 했더니 멋적게 웃으며 그렇다고 했다. 내가 운 장면에서 친구도 같이 울었어. 아아...그래서 우리는 말했다. 늙을수록 눈물이 많아지는걸까? 하고... 그러자 친구는 '그런 것도 있겠지만, 뭔가..여자들이라면 그냥 다 이해하고 울 것 같아...' 하는 것이다. 


행복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공감되기도 하고 여러 감정으로 복잡해지는 그러나 단순한 영화여서 또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당신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말에 다른 영화도 한 편 넷플릭스를 통해 보았는데, 우리나라 번역 제목으로는 [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  이고 원제는 찾아보니 [set it up] 이었다.



사실 제목이 '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 라니...안봐도 너무 뻔한 제목이라서... 아무튼 그러했지만, 어쨌든 보게됐는데, 굵직한 줄거리는 역시가 뭔가 똥같지만 디테일은 너무나 살아있어서 깜짝 놀랐다.  상사들의 바쁜 스케쥴과 까탈스런 성격 때문에 하루온종일을 야근하고 상사 자식의 숙제도 봐줘야 하는 너무나 처절한 을의 입장인 비서1과 비서2가 만나 '우리 상사들을 서로 사랑에 빠지게 만들고 연애하게 만들어서 우리도 좀 우리 시간을 갖자' 라고 하는 것. 뭔가..너무나 말이 안되는 시츄에이션이고, 어쨌든 그런데 더 말이 안되게도 그 상사들이 사랑에 빠져? 이런 굵직한 줄거리만으로는 '얼라리여, 이것이 뭣여..'하게 되지만, 그 줄거리를 펼쳐나가는 부수적인 것들이 다 지금의 현실이다. 


남자보쓰가 여자보쓰와 사랑에 빠지는데 이 남자 보쓰는 '똑똑하고 강한 여자'를 싫어하고, 똑똑하고 강한 여자보스는 남자보스의 맨스플레인에 어처구니 없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런 것들. 그리고 남자 주인공 '찰리'가 승진하기 위해서 남자상사의 '아닌 것 같은'일을 눈감고 그냥 넘기려는 것. 게다가 남자 찰리는 자신이 원하는 일인 것도 아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는채로 어쨌든 승진하고 싶기 때문에 묵묵히 상사를 견뎌낸다. 반면 여자 비서 '하퍼'는 자신이 왜 여기에서 일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 자신이 모시는 여자 상사는 자신을 울게 했던 기사를 쓰는 가장 멋진 스포츠 기자이고, 자신 역시 그런 기사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그러기 위해서는 상사의 옆에서 상사를 보필하고 배워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거다. 


찰리가 해내지 못한 상사 자식의 과학숙제를 하퍼가 멋지게 해내는 장면도 좋지만, 나는 무엇보다 그들이 하퍼의 친구 약혼파티에 갔을 때의 장면이 좋다. 하퍼의 친구는 자신의 결혼을 알리면서 짧게 소감을 얘기하는데 그 때 그러는거다.


"우리 할머니가 그러셧죠. 그래서 좋아하고 그런데도 사랑하는 거라고. 그 사람이 가진 자질 때문에 좋아하고 그 사람이 가진 자질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거라고."


이러면서 자신의 약혼자를 보며 말한다.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 좋아해.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어 죽겠어."



이에 하퍼는 자신의 여자상사와 찰리의 남자상사가 결국 자기들의 계획대로 연애를 시작하게 됐지만, 그들에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없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다. 지금 그들은 서로에게 빠져잇는 것 같지만, 그것이 사랑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다. 이에 '그들에겐 그런게 없잖아' 라고 찰리에게 말하니, 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게 없으면 오히려 다 좋은거니 더 좋은 거 아니냐' 라고 답하는데, 결국에는 하퍼의 촉이 맞았다. 


나는 그렇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런데'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어떤 자질, 어떤 점들이 '단점' 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니까 만약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어휴, 저거 싫어서 싫으네' 했을 것들이, 그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데도 사랑해'라고 하게 되는 것. 왜 당신에게서는 그런 면을 봐도 나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할까? 하는 것. 



결국 하퍼는 '아닌 것 같은 것'에 대해서 참지 않는다. 말하고자 한다. 찰리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넘기려고 했던 일에 대해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 물론,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난 후에는 찰리 역시 '역시 이대로 넘겨서는 안되는 거였다' 하고 행동에 나서게 되지만. 어쨋든 하퍼와 찰리는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아주 많이 알게 됐다. 


아, 중요한 장면은 또 있다.


찰리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찰리의 남자 룸메이트는 그여자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여자친구가 찰리를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들 사이의 관계가 사랑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 


"(니 여자친구에 대해)너는 얼마나 잘 아는데?"

"다 알지, 됐어? 항상 얘기하고 문자 보내."

"뭐에 대해서?"

"푸에르토리코 출신 모델인 거랑 어떤 화장품을 쓰는지 알지. 유제품을 싫어해. 됐어?"

"좋아, 그러면 뭔가 사적이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

"너한테 하잖아!"

"그건 내가 할 일이 아니지! 그건 여자친구가 할 일이야.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주는 거."

"네가 가장 친한 친구잖아."




사실 이 장면에는 우리가 알아야할 가장 기본적인 진실, 혹은 진리가 표현되어 있다고 보긴하지만, 그러나 '대화가 안통화는', '서로 대화하지 않는' 여자친구의 직업이 '모델'인 것은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모델' 여자친구는 좋은 대화상대가 되지 못할까. 물론 그것은 그녀가 '모델'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러나 모델-아름다운 외모의 가장 기본적인 타이틀-과는 대화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식상하지 않은가. 우리는 이제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당신과 애인이면서 서로 대화하지 않는다는 것,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것이 직업이 모델인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물론 영화속에서도 그녀가 '모델이기 때문에' 남자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한 건 아니지만, 그러나 만약 누군가와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맞지 않는 상대였기 때문이지, 어느 한 쪽이 특히 더 부족했기 때문은 아니다. 모델 여자친구는 물론 모델 남자 사람들과 더 잘 어울렸다. 공통된 생활환경 탓일 수도 있고 또 관심사 때문일 수도 있다. 게다가 남자친구 찰리는 상사 때문에 늘상 바쁘고 야근에 시달려 약속 시간을 잘 지키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이 '사적인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는 것은 비단 상대의 잘못만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저 룸메이트의 저 말, '여자친구가 하는 일이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는 일'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물론, 나라는 인간이 좀 더 단단하고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다른 많은 포지션에 사람들을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내게 힘이 되어주고 애정을 주고 기운을 준다. 그러다보면 찰리가 말하는 것처럼 '가장 친한 친구'도 있기 마련. 그러나 나는 나의 애인이 나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 단순히 섹스와 함께살기 만으로 우리가 서로에게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다고 보는 게 아니라, 아주 사소한 작은 일에서부터 나에게 일어나는 중요하고 큰 것들까지, 가장 작고 내밀한 것에서부터 크게 바깥으로 드러나는 부분까지 공유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 연인이 가장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게 아닐까. 만약 연인이 있는데 내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다른 친구가 있다는 것은, 그건 그대로 자연스럽고 또 충족한 일이겠지만, 그렇다면 사실 그런 사람들은 연인으로부터 어딘가 비어있음을 느끼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러나 나는 연인이든 친구이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모든 것들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고,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한 사람'으로부터 백프로의 충족을 느낄 수는 없다. 이 사람에게서 80을 얻는다면, 나머지 빈 것들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채우고 싶어지는 게 당연할 것이다. 



의외로 되게 많은 부분에서 끄덕이고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여자주인공은 이십대 중반 남자주인공은 이십대 후반인데, 뭐랄까, 내가 삶에서 뒤늦게 깨닫는 것들을 그들은 그 때 깨닫는 것 같아서 앞으로 남은 인생이 더 좋겠구나, 라는 생각도 했고.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런데' 사랑한다는 것을 일찍 깨닫는다면, 우리는 일찍부터 나에게 더 잘 맞는, 더 나은 상대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그걸 깨닫는 순간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내가 누구를 사랑하는지도 깨달을 수 있을 테니까.




방금 내 친구로부터 문자메세지가 왔다. [맘마미아2] 보고 나왔는데, 시작하고 오 분도 안돼서 울었다고. 흐흐흐..나는 내가 영화 시작하자마자 울어서 내가 이상한가봐..했었는데 아닌가보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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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8-08-12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아직 맘마미아2 안 봤는데 봐야겠네요^^ 저는 안 울지도 몰라요 ㅎㅎㅎ

지금 저의 제일 친한 친구는 남편이랍니다. 남편의 제일 친한 친구도 저구요. 둘이서 가끔 그런 이야기 해요. 우리 둘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같이 할 것도 많아 시간이 모자라다구요. 그리고 말씀하신 ‘그럼에도 불구하고’도 있어요 ㅎㅎ 수많은 단점들이요. 하지만 함께 있으면 서로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거 같아요. 아직까진 결혼 생활이 참 행복합니다. ^^

다락방 2018-08-13 12:06   좋아요 1 | URL
꼬마요정님, 정말 좋으시겠어요. 가장 친한 친구가 남편이라니, 정말로 축복받은 삶을 살고 계십니다. 응당 그래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게 잘 되지 않는 것 같거든요. 가장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수일텐데, 대화를 잘 나누지 못하는 커플들이 많더라고요. 함께 있으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니, 지금처럼 좋은 관계 계속 단단히 잘 유지하셔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쭉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좋으네요, 꼬마요정님!1

:)

clavis 2018-08-16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울었떼요ㅋ
 

에, 그러니까, 남동생이 언젠가부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더니,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런 제품을 만들어냇다고 합니다. 오늘부터 판매 시작하였고요, 남동생 회사가 목표로 하는 건 애견 사업이라기 보다는 친환경봉투 사업이 될거예요.


필요하신 분들 써보시라고 링크 걸어둡니다. (홍보홍보)



  → 배변봉투 개똥이!!



대박 나면 저 일 안해도 연봉 준다고 약속했어요. 시골에 작은 집 짓고 글 쓰면서 살래요. 여태 사귀던 애인한테도 들어보지 못했던 '호강시켜줄게'를 남동생으로부터 들었습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쩐지 부끄러워서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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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친환경 애견 배변봉투 개똥이
    from 마지막 키스 2018-08-31 15:31 
    남동생네 상품 개똥이 영상광고 나왔습니다. 이김에 다시 한번 광고...이만총총.
 
 
단발머리 2018-08-09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가족처럼 가까운 동물친구들과 외출하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화장실에 버려도 되는 배변봉투라면 너무 좋은 아이템이네요~~

부디부디 남동생분 사업이 번창하시기를
우리 다락방님 호강시켜주시고
연봉도 많이 주셔서
다락방님 시골 작은 집에서
글쓰는 삶 살 때
친구 초청 파티도 자주 여시고
저를 꼭 불러주시고...
또 또 또~~~~

다락방 2018-08-09 18:34   좋아요 0 | URL
아 너무 아름다운 댓글이다.. 사랑해요, 단발머리님..

syo 2018-08-09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쪼록 술과 고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번성케 하소서....

다락방 2018-08-09 18:55   좋아요 0 | URL
역시나 아름다운 댓글...❤️

원더북 2018-08-09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 작은 집에 어울리는 작은 도서관도 지어서 같이 책 읽고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 평상에 둘러앉아 토론하면 좋겠어요~ (아, 대리만족으로도 행복하당) 주변에 댕댕이 키우는 지인들에게 꼭 소개할게요^^

다락방 2018-08-09 19:22   좋아요 0 | URL
아 너무 좋으네요 ㅋㅋㅋㅋ 그러려면 진짜 이 제픔으로 재벌되야 할듯요 ㅋㅋㅋ 아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집니다. 별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캬-

hnine 2018-08-09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대박 아이디어입니다!

다락방 2018-08-10 09:32   좋아요 0 | URL
저 호강할 수 있을까요, 나인님? ㅎㅎ

2018-08-09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10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18-08-09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홍보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락방님께 술과 고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다락방 2018-08-10 09:3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꼬마요정님. 꼬마요정님 너무 다정하신 분... ♡

goo 2018-08-09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좋아보이네요. 개 키우는 언니한테 링크 알려줬어요

다락방 2018-08-10 09:34   좋아요 0 | URL
우앙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8-08-10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12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8-08-14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보입니다...ㅎ

다락방 2018-08-14 08:59   좋아요 1 | URL
잘 돼야 할텐데요.. ㅋㅋㅋㅋㅋ

2018-08-16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 한 호흡 한 호흡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일상 회복 에세이
이아림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요가 매트 위 나는 자꾸 볼썽사나워진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주변과 경쟁하려 들고, 조바심치고, 두려움에 떨며 쉽게 좌절한다. (p.6)



요가할 때의 내가 꼭 이렇다. 나는 지금 요가를 좋아하고, 일주일에 3회 이상은 꼭 가려고 하고(잘 안된다), 그렇게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내가 요가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결코 보일 순 없다. 나 역시 스스로 볼썽사나워지기 때문에. 호흡부터 잘 안돼서 아아, 내게는 호흡이 왜 이다지도 어렵단 말이냐, 호흡부터 안되는데 각종 아사나는 다 어떻게 소화한단 말이냐! 절망하곤 하는 것이다.



요가원에는 큰 거울이 있다. 내가 자세를 잡을 때마다 그 거울로 나를 볼 수 있는데, 내가 아무리 나의 크고 아름다운(?) 육체를 사랑한다 하지만, 각종 자세를 잡고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따라하며 낑낑대고 땀 흘리는 나를 보는 것은, 아아, 결코 아름답지가 않아. 아름다운 건, 요가를 시작하기 전 거울에 비친 내 엉덩이 뿐인가 하노라. 내 엉덩이는 백만불 짜리!! 스스로 이렇게 엉덩이에 감탄하다가, 자세를 잡을 때마다 '엉덩이가 좀 더 작았다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같은 생각도 해보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요가 매트 위 나는 자꾸 볼썽사나워진다, 는 거다.



이 책은 책을 펼쳐 읽는 순간부터 '아, 좋다!'하고 바로 훅- 느낌이 온다. 이 책을 읽어나가는 것은 독서의 기쁨을 만끽하는 일이야. 요가를 만나고 요가를 대하는 자세 혹은 그 마음가짐에 대한 글일거라 막연히 짐작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틀렸다는 게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거기에 더 많은 것들이 들어갔다는 뜻이다. 단순히 요가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요가를 하면서 느끼는 생각들을 영화나 책을 빌려와 얘기하는 거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소설계에 [독서공감] 이 있다면, 요가에는 이 책이 있달까. 그래, 이 책은 [요가공감]이라 불러도 좋을만큼 책과 영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요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아니, 요가에서 영감을 받아 책과 영화를 덧붙인다 해도 좋겠다.


독서에는 독서 공감, 요가에는 요가 공감!



일단 요가를 시작하기 전, 자신의 작은 키와 짧은 다리, 그리고 빈약한 가슴 때문에 요가복 입는 게 망설여지던 것까지 내가 처음 요가를 만나던 그 때와 같다. 다만, 내 경우엔, 큰 덩치와 큰 가슴 때문에 요가복 입기를 고민했고, 여전히 궁극의 요가복을 찾아 헤매이고 있다. 아, 뭐든 다 크기만한 나 역시 고민인 것처럼, 그렇지 못한 사람 역시 이렇게 옷 입는 걸로 고민하는구나, 이상한 위로가 되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가날 때 호흡을 가다듬어 혼자 요가를 즐기는 저자에 대해서라면, 아직 내가 이르지 못한 경지, 다다르지 못한 경지인데, 저자는 요가를 한 지 2년이 되었다고 한다. 아아, 나는 딱 절반만큼을 했으니, 나도 일 년쯤 더하면 내 분노와 감정을 호흡으로 다스릴 수 있게 될까? 떠오르는대로 동작들을 해보면서 내가 나를 컨트럴 할 수 있게 될까? 아직까지는 내게 먼 이야기 같다. 다만, 나 역시 어느 순간 '아, 내가 혼란스러울 때 매트 위에 가만히 앉아 호흡으로도 나를 다스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다.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겠지.



이렇게 요가에 대해서도 꼼꼼하고 세심하게 글을 쓴 것도 좋았지만, 그 글을 무척 잘 썼다는 데에도 감탄했다. 문장력이 너무 좋고 글을 너무 잘쓴다! 나는 이 책을 선물해준 친구에게, 이 책을 읽다가 '글 쓰기를 배운 사람의 글 같아' 라고 감탄하는 얘기를 했는데, 읽으면서 당연히 '저자는 좋은 학교의 국문학과나 문창과를 나왔을거야'같은 생각을 했다. 내것보다 월등히 나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뭔가 배운 게 틀림없잖아? 아니, 그래야 하잖아? 그런데 읽다보니 저자는 경제학을 전공했다고 하는 거다.




네???

뭐라고요????????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글을 이렇게 (잘) 써요?????????



아아, 나는 저자 앞에 한없이 고꾸라진다. 나는 저자보다 10년이나 훌쩍 나이가 많지만, 저자보다 요가도 못해 글도 못 써.. 게다가 이 책을 보면 나온지 사흘만에 2쇄를 찍었더라. 아아, 심지어 나보다 책도 더 많이 팔았다!!


인생...




저자가 나와 닮은 점이 무척 많아서, 어어, 난가... 싶을 때가 종종 튀어나왔는데, 일단 요가를 하는 것도 그렇고 책을 읽는 것에서도 그렇지만,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에 있어서도 닮았고, 뭣보다 글 쓰는데 있어 굉장히 솔직하다는 거다. 남자친구와 콘돔 사용에 대해 얘기하고 모텔의 대실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에서는, '아아, 이거 저자의 엄마도 읽으실텐데, 괜찮을까' 같은 쓸데없는 오지랖 같은 것도 생길 정도라니까? 그러나 그 솔직함이 너무 도가 지나쳤다는 생각을 중간에 살짝 해서 별은 하나 뺄 수밖에 없었다.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다투고 화가 나 요가를 하는 글이었는데, 그 부분에서는 '이 책을 그 친구들이 읽는다면 이것은 저격이 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 기분은 썩 좋지 않아서, 오히려 내가 반면교사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글을 쓰기 시작한 초기부터 저격글을 많이 써왔는데, 딱히 저격하려는 의도가 없어도 그리된 적이 많았다. 당시에는 그것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나고나니 이것은 어떤 식으로든 상대에게 상처를 입힐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내 글에 주변인을 등장시킬 거라면, 나쁜 점에 대해 등장시키지 말자, 같은 다짐을 언젠가부터 해오고 있다. 게다가 그것이 책으로 나온다면 더하다. 책으로 나와버렸으니 저자의 단톡방 친구들은 그 책을 읽고 대체 어떻게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까. 그 부분에서는 그걸 책으로 내버리다니, 좀 .. 뭐랄까....... 아무튼 앞으로도 계속 책을 낼 생각을 하는 저자이던데, 안그랬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바람이다. 그런 바람을 가지면서 동시에 나를 돌아본다. 나 역시 앞으로 글을 쓸 때 지금보다 더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이 이렇게나 좋아.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한다니까.



책의 사이즈가 작아 가볍고 가방에도 쏙 들어간다. 가히 '소품'이라고 해도 좋을 책인데, 심지어 읽는 재미까지 있다. 굉장히 차분한 글들로 채워졌는데, 읽으면서 내내 '어떻게 이렇게 차분한 글을 쓸까' 부러웠다. 왜 나는 차분한 글을 못쓰지? 요가를 더해야 하나? 요가를 더해서 마음 수련 하면, 그러면 좀 더 차분한 글이 써질까? 안될거야..나는 그냥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일거야...(시무룩)




그나저나 나도 요가를 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들을 (어딘가에)적어두고 있었고, 이 글들만으로 한 권의 책이 될 수도 있겠구나, 사실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하하하, 때려쳐야 겠구나 ㅋㅋㅋㅋㅋㅋ 이미 이런 책이 있어서 내가 뭔가 더할 필요가 없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요가를 하고 있는 사람, 했던 사람이라면, 요가에 대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테고,

요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글을 읽는 재미가 상당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쓰다보니 이런 책이 또 하나 생각나는데, 그건 '김소영'의 《어린이책 읽는 법》이다. 그 책이야말로, 어린이 책을 읽는 사람, 읽어야 할 사람이 읽으면 좋겠지만, 어린이책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글 읽는 재미가 상당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세상에는 이렇게 작고 유익한 책들이 있어..



아무튼 독서에는 독서 공감, 요가에는 요가 공감.

우리는 그것을 기억해야 한다.




(사진설명: 콩국수와 잘어울리는 요가매트만큼의 세계. 맛없는 콩국수와는 어울리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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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08-08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겠어요.. 같은 요가 배우는 자로서.. (이제 두달... 꼼지락꼼지락..)

다락방 2018-08-08 11:16   좋아요 1 | URL
비연님! 읽는 재미가 있는 책입니다. 저자는 머리서기도 되는 사람이더라고요 ㅠㅠ 저는 1년차에 머리서기는 아직 한참 멀어서 5년내를 목표로 잡고있는데 저자는 금세 됐던 것 같아요. 부럽..

읽고 뽐뿌 받아 요가 열심히 하시길 바랍니다!!

비연 2018-08-08 11:18   좋아요 0 | URL
부럽네요... 머리서기 ㅠ 전신체위도 안되는 저로선... 뽐뿌받아 요가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 노력~ ^^;;

다락방 2018-08-08 11:21   좋아요 1 | URL
저 1년 했지만 안되는 거 투성이에요. 트위스트 할 때 이 팔로 저쪽 팔 잡고 이러는 건 팔이 다른 팔 근처에도 안가요. 무슨 1년을 해도 몸이 이렇게나 굳어있고 뻗뻗한지... 나무자세가 그나마 안됐다가 되는 자세인 것에 큰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차차 나아지겠지요. 우리 계속 꾸준히, 재미있게 요가합시다!!

transient-guest 2018-08-14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가를 요즘 하다 말다 하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서...
이번 주부터 다시 화-수-금 스케줄로 도전!!

다락방 2018-08-14 08:59   좋아요 1 | URL
화,수,금.. 일주일에 세 번이면 정말 많이 하시는것 같은데요? 다른 운동도 하시잖아요.
저는 일주일에 네 번이 목표이긴 한데 사실 그게 힘들더라고요. 최소한 세 번이라도 가자, 마음먹지만 이번 주에는 두 번 가면 잘가는 것 같아요. 제가 어제도 술을 마시느라 못갔고 오늘도 술 약속이 있어서..

술은 뭔지...

아무튼 열심히 합시다. 요가 말예요!! >.<

transient-guest 2018-08-14 09:01   좋아요 0 | URL
이 동네는 걷는 일이 별로 없어서 운동이라도 해야죠 ㅎㅎ 요가 fire—- 화이팅입니다 ㅎ